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선물

by 강지영

초등학교 2학년인데, 벌써 '수포자'라는 말을 하는 아이가 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나는 못 들은 척한다. 아마도 고학년 형제자매가 있거나, 수학 학원에서 들은 게 아닐까 싶다. 수포자는 수학 포기자를 의미하는 걸로 알고 있다. 벌써 수학을 포기하다니, 교사로서 책임감을 통감한다.


학생들의 수학실력에 큰 차이가 있다. 몇 분 만에 뚝딱 문제를 푸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덧셈 뺄셈을 하면서 열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하는 아이가 있다. 어떤 아이는 손가락 끝을 맞대면서 중얼거린다. 멀리서 보면 무슨 손가락 점이라도 치는 것 같다. 그런 점치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반에서는 수학 교과서로 원리학습을 한 다음에 수학익힘책으로 연습을 한다. 수학익힘책을 가정에서 공부하게 한 적도 있는데, 그렇게 했더니 가정학습이 잘 안 되는 학생이 많아서 지금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학습 주제에 따라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는 수학익힘책을 푸는 대로 나에게 가지고 나오라고 해서 채점을 해준다. 채점을 하면서 틀린 문제를 체크하고 다시 풀게 한다. 오답까지 잘 풀어오면,

"잘했어요. 이건 선물!"

하고 심화학습문제 학습지를 준다.

"에잇, 이게 무슨 선물이에요?"

하면서도 웃으면서 즐겁게 받아간다.

"이 선물은 특별한 선물이야. 아무나 주는 게 아니거든!"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하여 주고받는다.


아이들은 '선물'이라는 말을 듣기만 하여도 기분이 좋아지는가 보다.

"선생님, 선생님은 어떤 선물이 좋아요?"

"으음, 나는 너희들이 잘 풀어오는 수학시험지를 받을 때 기분이 좋아. 그게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이야."

그렇게 말하면 아이들은 진짜인 줄 알고, 말없이 한없이 얼굴이 밝아진다. 사실, 그 마음은 진짜다. 진심이다. 이렇게 아이들과 진심어린 말을 주고받을 때 나는 선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얘들아, 나는 너희들이 잘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커다란 낙이란다. 알고 있니?


KakaoTalk_20230416_120138377_14.jpg 초등2학년 학생이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2023년 현장학습에서.


keyword
월, 수, 금, 일 연재
이전 14화우리 집 바닥은 이웃집 천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