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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FAC Dec 21. 2021

수수깨끼 사랑

소설, 수필, 에세이, 시, 노래 속에서 사랑이라는 소재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과연 사랑을 진정 아는 사람이 존재할까?

나는 아직 사랑을 잘 모르겠다.

아직도 사랑이란 어떤 환상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책 속에서 나온 수많은 판타지들이 조합해 낸 허상 같은 것.


물론 나도 연애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느낀 적은 없다.

연애할 때 입으로 사랑한다고는 수백만 번 말하지만 사랑을 진정으로 느껴서 사랑해라고 말한 적은 없다.

그게 티가 났는지, 남자 친구는 영혼이 없다고 말한 적도 있어서 나를 당황하게 했다.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SNS에 떠도는 수많은 문구들처럼, 사랑하면 어떻게 변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나는 그것에 해당된 적이 거의 없다.

내가 연애를 하는 이유?

항상 연애는 불쑥 나를 찾아왔다. 내가 절박하게 마음을 구하지 않아도 쉽게 할 수 있었다. 어쩌면 다소 소극적인 연애를 해왔다고 볼 수도 있겠다. 마음을 받는 것에 익숙했다.


진정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겉으로 표출된다고 한다. 사랑이라는 에너지는 감출 수가 없다고 한다.

사랑의 표현은 육체적인 것일까? 신체적인 반응은 숨기기가 힘들다. 가령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표정과 몸짓, 꼭 붙어있고 싶은 감정, 어루만지고 싶은 감정. 육체적인 끌림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딜레마이다. 육체적인 끌림이 없는 사랑도 존재할까?

플라토닉 러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그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사랑하면 욕망도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것이 없다면 반쪽 사랑밖에 되지 않는 것 아닐까?


연애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이전 연애와 비교를 하는 순간들이 온다. 그것이 결코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기억을 지울 수는 없기에. 나를 가장 사랑해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나를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해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생각이 스친다. 물론 사람마다 열정이 큰 사람과 적은 사람이 있겠지만, 본인이 정말 사랑한다면 전자일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상대도 사랑이 더 커질 때도, 궁합이라는 게 서로 조화가 되었을 때 이루어지는 것 같다. 그러한 요소가 한쪽으로 쏠리면 둘 다 만족감이 떨어지게 되어있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평일 한적한 오후에 찾아간 책방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나서였다. 책에서는 주인공 ‘영혜’를 바라보는 여러 인물의 시선이 담겨있어서 흥미로웠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영혜’를 흠모하게 된 언니의 남편의 시각이었다. ‘영혜’에 대해 환상을 품는 것부터 시작해서 열망을 느끼고 결국엔 표출되는 것까지의 과정이 세세하게 담겨있었다. 충격적인 부분은,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강렬한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 물론, 남자와 여자라는 생물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누군가를 이렇게 갈망한 적이 없었다. 그 사람에게 너무나도 강렬하게 끌려서 계속 생각이 나고, 유혹에 결국엔 속수무책으로 넘어가게 된 적이 없었다. 그런 감정이 무섭기도 할 것이고, 그것이 길게 유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은 감정이었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충분히 누려볼 만한 특권이 아닐까? 본인의 감정과 욕망에 가장 충실해져 보는 것. 원래 소설을 즐겨 보지 않는 나지만, 이 소설은 앉은자리에서 뚝딱 끝내버릴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다.


나는 앞으로 사랑에 좀 더 용감해지고 과감해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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