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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FAC Nov 01. 2021

서촌 가는 날

추워진 탓인지 가을을 타는 건지, 요즘 마음이 조금 심란하다. 퇴사 2달차, 그래서 불안감이 증폭되는 걸까.

요즘 마음에 여유가 없다. 타인에게 줄 배려나, 공감이 남아있지 않은 제로 상태라고나 할까.

심지어 식욕도 무슨 욕구도 없는 상태.


가을은 단풍때문에 예쁘지만, 한편으로는 시려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괜시리 옆구리가 시려오기도 하고.

내가 요즘 느끼는 그런 감정.


일상 속을 관찰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발견을 하는 경우도 꽤 있다. 요즘 여자들을 보면 귀엽기도 하다.

여자의 매력이란? 글쎄 내가 만약 남자라면 자기 같지 않은 면들을 보면 귀여워할것 같다.

가령, 예쁜곳에 가면 하는 ‘리액션’.

맛있는것을 먹었을 때 하는 ‘리액션’.

해맑게 웃는 아이같은 모습.

새초롬하게 삐진 모습.

뭔가에 열중한 모습.

애교부리는 모습.

예쁜척 하는 모습.

사진기를 들이밀면 포즈 취하는 모습.

요리 열심히 하는 모습.

예쁘게 꾸민 모습.

색다른 모습으로 변신했을때.

나를 위한 귀여운 서프라이즈를 할때.

긴 머리칼을 흩날릴때.

머리를 쓸어올릴때.

머리 묶을때.

늦었는데 헥헥거리며 뛰어올때.

곱고 흰 피부가 아름다울때.

사색에 잠긴 모습.

콧날/턱선이 아름다울때.

반전미를 보일때.(의외성)

말 예쁘게 할 때.

어른들한테 잘할때.

조신하게 앉는 모습.

곱고 꼿꼿한 태도.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

그림 잘 그릴때.

노래 잘 부를때.

악기 연주 할 때.


나오니까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집에 있으면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지나.

왜일까. 꼼짝하고 싶지 않아진다.

그러다보니 계속 눕고 싶어진다.

점쟁이가 말한대로 사람은 다 ‘때가 있나보다.’

누구나 자기 때가 있다고 생각하고, 나에겐 아직

그 때가 안왔을 뿐, 올거라고 분명히 믿는다.


집을 나서기 전에 옷을 고르다가 꽤 오래 전에 구매한겨울옷을 선택했다. 오늘은 뭐라도 나를 위해 기분전환을 시켜주고 싶었다. 그 첫번째는, 가을이 오길 기다린 바로 새 겨울옷이다.


오늘 서촌에 나와서 역시 돈을 길 바닥에 뿌렸다.

언제가부터 인지 모르겠는데 요즘에는 돈 쓰는 것이 무서워졌다. 갑자기 이렇게 초라해져보일까.

돈 쓰기 전에 덜덜떠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정말 너무 생각도 없이 썼다면, 요즘엔 몇번이고 생각을 한 다음에 구매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뭔가 서글퍼지는 건 왜일까. 아끼는 사람이 된 건 좋을 부분일텐데.

겨울이 되어서 춥지만은 그래도 뭔가 겨울 옷이 주는 포근함은 좋다. 다른 계절에 느낄 수 없는 옷이 주는 포근함. 길거리 사람들은 벌써 코트와, 니트, 그리고 경량 패딩으로 추위를 덜어보고자 한다.


우리 가족 온기가 다소 부족하다. 서로 품어주거나 따뜻한 온정을 주고 받은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표현에 참 인색하다.


예전에 어릴 때(20대)에는 외로움을 덜어보고자

먹는것으로 일탈하거나, 술 또는 나이트라이프를 즐겼다.

그 모든것은 사실 그 찰나의 순간 뿐이었지만, 그거로라도 버텨냈으니 그것도 도움이 된걸로 보여진다.

오늘 나의 서촌 코스를 살짝 공유하자면,

먼저 디저트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는 아르크 카페에 갔다. 가장 오래 머물었던 이 카페의 백미는 사실 루프탑에 있었다. 올라가는데 다소 힘들긴 했지만,

날씨가 완연하게 화창한 가을 날씨였고, 단풍이 옷을 입기 시작해서 보기 좋았다. 조용했고, 따사로운 오후 햇살이 적당하게 비췄다. 햇살을 보며 잠시 햇살멍을 때리는게 참 기분이 좋았다. 날이 적당하고, 볕이 적당해서 좋았다. 하지만 너무 멋진 경관 탓에 하려고 가지고 온 짐들을 펼치지도 못했다.

그래서 조금 쌀쌀해지는 타이밍에 다시 실내로 들어갔다.


오늘 카페에  메인 이유는 바로 디저트 팝업 때문이다. 사실 이게 뭐라고 지하철, 버스 갈아타고 40 거리를 가냐고 웃을지도 모르지만, 나한테는 그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아주 중요한 프로세스다. 걷는 것도 나름 운동 되고 말이다. 먼저 콘서트, 아르크 라떼, 콘치즈를 주문했다. 사실 기대는 적었다. 얼마나 맛있겠어 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유니크했다. 특히 콘서트라는 디저트. 뭔가 디저트인데 음식 같기도 한것이 새로웠다. 디저트에 라임 뿌려서 먹기는 처음이라서.  라임이 킥으로 작용해서 평범해질  있는 맛에 특별함을 더해줬다. 어떻게 보면 센스와 매력은 아주 작은 변화/트위스트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실내로 돌아와서 폭풍같이 글도 쓰고, 유튜브도 보다가 살짝 쌀쌀한 기운이 나서, 비프스프를 주문했다.

미국 느낌이 나는 스프였는데, 가을 날씨와 제법 잘 어울렸다. 그리고 두번째 디저트인 콘치즈를 곁들이니 한 끼 식사 같기도 했다. 이 카페는 남녀노소, 나이에 상관 없이 다양한 층이 찾는듯했다. 아무래도 경관도 좋고, 넓직해서 그런듯하다.


다섯시가 넘은 시간 5:30분 정도에 OFR로 향했다. 가는길이 한적한 한옥 건물이 많아서인지, 뭔가 힐링이 되는듯 했다. 가다가 한 샵을 봤는데, 남성 의류샵인데 내가 입고 싶은 옷들도 많고 남친이 입으면 좋겠다는 스타일의 옷들이 한가득 있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들어선 순간 부터, 내가 여기서 지갑을 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카페에서는 사람들을 가장 관찰하기 쉬운 자리를 잡았다. 흥미로웠따. 한 사람을 관찰하는것이라는게 생각보다 재미있다. 90% 여성으로 이루어진 이 카페에서 보통 무화과 크림치즈케이크를 주문했고, 디저트가 나오면 사진기를 신이난 것처럼 들어서 기록을 한다. 대부분의 2명 이상 온 여자 손님들은 무화과 케이크와 함께 생크림이 휘핑 되어 올라간 예쁜 음료를 주문하는 모양이다. 물론 나도 커피를 2잔이나 먹지 않았다면 그것을 주문했을것이다.


오늘은 거의 도피성으로 집 밖을 뛰쳐나왔다. 탁탁 거리는 로지텍 키보드는 아주 만족스러운 소비템이다.

소비를 해서 꽤 오랜 시간 써보면 그것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이것이 얼마나 큰 만족감을 주는지, 그 만족감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오늘 마지막 취업강의를 들으면서 강의도 강의지만 뭔가 나에대한 전반적인 부분들을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오늘 직업적성검사를 했는데 예술성과 관습성이 함께 나왔다. 어찌보면 굉장히 반대되는 특성이라고 생각되어지지만 잘 다듬으면 굉장히 강력한 성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코코 샤넬은 예술성과 함께 관습성이 있었기에 이토록 오래 남는 클래식한 스타일링을 완성한것이 아닐까.


살짝 찔렸던건, 남친 선물을 사려고 머릿속에 넣어뒀었는데 결국  것만 잔뜩 사들고 나온것이다. 남친은 내게 그래도 작은 선물들을  많이 해준 편인데.

(에코백, 요시토모 나라 인형, , 꽃다발, 꽃병, 귀걸이 등). 나도 분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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