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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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랑해도 외롭고 사랑하지 않아도 외롭습니다. 사랑을 받아도 외롭고 사랑을 받지 못해도 외롭습니다. 그것이 인간 존재의 본질입니다. 이 책이 그 본질을 이해하고 긍정하는 데에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로워도 외롭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사랑하기 위하여. ‘작가의 말’ 에서.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에 수록되어 있는 시 두 편을 공유합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의 <봄길>


인생은 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간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 그늘을 소중히 여겨야 누군가 내 그늘을 찾아와 쉴 수가 있다. 햇빛만 원하다면 인생은 사막이 되고 만다.때로는 고통의 비바람이라 할지라도 불어와야 하고 절망의 눈보라라 할지라도 몰아쳐야 한다. 그래야 인생의 대지에서 자란 나무가 숲을 이루고 그 숲의 그늘에 앉아 나도 새들과 함께 쉬었다 갈 수 있다. 계속 햇빛만 원한다면 그것은 삶의 그늘을 소멸시켜버리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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