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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체육대회와 등반대회

by 장수생

학교 주요 행사 중에 체육대회와 등반대회가 있다. 전체 직원이 가입되어 있는 직원협의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연례행사들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대부분 회사들도 이러한 행사들이 있는 것 같다. 직장 업무에도 호불호가 갈리는 업무가 있으나, 그중에서도 체육대회와 등반대회는 호불호가 더욱 강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 나는 적극적인 불호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외모와 체격과 다르게 운동을 싫어한다. 우선 땀이 나는 게 싫고, 운동에 별로 소질도 없다. 그리고 음주는 조금 하지만 가무에도 전혀 소질이 없다. 그렇기에 회식 때 노래방을 가는 문화가 없어진 요즘이 참 좋다.(이 글을 쓰는 지금은 코로나 19로 회식 자체가 없다. 코로나로 인하여 유일하게 좋았던 것은 회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 만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 이기에, 한낱 한 시에 많은 직원들을 만나서 비즈니스적인 미소를 지으며 수백 명과 인사를 나눠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럽다.


이러한 나에게 학교 생활 중 최대 난관을 하나 뽑으라면 전체 직원 체육대회이다. 체육대회는 말 그대로 전 직원이 참여하여 배구, 발야구, 족구 같은 운동 시합을 하는 행사이다. 행사 진행 사이사이 레크리에이션을 하면서 응원을 위한 율동과 노래를 하게 한다. 나는 끼나 흥이 특별히 넘치는 사람이 아니기에 무대 앞에 나서서 하는 것도 아니지만 단체로 하더라도 다른 사람 앞에서 춤과 노래를(단순한 율동과 응원가일 뿐이지만) 해야만 하는 상황 자체가 너무 싫다.


그리고 대부분의 직장이 그러겠지만 이런 행사를 하게 되면 정말 행사 자체를 즐기는 몇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각 종목에 지정된 참가 인원을 맞추기도 어렵다. 우리 학교만 해도 한 팀에 100명 이상이 포함되어 있는데도 자발적으로 시합에 참가하고자 하는 직원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젊은 직원들을 반강제적으로 포함시켜서 시합에 참여하게 하고 그도 아니면 앞에 나가서 응원을 하게 만든다.


또한, 체육대회는 대강당이나 운동장 같은 지정된 한 공간에 모여서 행사가 이루어지기에 행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혼자만 조용히 있는 상황을 만들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보면 차라리 등반대회는 훨씬 괜찮은 행사이다. 당연히 다시 내려올 산을 왜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몸과 마음이 피곤한 행사이긴 하다.


하지만 등산은 함께 출발하더라도 일렬로 올라가게 되어 있고, 빨리 가는 사람과 천천히 가는 사람까지 본인 기준에 맞추어 걸어서 올라가면 되기에 체육대회만큼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지는 않다. 그럼에도 직장 행사다 보니 같은 부서나 팀끼리는 뭉쳐서 걷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등산을 좋아하고 모든 행사에 열정적인 분이 상사로 있다면 이 또한 견뎌내기 쉬운 하루는 아닐 것이다.


예전 학교 행사 때 노래 경연이 있었다. 본인 스스로 원하는 경우에만 참석하는 행사였으나, 각 부서의 과장이나 실장의 성향에 따라서 반드시 그 부서의 누군가 한 명 이상은 참석을 해야만 했던 부서도 있었다. 그런 부서에서 지원자가 없을 경우 대부분 그 부서의 막내 라인에서 함께 또는 한 명이 참가하게 된다. 하기 싫지만 직장인이기에 상사가 시키기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끌려 나온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학교 행사에 강제적으로 참여했어야 했던 직원 한 명은 익명 게시판에 이에 대한 항의성 글을 게시한 적도 있다.


단체 행사 자체가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문화이다.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수백 명이 다른 개인이 모여있는 직장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과 포용력을 길러줄 수 있는 행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행사들을 보면 '소통'을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수백 명을 참석시켜 놓고 말을 하는 사람은 소수의 윗사람 몇 명뿐이다. 이건 '소통'이 아닌 소통을 가장한 '단순 지시'일뿐이다.


그리고 참석하기 싫어하는 직원들까지 강제적으로 참석하게 하고, 본인이 하기 싫다는 행동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굳이 남들 앞에 서게 만들어야 하는가에는 문제 제기를 하고 싶다. 이는 소통을 위한 행사에 참여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조직 문화에 반감만 가지게 할 뿐 긍정적인 가치를 발현하기는 불가능하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잘 먹고 잘살기 위해 뭐든지 함께 힘을 합쳐서 으쌰 으쌰 하는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보단 '나'와 '나와 가까운 가족, 지인'이 우선인 사회이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에 해당되는 만큼의 일은 당연히 처리하지만 이외에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젊은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에게 10년 전, 20년 전 일했을 때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그때처럼 무언가를 요구해서는 안된다. 뭐든지 함께 해서 잘되는 방법보다 개개인을 잘되게 해서 그 총합이 기존보다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라떼는 말이야'를 버리지 못하고 기존 관습을 계속 반복하는 순간 되돌아오는 건 '저 꼰대'라는 말 밖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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