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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령 Feb 07. 2022

돋보기를 안 가져왔네


아들은 학부 때부터 연구실을 오가며 한시 반시도 바빴다. 설날과 추석이 되어서집에 잠시 왔다 갔다. 그마저도 코로나 사태로 2년 동안 아들은 아예 집에 오지도 못했다.


아들이 집으로 올 때 KTX 예매에 성공하면 그나마 좀 나은데 고속버스를 타게 되면 우리 부부는 연착되는 시간 동안 애가 탔고 아들은 그 긴 시간을 버스 안에서 기진맥진했다.

 

아들이 오면 남편은 매번 빼놓지 않고 병원에 데리고 가서 종합검진을 받게 했다. 혼자 지내는 아이의 건강이 제일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씩씩하게 잘 지내는 아들이 고맙고 기특하지만

가까이서 챙겨주지 못하니 늘 애처롭고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이 6개월 만의 해후가 늘 너무 소중하다.


아들은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서울로 갔기 때문에 결과는 늘 남편이 가서 들었다. 검사 결과는 본인이 아니면 가족관계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그 해, 남편이 바빠 내가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에 갔다. 남편은 가족관계 증명서를 꼭 챙겨가라고 신신당부했다.


잘~ 챙겨갔다.

접수를 하며 내 신분증과 가족관계 증명서를 꺼냈다. 접수처에서 서류를 받기도 전에 아들의 생년월일을 물어보네! 나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왜냐? 가족관계 증명서가 내 손안에 있기 때문에~


자신만만하게 증명서를 꺼내 들고~

헉!!!

우짜지! 돋보기가 없네!

나는 돋보기가 없으면 작은 활자를 거의 못 읽는다.

엄마는 위대하다는데 거의 초인적인 힘으로 노안과 난시를 넘고  넘어... 힘들게 맨 눈으로 아들의 생년월일을 짚어가며 읽었다.

싸~ 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숫자 몇 개를 틀린 모양이다.


내가 어디 가서 기죽고 다닐 체격이 아니다. 당당히  말했다.

"제가 돋보기를 안 가져와서 그래요~"

그분은 더 의심의 눈빛을 발사하며.


자제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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