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와 아이들 - 책임감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의외의 순간에서 놀랄 때가 있다.
집에서도, 나의 말투를 흉내내며
부모님과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책임감은 습관이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놀라운 경험이 있다.
만 24개월의 아이의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약 1년 간.
내가 가지고 있는 수업의 기준은 하나다.
나의 지시를 이행할 수 있는가.
전달의 방식은 다양하다.
말로 전달하기도 하고,
몸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직접 자세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다만, 다시 행동을 반복할 수 있는지 여부.
그게 나의 유일한 기준이다.
24개월의 작고 너무도 소중한 존재는,
거짓말 처럼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 무려 3 단어를 알았다.
엄마! 아빠! 말!
말을 너무 좋아한다며 방문했고,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마ㄹ!' 이라
외칠땐, 심장을 움켜쥐었다.
수업 시간 내내, 평소의 2배 3배의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앉아 있는 자세 조차도 불안정하고,
혹여 허리나 목이 다치지 않을까
온 신경을 집중 했다.
앉는 방법 부터, 허리가 어딘지,
멈추는 방법, 이게 엄지야.
하나 하나 알려주기 시작했다.
어느 날, 부모님이 내게 환한 얼굴로 이야기 했다.
'선생님 말투를 따라서 왼쪽! 오른쪽! 을 외쳐요'
아이들을 마주하는 일이기에,
수업 중에 다소 톤을 높여 이야기 한다.
그 톤과 말투를 그대로 집에서 따라한다고 한다.
잘했어~ 칭찬해줘~ 까지도.
웃으며 기뻐했지만, 집에 돌아와서 섬찟했다.
'나 실수한 것 없었나..?'
40분의 수업을 하면,
아이들은 집에가서 4시간을 이야기한다.
그것도 일주일 내내.
상식 밖의 기억력과 재현력으로
부모님에게 모든 것을 알려준다.
사실, 정말로 무서웠다.
내가 혹시나 단 한 단어라도
부정적인 단어를 표현하지 않았을까.
평소, 다시 하지 못 할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말자.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기는 하지만,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이 아름다운 존재는,
말 타는 방법을 배우러 왔다.
하지만, 반대로 내게
책임감에 대해 알려줬다.
'책임감은 습관이다.'
평소의 행동이, 모이고 쌓여서
'나'를 만들고 모두에게 선사한다.
책임감을 가지고 느끼는 것.
그것을 이행하는 것.
모두 한 장면의 사진이 아닌,
진행중인 동영상이다.
왼쪽, 오른쪽을 삶의 최초로 알려준 사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줬던.
덕분에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게 한 것을,
이 친구는 언제가 느낄 수 있을까.
너무도 고마운 존재가
나를 더 좋은 사람이고 싶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