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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령 Sep 22. 2020

2. 일편단심 과거 바라기 서예도구

 초보자도 도구를 갖추고 나면 근자감이 생긴다. 조금. 그러나 유서 깊은 이 조직은 뭣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도구 구입도 간단하지 않다. 문방사우라는 벼루, 먹, 종이, 붓은 종류만 해도 쉽게 셀 수 없을 정도다. 재료, 원산지, 제작방법에 따라 붙이는 이름도 가지가지다. 참 가지가지한다. 문제는 나도 내가 어떤 것을 사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결정 장애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그렇다. 이럴 때를 위해 내가 서예 공부를 좀 해둔 것이 있다. 발칙하게도 몇 줄도 안 되는 얇은 정리노트에 의지할 생각이다. 그러나 나의 잔머리는 노트가 아니라도 이 난제 풀어낼 간단한 방법을 알고 있다. 


저의 정답은요~ 가격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보편타당한 진리다. 장비의 그레이드는 가격이고 좋은 장비는 비싸다. 즉 비쌀수록 좋은 장비다. 물론 속이는 자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자신의 수준에 맞는 장비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비싼 물건을 줘도 못 쓰거나, 못쓰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를 대비한 비장의 히든카드~ 필방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필방에는 수준별 추천 도구가 즐비하다. 확인할 것도 없이 나의 모든 도구는 초보자용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했다던 문방사우에 대한 공부는 무색하게 되었지만. 필방에는 엄청나게 많은 서예 도구가 진열대를 채우고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초보자용이지만 가성비는 아직은 모르겠고 저렴한 가격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참으로 단순한 적응력이다.

     

 문방사우 말고도 도구는 더 있다. 우정출연 수준이 아니다. 종이 아래 놓는 먹 흡수용 깔개, 종이를 눌러주는 서진, 물 담는 연적, 붓의 필통 붓발, 붓걸이 등. 그 밖에도 더 있지만 이 정도만 갖추면 글은 충분히 쓴다. 기본을 다 준비했으니 이제 쓰면 된다. 이제 좀 폼나게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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