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의사는 믿으면 안 된다
중학생 아들과 오랜만에 연세대 출신들이 모여서 공동 진료하는 새로운 치과를 갔는데 치아 관리를 잘 못해서 치아 세 개와 위아래 맨 뒤쪽 네 어금니 전부 일곱 개 치아에 충치가 생겼고 의사 말을 들어보니 네 군데 어금니 뒤쪽 충치 부분은 잇몸살에 덮여있는데 그 잇몸살을 레이저로 절제해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한다.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치료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의사를 쉽게 믿지 않는 나는 상급 병원에 가보려고 하니 진료의뢰서를 작성해 달라고 말하였고 의사는 빨리 치료하는 게 좋다고 겁을 준다. 알겠습니다만 수술이 필요 없는 치아만 치료해 달라고 하고 의뢰서를 받아서 서울대병원 치과병원의 넘버 투 교수님이 진료 보시는 금요일 오후에 소아치과로 가보았다.
교수가 보기에 앞서서 그 아래 의사들이 먼저 진료를 하고 진료의뢰서도 보고, 과잉진료가 의심되어서 서울대병원으로 오게 되었다는 아빠인 내 의견도 듣고 난 후 사진을 찍은 후 넘버투 교수님을 보았다. 레지던트 의사들도 세 명 정도 참관해서 같이 보더니 이 경우는 러버댐(Rubber Dam)이라는 것을 사용해서 수술 없이 충치 치료를 하면 되고 서울대학 소아치과에 특화된 기술이고 아주 쉬운 치료이니 자기는 어려운 수술만 하고 그거 잘하는 다른 의사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그 의사님과 다음 약속을 잡고 병원을 나왔다.
"잘되었다. 수술 안 해도 되네. 아빠가 굳이 힘들게 서울대병원까지 데려온 이유가 이거야. 의사는 절대 믿으면 안 돼. 특히나 지방 의사들은. 서울대학병원이 공립이라 영리 추구성향이 제일 낮아. 비급여 진료비 청구 자료에 다 나와있어. 연세대병원 성모병원 다 돈 밝히는 거 엄청나. 지방대학병원도 다를 바 없어. 더하면 더했지. 참 다행이다. 잇몸 안 째도 돼서. 돈도 아끼고 몸도 안 상하고, 다행, 다행.. 나중에 네가 커서 혼자서 병원을 갈 때에도 각별히 조심해야 해, 의사는 절대 믿지 말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무조건 서울대병원으로 가. 그렇지만 서울대병원 의사도 잘 봐야 해 다 믿으면 안 된다고. 아빠 오래된 크라운에서 잇몸 염증 생겼을 때 서울대치과병원의 의사 두 명이 발치하고 잇몸이식하고 임플란트 하자고 했는데 몇 달만 사용해도 좋으니 신경치료하고 새로 크라운 씌워달라고 했거든. 내가 강력히 원하니까 마지못해 신경치료하는 거라고 젊은 여자 의사가 어찌나 틱틱거리던지 말이야. 결과적으로 지금 3년째 아무런 문제 없이 잘만 쓰고 있거든. 그러니까 치료의 선택과 최종 결정은 의사가 하는 게 아니라 네가 신중하게 해야 되는 거야. 알겠지? "
진료를 마치고 타임티켓앱으로 오랜만에 대학로의 연극을 예매하였다. 첫 번째 공연은 "뱀프 헌터"라는 뮤지컬이었는데 반값 할인이 돼서 일인당 8000원 정도로 저렴해서 샀고 두 번째 공연은 "죽여주는 이야기"였다. 둘 다 평점 4.9/5.0이어서 골랐다. 뱀프 헌터는 배우들이 연기도 잘하고 가창력도 참 좋아서 흡족하였으나 두 번째 공연은 정말이지 이걸 어떻게 돈 받고 공연하나 싶을 정도로 저질에 허접 쓰레기 공연이었다. 웬만하면 끝까지 남아있으려고 했지만 아들이 그만 나가자고 계속 눈치를 줬고 결국 약 30분을 남겨놓고 적절한 타이밍에 후다닥 뒤로 빠져나왔다. 그런데 뒤로 나가는 중에 어떤 배우가 "왜 나가!"라고 소리치더구먼. 속으로 왜 나가는지 몰라서 물어? 그게 공연이냐? 진짜 돈 아까워서. 글로벌 공연 마니아로서 살다 살다 그런 쓰레기 공연은 본 적이 없다. 일인당 만오천 원씩이나 주고 봤다니. 그래도 공연 시작할 때 경품 증정 문제를 내는데 내가 가장 먼저 손 들어서 뮤지컬 "섬데이" 입장권 2매를 받아서 좀 덜 아까웠다. 그거라도 안 받았으면 무지 어이가 없었을 듯.
아주 은은하면서 좋은 향기가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무대 세팅과 조명도 아주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 다들 훌륭. 소녀 배우의 연기도 탁월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최고였다.
커튼 콜이 끝나고도 관객들의 열띤 호응 덕분이었는지 앵콜 공연을 거의 10분 가까이 해준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영상은 인스타 등에 올려서 자기들 공연 홍보해달라고 해서 올린다.
죽여주는 이야기 공연 시작 전 무대. 참...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다음에 다른 연극 고를 때에는 평점 높다고 무조건 덜컥 예매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리뷰 악평들을 꼭 살펴 본다음에 사야겠다.
다음 진료 올 때 아들과 같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