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불>
참 오랜만에 묵은 겨울 이불을 빨고 햇빛에 잘 널어 말림으로써 겨울 준비를 시작했다.
몇 해 전 이사를 오며 보송보송 도톰한 겨울 이불을 하나 장만했다. 나는 알러지성 비염이 심한 편이라 침구류를 자주 빠는 편인데, 이 이불만은 내 작은 세탁기에 들어가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코인 세탁방을 찾아 빨래하곤 했지만, 이건 참 귀찮은 일이다. 이불을 들고 가는 일이며, 기다리는 일이며..
그러다 한 겨울이 와도 그 이불을 점점 안 쓰게 됐고, 가을 이불을 두 겹 덮고 자는 미봉책으로 겨울을 연명하곤 했다. 겨울이 다가오면 이 이불을 버리든 사용하든 뭔가 해결해야 할 숙제처럼 느꼈지만, 애써 외면하다 이번 주말 큰 결심으로 이불을 끄집어내었다. 여러 짐에 오래 눌려 있어 뭔가 납작해진 이불. 이 이불의 부피가 이렇게 얄팍했었나? 혹시나 싶어 세탁기에 넣어봤더니 아주 여유 있게 들어간다.
아... 미루고 미루기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는구나!
오랜만에 도톰한 겨울 이불을 덮고 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