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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애틀 닥터오 Jan 05. 2021

내가 새벽 기상을 하려는 이유

견디기 힘든 나의 첫 열흘의 시작

나는 올빼미형 인간이다. 공부를 치열하게 했어야 했던 중학교 시절부터 치대를 졸업할 때까지 새벽에 규칙적으로 일어나서 공부해 본적인 거의 단 한 번도 없었다. 고3 때 몇 번 시도해보긴 했지만, 새벽보다는 늦은 밤까지 공부하는 것이 더 쉬워 새벽은 포기했다.

나의 올빼미형 성향은 부친에게서 온 것이 분명하다. 모친은 잠자리에 누우면 거의 바로 잠이 들고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밤이 늦도록까지 TV를 켜놓고 새벽 1, 2시가 넘어갈 때까지도 잠들지 않으셨다. 눕자마자 잠이 들지 못하는 나의 잠 성향은 부친을 닮았다.

나는 부친과 모친을 반반씩 닮았지만, 내 삶을 힘겹게 하는 일의 대부분이 미안하지만, 부친에게서 왔다. 나는 그것을 살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하나씩 고쳐나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지셨지만, 내가 양육받던 시절 아버지의 성향과 행동 대부분이 이랬다.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남과 비교하기, 걱정과 두려움의 생각에 빠지기, 우울감에 빠지기, 누우면 빨리 잠 못 자기, 운동 싫어하기, 씻기 싫어하기, 욕하기, 분노 조절 장애, 게으름, 밥 먹고 누워있기, 인사 불성으로 술 마시기, 친조모에게서 받은 생활 당뇨 습관 제대로 실천하기(좋지 않은 습관은 유전자와 더불어 잘도 대를 이어 물려받는다. ), 몸 여기저기 아프기(이것도 친조모에게 물려받아 나에게까지 이어졌다.) 등등

(물론 좋은 것도 많다. 1등은 못해도 달리기 잘하는 것, 노래 좋아하는 것, 세심하고 꼼꼼한 것, 정리 정돈 및 청소 잘하는 것, 다정한 것, 도움 주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 유머스러운 것, 끈기 등등. 좋은 것을 고칠 이유는 없기에 있는 그대로를 유지하거나 더 개발하는 중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6년간 부단히도 노력해 왔다.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이 많지만, 아직도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우울감이다. 통증 때문에 오는 우울감일 수도 있겠지만, 불쑥 올라오는 이유 없는 우울감은 무방비 상태의 내 정신을 난도질 해 버린다.

나는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많이 해봤다. 우울증 약 먹기, 비타민 D 먹기, 햇빛 쬐기, 물 많이 마시기, 비건 식단으로 건강하게 먹기, 정신과 상담받기, 감사노트 쓰기, 성경통독, 묵상하기, 기도하기, 책 읽기, 음악 듣기, 땀흘려 운동하기, PT와 운동하기, 전문직 갖기, 조금 넉넉하게 벌어보기, 허리 졸라매고 살아보기, 불편하게 살아보기, 하고 싶은대로 하고, 갖고 깊은 것 가져 보기 등등.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우울감은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 우울감과 함께 잠 습관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듯했다.

자기 계발 책들을 읽으면서 우울감과 잠 습관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새벽에 아침을 깨우는 사람들 중에는 우울증의 여부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우울증 치료에 새벽 기상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작년 가을, 진지하게 글을 쓰면서 내 잠 습관은 더 악화되었다. 잠자리에 누우면 글감이 떠올라 잠을 못 자고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거듭 반복하니 이제는 새벽 2시가 넘어도 잠을 못 잘 때가 많았다. 분명 잘못되었다. 아니 괴로웠다.

아침 8시가 넘어도 정신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고, 9시 출근하는 남편이 아침밥을 먹는 시간에 함께 깨어있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한 때는 잘했는데...)

작년부터 나는 이것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습관에 옮기기 위해 여러 번 노력했지만, 중도에 포기를 했다.

나는 의무와 책임을 위한 새벽 기상은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 스스로 새벽 기상의 이점을 파악하고 자발적인 행동으로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내가 아직까지 우울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새벽 기상의 실패라면, 이 마지막 남은 관문을 통과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부터 시작했다. 새벽 기상을 위한 유튜버들의 영감적인 잔소리들을 머릿속에 장착했다. 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을 다시 읽고, 멜 로빈스의 ‘5초의 법칙’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실천 방법 중, 나에게 맞는 방법들을 전날부터 적용하고 실천했다. 오늘이 그 첫날이었다.

5시에 알람을 맞췄지만, 여러 번 끈 탓에 5:19에 기상했다. 모든 책에서는 바로 일어나라고 조언했지만, 첫 시작하는 날인 오늘, 알람을 여러 번 꺼버리고 다시 자버렸다. 자책하지 않겠다. 일단 일어났으니...


첫 날 새벽 기상 인증 스크린 샷


어젯밤, 일찍 일어나기 위해 9시 반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미라클 모닝’의 나머지 남은 부분들을 읽느라 거의 1시에 잠이 들었다. 제대로 잠을 많이 못 잤지만,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상관없이 일단 5시 알람을 맞췄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다 보면 일찍 못 자곤 못 배기겠지.

30일 동안 습관을 만들기 위해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 10일은 매우 견디기 힘든 새벽 기상, 두 번째 10일은 조금 덜 힘겨운 그러나 불편한 새벽 기상, 마지막 10일은 즐거워지는 새벽 기상이다. 나는 30일 이후에 다시 포기를 한다 해도 한번 시도해 보려 한다.

나는 오늘부터 매우 견디기 힘든 열흘을 보내기 위해 첫 발을 디뎠다.


참조: 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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