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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구 May 10. 2019

일간 크로스핏 : 유연성

부상 없이 크로스핏, 운동 롱런하는 법

flexibility ; 유연성 혹은 mobility ; 가동 범위는 크로스핏에서 강조하는 10가지 기능 중 한 가지며, 내 육체가 크로스핏을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애먹고 있는 기능이다. 특히나 오버헤드 동작(덤벨과 바벨 같은 쇳덩이들을 머리 위로 올리는 위협적인 동작)이 연결된  운동은 어깨 유연성과 가동 범위가 강조돼 내 약점이 더욱 도드라진다. 내 어깨는 맨손을 머리 위에 올리고 있는 것도 통증이 너무 심해 30초도 이 악물고 부들부들 떨며 버티는 수준이며, 일상생활인 통화할 때조차 핸드폰을 들고 있는 어깨가 너무 아파 30초에 한 번씩 팔을 교환할 정도이다. 그래서 운동을 할 때면 이따금 '왜 내 몸뚱이는 이 모양일까?', '교환 환불 가능할까요 어머니? 아버지?' 이런 패륜아 같은 현타와 함께 주변을 슬금슬금 살피기 시작한다. (늘 보는 사람들이지만 늘-궁금하다 나만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말이다.) 역시나, 나만큼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 와중에 연체동물 같은 사람은 더욱 내 시선을 강탈하고 절로 부러움 가득한 자연스러운 감탄사를 뿜게 한다. 



"와~~~ 아"



와~~~~~아

아니 사람은 같은 조직과 세포로 이루어졌는데 왜 저들은 연체동물 같은 유연성과 가동 범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 - 내가 눈 두 개 콧구멍 두 개 잎 한 개 귀 두 개 달렸다고 박보검이 아닌 거랑 같은 건가? (빠른 수긍) 어쨌든 TV도 인스타도 Youtube도 아닌 현실 공간에서 3D로 나에게 충격을 주는 연체동물 크로스피터들이 나는 늘 참으로 부럽다. 크로스핏 1년 차쯤부터 현타와 부러움을 오고 가며 크로스핏을 하는 내 상황을 잘 파악한 우리 코치님들은 나에게 당근을 주시기 시작하셨다. 


"명구, 많이 좋아졌어"







그렇다. 2000년대 밀리언 셀러이자 - 베스트셀러 그리고 필독도서였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에 나온 '칭찬' 효과를 적극 활용해 나를 컨트롤하는 것이다. 더불어 코치님들이 주는 당근과 코칭을 전적으로 믿는대는 내 육체라는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1미터 막대기 끝을 양손으로 잡고 머리 위를 통해 앞뒤로 왕복하는 동작 1회를 겨우 했었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은 대각선으로 길게 편 수건을 꾸역꾸역 왕복 1회까지 한다.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코치님들의 코칭을 전적으로 믿으며 운동할 것이다. 믿고 꾸준히 운동을 하다 보면 조금씩 좋아지고 연체동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 구실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육체의 유연성만큼이나 사고와 생각의 유연성도 중요하다. 어쩌면 육체의 유연성 이상으로 사고와 생각의 유연성은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더 중요한 기능일 것이다. 때문에 '육체 유연성 혹은 가동 범위'에 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시점에서 여자 친구 미한에게 내가 유연한 사람이냐고 물었다. 미한은 고민 없이 내게 "오빠는 유연함보다는 경직함에 가깝다"라 답했다. 그간 스스로를 유연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미한의 단호한 대답에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 충격과 함께 나는 미한과 유연함에 기준과 그 기준에 있어 내 사고와 행동에 대한 정말 짧고 굵은 5분 토론을 진행했다. 


그 대화를 통해 내가 도출한 나는 유연한 사람이며 경직된 사람이다. (이게 뭔 개소리야?) 그러니까 나는 상식적인 범주 안에 '다름'과 상식적인 범주밖에 '틀림'을 분명하게 구분 짖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여기서 언급된 '상식적 범주'는 누가 정한 것이고, 도대체 누구의 기준이냐 물을 수도 있다. 또 '상식적 범주'는 결국 띵구 네가 정한 기준이니까 네 기준에서 벗어나지도 못하는 경직된 녀석이라 할 수도 있다. 근데 뭐 뭐라 하든 일간 크로스핏에서 상식에 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 일간 크로스핏은 진지함의 심의 규정을 지키기 때문이다.) 나는 현상과 문제 해결 과정에서 상식적인 범주 안 다름을 표현한 의견에는 이견 없이 수용한다. 나는 이러한 나의 사고와 행동을 보며 스스로 유연하다 판단한 것이다. 반대로 여자 친구 미한은 상식밖에 틀림을 표현한 의견에 정말 단호하게 칼로 무 자르듯 잘라내고 배척하는 사고와 행동을 보고 나를 경직됐다 판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한도 나만큼 나를 굉장히 잘 알았기에, 나를 '경직된 사람'이라 판단한 것이고 이는 결코 틀린 판단이 아니다. 때문에 나는 미한의 판단을 전적으로 수용해 나를 유연하면서 경직된 사람이라 도출한 것이다.(아니 전적으로 수용하면 그냥 경직된 사람 아닌가??) 어쨌든 경직됐지만 유연하기도 한 사람이기 때문에 크로스핏을 할 때만큼은 코치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수용한 것이다. 몸도 마음이 수용하는 만큼 유연하게 수용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 이러한 사고와 생각의 유연성 덕분에 2년 동안 부상 없이 크로스핏을 즐기며 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를 본받아 모든 크로스피터들이 코치님들의 코칭를 유연하게 수용하며 부상 없이 오랫동안 크로스핏을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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