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사진 바꾼 사연

by 강지영

(사진출처 : 인터넷)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도라지꽃을 좋아한다.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먼 시간부터 좋아했다. 나의 부모님은 농부였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밭이 있었는데, 땅이 키워 낼 수 있는 것 중에 사람에게 이로운 것을 여럿 길러냈다. 도라지, 콩, 참깨, 들깨, 가지, 옥수수, 고추, 감자, 고구마 등등. 어느 해인가는 목화를 심었다. 나에게는 언니가 둘 있는데, 언니 시집갈 때 이불솜 해주려고 목화 농사도 지었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목화솜을 따느라 힘들었다. 목화솜을 따느라 얼마나 힘들었던지,

"엄마, 아부지, 나 시집갈 때는 절대 목화 농사짓지 마셔. 내가 돈 벌어서 목화솜을 살 거니까."

"어? 시집은 가려나 보네. 하하"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여기서 써도 되는가, 내가 시집갈 때쯤엔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목화 농사는 커녕 다른 소소한 농사도 짓지 못하셨다. 텃밭에 반찬거리할 정도로 농사일을 줄이셨다.


도라지꽃 얘기를 하려다가 딴 얘기를 하고 말았네. 쩝! 도라지는 흰색 아니면 보라색 꽃을 피운다. 근데 꽃도 예쁘지만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어릴 적, 부모님 농사일도 돕지 못할 정도로 어릴 적에, 밭에 따라간 나는 도라지 꽃봉오리를 터뜨리며 놀았다.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것이 도라지의 생육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어린 딸이 밭에서 노는 것이 마냥 귀여워서 그랬는지 부모님은 나의 행동을 말리지 않으셨다. 도라지 꽃봉오리 터뜨리는 게 얼마나 재미났는지. 그러다가 심심하면 밭두렁에 핀 갖가지 풀꽃을 꺾어서 꽃다발을 만들면서 놀았다. 지금도 도라지꽃을 보면 그 시절이 떠오르고 밭에서 놀던 그 아이, 어린 지영이가 아련하다.


이 글을 쓰면서, 그 옛날 우리 밭에 있던 도라지꽃밭과 가장 닮은 사진을 찾아 글 위에 실었다. 저 도라지꽃밭 사이로 부모님 얼굴이 보인다. 햇빛에 눈부셔 가늘게 눈을 뜨고 어린 딸이 어디서 잘 놀고 있는지 두리번거리시던 부모님 모습을 추억한다. 이 도라지꽃 사진을 찾다가 우연히, 도라지꽃말이 눈에 띄었다. 도라지꽃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란다. 꽃말 그대로 나는 영원히 도라지꽃을 사랑할 것 같다.


처음 브런치를 하면서 도라지꽃을 프로필 사진에 올렸다. 그런데 오늘, 내 얼굴 사진으로 바꾸었다. 우울한 내 기분을 바꾸어볼까 해서다. 이 머리 모양, 이 표정,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약 20년가량 된 사진이다. 그 해 6학년 담임을 했었다. 이 사진이 학생들 졸업 앨범에 들어갔다. 가장 바쁘고 힘들 때가 아니었나 싶다.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교사, 1학년 담임교사가 어려운 업무로 꼽힌다. 딸아이 둘을 키우면서, 6학년 담임교사하면서, 거기다 대학원까지 다니느라 힘들었을 때인데, 어찌 저런 밝은 표정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가득 차서였을까. 이 사진만 보면 나 스스로 빙그레 웃는다. 다시, 희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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