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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령 Feb 16. 2022

역세권 탈출법

이 땅의 젊은이, 아들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고향을 떠나 신촌에서 8년을 살았다. 기숙사에 있었던 2년을 더하면 그곳에서 4번 이사를 했다.

학교 앞이라는 특수성으로 방값이 비싸다지만 지금 서울은 바람직하지 않게도 전 지역이 상향 평준화되어 골고루 다 비싸다.

그러다가 대학원 재학 중 대체복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대체복무지와 너무 거리가 멀어 이사하기로 했다.


원룸의 희망 요구조건은 다음과 같다.

비싸지 않고, 지하철역은 가까이, 유흥시설 NO, 조용한 곳 Yes, 장보기 편리한 곳, 밤길이 안전한 곳... 은 없다.

일단 역세권은 다~ 비싸다. 어둡지 않다면... 그곳은 유흥가의 불빛이 밤 길을 비춰주는 곳이다. 장보기 편리한데 조용한 곳까지... 어디 있겠냐고~

고공행진 중인 집값과 세입자의 조건이 만나면 그곳에는 협상을 위한 합의도, 선처도 없다~

그냥 그런 방은 아예 없다.

그래서 을이 조건을 간추린다. 하나 씩... 다 빼고 마지막 남은 지하철 역과 가까운 곳으로.

아들은 이사를 고 그곳에서 대체복무를 마쳤다. 그리고 박사학위도 받았다.


며칠 전, 아들은 이사를 생각해보았다고 했다.

좀 넓고 조용하고 장보기가 편리하며 밤길이 안전한 밝은 곳으로 가고 싶은 것 같았다.

몇 군데 알아보니 역세권이 아니면 집값이 좀 싸더라고 했다.

지하철역에서 멀면 다니기 힘들 텐데?

그는 아주 명쾌한 해법을 가지고 있었다.

차를 사면 돼요~


뛰어난 계획성을 가진 아이는 벌써 차를 구입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알아봤다고 했다.


나는 생모다.

아이의 열띤 설명을 데면데면 들었다.

남편도 생부다.

남편한테 아이의 계획을 전해주었다.

그는 다 듣더니 살짝 웃는다. 

나도 따라 웃었다


보통 이 땅의 젊은이들은 대입시험을 마치고 나면 운전면허증을 취득한다고 부산스럽다.  

우리 아이는 18세에 대학에 진학했다.

그때 그는 원동기 면허시험만 응시 가능했던 만 17세였다.


아이가 대학을 다닐 때였다.

신촌에서 홍대까지~

느린 걸음도 20분이면 도착하고도 남을 거리를

거의 50분 넘게 걸려...

자전거를 타고... 아니 끌고...

자전거에 찍혀서...

다리에 피를 흘리며...

자전거를 잘 못 타니까 회전이 힘들어서...

직진으로만 가다가 한강 다리를 건너갈 뻔...

그 정도면 원동기 면허시험도 못...

아니~그때, 그랬다는 것이지.


남편이 말했다

운전면허는 언제쯤?"
글쎄...
그 얘기는 안 하던데~

아들은 여전히 운전면허는 엄꼬요~

이쯤 되면 그가 말한 이사는 2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1. 당장 이사할 생각이 없다.

2. 부모님께 소소한 웃음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하나는 성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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