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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미 이프 유 캔'

승마와 아이들 - 세이브

by 로그모리
세이브 - 캐치미이프유캔.png


날아가는 무언가를

잡아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말에서 날아가는 아이를,

잡아 본 적이 있다.



승마를 가르쳐주다 보면

사람의 현재 상황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 요소가 더 있다.


말의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아이들을 태울 때면.


성인의 경우, 힘도 있고 본능도 살아 있다.

뭔가 이상한 상황이 되면,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스스로도 많이 느껴봤고,

성인들 레슨에서 많이 보았던 광경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다르다.

힘도, 본능적인 반응도 부족하다.



처음 날아가는 아이를 잡았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온도, 습도 까지도.


정신을 차려보니, 한 손에 조끼를 잡고

아이가 들려 있었다.


앞을 보며 말을 끌고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라?' 하는 생각과 함께

뒤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뒤를 돌아본 순간,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음?' 하는 생각이 스쳐갈 때,

말 그대로 아이가 공중에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캐치하고,

그 아이의 다리는 말 머리를 스치며 공중에 매달렸다.


아주 잠시간, 놀란 아이가 동그랗게 뜬 눈을 나와 맞췄다.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한 표정으로 우린 2초 정도 무언의 대화를 나눴다.


내가 정신이 들 때 쯤, 아이도 정신이 들었다.

놀란 감정에 울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사람의 본능은 생각보다 굉장히 예민하다.

이유를 꼽기 어려운 순간들에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때가 있다.


실제로 나는 말이 뒷발을 차는 순간들을

많이 피했다.

깨물려고 할 때에도,

도망칠 때에도.


지나고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경험들이

나는 본능이라 생각한다.



처음 공중에서 사람을 잡아냈을 때,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당황스러움이 나를 지배했다.


그리고 예민한 본능에, 반응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이 순간 이후, 더 날카롭게 감각을

다듬고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들과 대화가 불가하기 때문에,

정확한 컨디션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사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스스로도 상태를 알 수 없는 순간들이 많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관심을 가지고 보면,

갑작스러운 상황도 거짓말처럼 직전에 느낄 수 있다.


아는 것이 아니라,

느낄 수 있다.


공중에서 잡아낸 경험이 사실 꽤 있다.

5~6번 정도.


영화 스파이더맨의 대사가 떠오르는 순간들.

(Peter`s thing)



다치지 않은 감사한 경험들이 지나가며,

나는 점점 더 예민하게 느끼고자 노력한다.


아주 단순하다.

관심을 가지면, 보인다.


실제로 지금은 아이들에게도 알려준다.

'집중하면, 알 수 있어.'


그리고 정말로, 반응한다.

이상행동이 나오기 전에 알아채고 느껴낸다.



시간이 쌓여가면서 익숙함도,

동시에 더욱 예민해지는 부분들이 생긴다.


익숙함을 경계하기도 하고,

예민함을 진정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지,

항상 찾으려 한다.


내가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곳이,

내가 집중해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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