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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Feb 03. 2022

아내와 첫 등산을 하다

휴직 중 아빠와 방학 중 딸 - 24,25일째

- 24일째 - <아내와 첫 등산>


주말 아침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서 그리고 신년 계획 중 하나인 건강 챙기기를 위해 아내와 등산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가고 싶지 않다고 하기도 하고, 데리고 가기에도 쉽지 않은 곳이라 가는 길에 처제네 집에 잠시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나와 아내는 결혼 12년만 제대로 된 첫 등산을 하기 위해 완주에 있는 모악산으로 출발을 했다. 등산을 몇 번해보지 않은 아내의 몸상태를 고려하여 오늘은 정상까지 가지는 않고 중간지점까지만 한번 가보기로 했다.


 첫 부부동반 등산의 설렘인지 아니면 휴직 중 나와 함께 꾸준히 다녔던 필라테스 덕분인지 생각보다 아내는 제법 산을 올라갔다. 한겨울에 패딩을 벗고 다녀야 할 정도로 땀을 흘리긴 했지만 재미있는지 웃으면서 잘 걸어갔다.


한 20분쯤 걸으니 첫 휴식처인 대원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분 걸은 게 무슨 힘든 일이냐? 라며 반문할 수 도 있겠지만 산을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20분의 오르막길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렇게 도착한 절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귤 하나 까먹고, 젤리 하나 먹고 충분히 쉰다음 다음 두 번째 휴직처까지 가보기로 했다.

또, 20분의 오르막길을 헉헉 되며 열심히 올라가서 벤치에 앉아 물 한 모금, 귤 하나, 초콜릿 하나를 먹고 목표지점인 수왕사까지 쉬지 않고 오르기로 했다.


모악산 정상까지 가는 길의 중간지점인 수왕사까지만 가고 이번 산행은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수십 년 만에 등산이다 보니 무리해서 올라갔다가는 내려오는 길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내려올 때 아내는 힘든 와중에도 쓰레기를 하나하나씩 주우며 걸어갔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그렇게 산 아래로 내려와 다슬기탕 한 그릇씩을 뚝딱 비우는 것으로 오늘의 등산 데이트는 끝이 났다.

"안 힘들었어?"

"응, 힘든데 산에 가니깐 너무 좋다. 우리 시간 될 때마다 산에 가자"

"갈 때마다 애들을 처제에게 맡겨야 하는 게 조금 미안하긴 한데, 그렇게 한 번 해보자"


이제 아내랑 같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 하나가 또 생긴 것 같다.



- 25일째 - <명절 1부 - 본가>


2박 3일간의 명절이 시작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가족들이 모두 모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형네 식구와 날짜를 정해 따로따로 본가를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형은 토요일 본가에 내려가서 일요일 오후에 올라오기로 했고, 우리 식구는 월요일 내려가서 화요일 이른 점심을 먹고 올라오는 것으로 사전에 협의를 했다.


가족들이 모두 모이지 못해서 서운한 것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엄마 입장에서는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3박 4일 동안 집에 가족들과 함께 있게 되었으니 그것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약속한 대로 우리 가족은 월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본가로 출발을 했다. 1시간 30분쯤 달려 고창 본가에 도착을 했고 엄마가 차려준 아침밥을 맛있게 먹었다. 코로나로 인해 다른 친척집을 방문할 수도 친구들과 모임을 가질 수 도 없고, 그렇다고 집안에서만 하루 종일 있기에도 심심할 것 같아 점심은 근교로 나가서 먹기로 했다.

그래서 연휴지만 문을 여는 식당을 찾아 담양에 있는 '담양 앞집'이라는 곳에서 식사를 했다. 메뉴는 국수, 떡갈비였는데 정갈하고 깔끔한 식사였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찾은 집이라 잘 몰랐는데 담양에서는 굉장히 핫한 식당이었던지, 조금만 늦었으면 한참을 웨이팅 한 후에야 겨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식사 후에는 메타프로방스라는 담양에서 가장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길에 위치한 관광지를 방문했다. 몇 년 만에 다시 가보았는데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어서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할 만 것들이 있었다. 아이들 장난감도 사주고, 엄마 모자도 사주고, 나와 아내는 너무 맘에 드는 그림을 발견했지만 사진 못했다. 금액이 조금 비쌌다. 그리고 카페에서 차 한잔 하며 명절을 보냈다. 


저녁에는 집에서 엄마가 아이들과 윷놀이를 했다. 60이 훌쩍 넘은 엄마가 13살, 7살짜리와 웃으면서 한참 동안 윷놀이를 하는데 그걸 지켜보는 게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딸은 원래 오늘도 문제지를 풀기로 되어있었는데, 윷놀이에 너무 집중을 하고 있어서 차마 말하진 못했다. 생각해보니 자기도 문제지 풀어야 된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모르는 척 그래서 더욱 열심히 윷놀이를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젠 명절 때 밥은 경치 좋고 맛있는 곳에서 사 먹고, 저녁엔 티브이가 아닌 웃으며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해보는 걸로 집안 분위기를 바꿔나가야겠다.


다음날은 떡국 한 그릇 먹고 아버지 산소에 한번 갔다 오는 것으로 본가의 명절은 끝이 났다. 형네 식구와 함께 모이지 못해서 적적할 거라 생각했는데, 나름 많이 웃으며 1박 2일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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