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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구 May 13. 2019

일간 크로스핏 : 하마터면 최선을 다할 뻔했다.

피 땀 콧물 눈물 


딱 맞는 사이즈에 면 소재 운동복 그리고 땀 폭발을 부르는  WOD, 요것들은 상의 탈의를 부르는 조합이다. 어제 내가 입은 옷과 WOD가 그랬다. 어제의 우드는 20-19-18-17..... 3-2-1 월 볼 샷과 버피로 조합됐었다. 그러니까 총 210개의 월 볼 샷과 210개의 버피를 해야 한다. 아-내가 가장 혐오하는 운동에다가 악마의 운동이라 불리는 버피라니. 상상만으로도 땀 폭발 WOD였고, 실제로 20개의 월 볼 샷과 20개의 버피를 수행한 첫 라운드가 끝나자마자 머리-가슴-배에 이르는 개미 라인에 땀이 흥건해졌다. 코치님들이 추천하는 무게 즉 RXD 20파운드가 아닌 14파운드로 수행했음에도 말이다. 그 흥건해진 땀은 면 티를 적셨고, 젖은 면 티는 나를 답답하고 불쾌하게 구속했다. 마치 한 여름에 땀에 흥건하게 젖어 내 몸에 착착 달라붙는 면 티를 입고 있는 것처럼. 그 답답하고 불쾌함에 못 이겨 결국 반년 만에 부끄러운 상의 탈의를 실시했다. (나 스스로가 만족스러운 몸이 되기 전까지는 상탈을 할 계획에 없었는데 말이다.)



답답함을 걷어낸 반년 만의 상탈은 그간 내가 어떻게 옷을 입고 WOD를 했는지 의문을 제기할 만큼 상쾌하고 시원했다. 한 여름, 따뜻한 온수로 젖은 땀을 씻어 내고 에어컨을 파워 냉방으로 켠 뒤 에어컨 앞에 선풍기를 가져다 두고 선풍기 앞에 앉아 아~아~아~  소리 내고 있는 것처럼. 아~ 그렇다 이 해방감 무엇? 헤헷. 그 해방감도 잠시 뭔가 큰 함정에 빠진 기분이 들었고 곧 함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 함정은 상탈이었다. 내게 있어 상탈은 운동 혹은 WOD를 수행하는 데 있어 슈퍼파워 최선을 다한다는 의식 혹은 예령과 같은 것이었다. 



아뿔싸. 나는 결코 월 볼 샷과 버피를 슈퍼파워 최선을 다해 수행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무게가 RXD(20파운드)가 아니어도 말이다. 하지만 나는 상탈을 해버렸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었다. 



"아... 이게 아닌데 오늘 진짜 힘든데"

월볼샷의 과정. (스쾃 자세가 없지만,,,)



혼자만의 독백이 이어지는 와중에, 월 볼 샷을 하고 있던 눈치 없는 몸뚱어리는 평소에 수행하던 20파운드 보다 가벼운 14파운드로 WOD를 수행하고 있음을 알아채고는 신나서 슈퍼파워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아... 육체가 뇌를 지배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12일에 WOD에서 계획에 없던 슈퍼파워 최선을 다하나 싶었다. 육체의 시대도 잠시 배때기와 가슴 때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몸뚱어리에 저항하는 봉기를 일으켰다. 그렇다. 버피를 수행할 때마다 바닥에 쓸리는 배때기와 가슴 때기가 빨갛게 쓸려 뇌에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아파!! 아프다고!! 피날 것 같다고, 그만해!! 천천히 해!!!" 



새빨갛게 쓸린 배때기와 가슴 때기는 슈퍼파워 노력을 하던 몸뚱어리 세력들을 몰아내며 봉기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하마터면 슈퍼파워 최선을 다할 뻔한 12일 WOD였는데, 배때기와 가슴 때기가 통일한 몸뚱어리 덕분에 뇌와 잘 타협하며 최선을 다하지 않고 적당한 노력 선에서 WOD를 진행했다. 근데 웃긴 것이 적당히 진행하는데도 콧물과 침까지 절로 쏟아졌고 이 모습은 다행스럽게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땀 덕분에 티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 이번 WOD는 그냥 힘든 WOD였던 것이며, For Time 35분이 걸린 엄청나게 긴 WOD였다. 결국 운동이 끝나고 바닥에 자빠져 눕고 마치 최선을 다한 것 마냥 바닥과 하나 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몹쓸 WOD..."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마라톤 완주하듯 뿌듯했고 - 상탈(상의탈의) 하기를 잘 한 기분이었다. 그렇다 상탈을 하지 않았으면 온갖 핑계를 만들어내며 완주도 포기할 뻔한 WOD였다.(상탈까지 하고 포기하면 쪽팔림이 배가 될 듯했다.) 음 그런 의미로 19.4 OPEN WOD는 상탈을 하고 진행해 볼까? 아 물론 WOD를 보고 결정해야겠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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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탈 하면 최선을 다하는 거라며? 기록이 이게 뭐야?" 


"헤헷- 아니 그게... 저 배 때기가 아파서 데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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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상사가 발생하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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