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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령 Oct 17. 2021

가을 우체국 안에서

청명한 가을이다. 언니한테 보낼 물건을 담았다. 몇 개 챙겨넣지도 않았는데 들어보니 무게가 상당했다. 무겁다. 다시 두 개로 나눴다. 마찬가지로 무겁다. 땀이 났다.


우체국으로 갔다. 장난 아니게 덥다. 무겁고 덥고. 겨우 도착했다. 땀이 많이 났다.

적당한 크기의 종이상자를 골라 테이프를 붙였다.  막 상자에 물건을 넣으려는데 입구에 서 있던 직원이 내게 왔다. 급하게 오는 것 같다. 그녀는 잠깐만 있으란다. 땀을 뻘뻘 흘리는 내 모습을 보고 도와주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는 걱정스럽게 나를? 아니~ 스티로폼 상자를 보고 있다. 나는 걱정 붙들어 매라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스팩을 넣어서 포장했다고 했다. 집에서 스티로폼 포장을 하다가 들고 갈  무게 때문에 잠시 고민했지만 과감하게 하나 집어넣었다. 늘 덜렁대는 성격이지만 나도 아주 가끔 꼼꼼할 때가 있다. 지금이 아주 가끔 있다는 바로 그때였다.


그럼에도 이 직원이 더 심각하게 말했다.

지금 보내셔도 되겠냐고.

이러시지? 오늘은 금요일인데? 우체국은 확실히 토요일 택배 배송하는? 

그녀가 말했다. 내일은 배송 가능한 토요일이지만 한글날이라 휴무라고. 게다가 월요일까지 대체공휴일이 적용된다고. 그래서 택배는 화요일쯤 도착될 거라고. 그래도 되겠냐고.


넣어둔 얄팍한 아이스팩 달랑 하나를 믿어도 될지 상자를 보며 쓸데없이 고민.. 바로 접었다.

종이상자에서 다시 물건을 꺼냈다.

이 무거운 짐을 들고 다시 집으로~ 

늘 덜렁대는 성격의 내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절규하듯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
아파트 엘리베이터
공사 중이라
10층에서
이 무거운 걸 들고
걸어서
내려왔는데...

           

쓸쓸히 나오는 내 등 뒤에서 그녀가 위로로 포장된 확인사살용 멘트를 날렸다.


애휴~
신발이라도
좀 편한 걸 신었으면...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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