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 언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가 고민이다.
많은 책에서 다루는 주제이지만, 내 아이에게 딱 맞는 이거다 싶은 답은 없다.
아이들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방임과 열성의 경계도 애매하다.
뭘 알려줬는데 세상에~ 애가 바로 알아듣네!
"천재일까?"는 패스, 바로 "천재다".
그때부터 천재를 위해 노는 물을 갈아탄다.
밥상 앞~
뭐부터 해야 하지? 마음이 바쁘다.
한글? 숫자? 영어?
콩만 한 애를 앉혀놓고, 하늘 천???
OMG! sorry~ 다시 갑니다. abc...
내 꿈과 희망을 내 분신에게,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싹~ 다~ 전해주리라!
잠시 후, 목소리가 슬슬 높아가고,
계속 달아나는 아이를 잡으러 다니다 지칠 때쯤 밥상을 접는다.
그래도 단번에 접지 못하고 며칠 있다가 몇 번 더 폈다 접었다 한다.
그리고는...
천재는 맞는데... 지금은 실컷 놀게 하자.
세상 밝게 노는 아이를 보면 이게 맞지~ 하다가도
천재를 저렇게 놔둬도 될까 걱정도 하며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엄마도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
한편
우리 아들은 어렸을 때 혼자 글자를 깨쳤다.
글자의 획순이 엉망인 채 자신의 시선이 가는 대로 썼다.
나도 엄마다~
고쳐줘야 하는지, 아닌지 고민을 했다.
만약 고치겠다고 밥상을 펴서... 아이를... 목소리가 커지고...
그냥 놔두기로 했다.
그런데 타이밍이 필요할 때도 있다.
나중에 아이는 획순을 교정하느라 한참을...
뭔 교정이냐, 그냥 두라고도하는데,
글자를 받침부터 쓰면서 아래에서 위로...
시간은 흘러
나는 한글 타자 속도는 답답하지 않을 정도다. 문제는 영타다. 논술강사가 영문과 놀 일이 없는데 간혹 맞닥뜨리면 내 손은 독수리로 변신~ 아주 천천히 한 자씩.
이 광경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다.
좀 고민을 하는 눈치다. 그러다가
"엄마! 양손을 사용해서 손가락 가까이 있는 키를 눌러봐요."
ㅍㅎㅎ
단 하나의 손가락이 알파벳 26자를 전담 마크하고 있었다. 그러니 얼마나 느리고 바빴겠냐고~ 솔직히 이것은 독수리도 아니다.
타이밍을 놓쳐 힘들겠지만 더 늦기 전에 이제는 나를 위한 밥상을 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