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입양 가족 기다리는" 마음으로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1월 24일 토요일
알바니아에서 일주일간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50여명의 알바니아/몬테네그로 자원봉사자는 각자 나라로 흩어졌다. 몬테네그로로 파견되는 15명은 버스를 타고 3시간 정도 걸려 ‘페츄리체 Pecurice’라는 작은 소도시에 도착했다. 여기서 3개월간 현지 교육이 이루어진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다. 앞으로 머물 호스트 가족을 처음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 1인은 각기 다른 가정에 머물게 된다. 나도 트렁크에서 가장 좋은 자켓을 꺼내 입고 호스트 “가족 상봉식(Welcome ceremony)”에 참여한다. 어떻게 하면 첫인상을 좋게 줄 수 있지 하는 ‘입양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다소 긴장되며 설레인다. 이미 이틀전에 호스트 가족에 대한 간단 기본 정보(동네, 이름, 가족구성, 나이)를 받은 상태이지만, 실제로 얼굴을 만나는 긴장된 순간.
내가 머물 호스트 가족은 혼자 사는 50대 중년 여성이다. 그것이 내가 받은 기본 정보이다. 그 분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성격의 사람일지 무척 궁금했다. 아마 거꾸로 그분도 나에 대해 기본 정보를 들었으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상봉식에서 담당자가 호스트 가족인 슬리자나를 소개해주었다. 나를 소개받자마자 확 끌어 안아서 약간 당황했는데(^^), 아주 씩씩하고 활달한 중년여성이다. 상봉식 내내 내 손을 꼭 잡으며 연신 내 얼굴을 쳐다보며 웃음을 짓고, 말이 안통하니 그냥 중간중간 엄지척(Thumbs up)을 한다. 속으로 “와, 멋진 분을 호스트 가족으로 갖게 되었다. 잘 만나진 것 같다!”라는 안심과 안도와 함께, 나를 이렇게 좋아하는 표정에서 기쁨과 감사함도 동시에 들었다.
일주일 동안 배운 몬테네그로어로 더듬더듬 거리며 이름을 말하고 인사를 한다.
“Ja sam Lois (저는 로이스 입니다.)”
“Drago mi ye (만나서 반갑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지만, 말은 할 수 있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통 모르겠다 ㅎㅎ
상봉식을 마치자마자 슬라자나는 본인 자동차에 내 큰 트렁크 세 개를 싣고 집으로 출발했다. 운전 중 내내 그녀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차 안에서 연신 어깨 춤을 추며, 내 눈을 마주쳤다.
‘와 이렇게 흥이 많은 친구네! 정말 좋은 베프가 될 수 있겠는걸~!’
집에 오자마자 슬리자나는 현지 독주인 라키야를 스트레이트잔에 주더니 건배를 하자고 한다. 얼떨결에 완샷으로 마셔버렸다. 우아, 위스키 이상으로 엄청 세다. 약간의 향이 있는 보드카 같은 느낌.
‘아, 봉사 기간동안에는 알콜 프리로 사는건가 했는데 그게 아니네, 하는 다소의 안심^^’
그러더니 곧 맥주캔 두 개를 더 꺼내온다. 그렇게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커피를 마시며, 과일을 나누며 여러가지 얘기를 했다. 나는 몬테네그로어를 모르고, 그녀는 영어를 모르기에, 우리는 손짓 발짓을 해가며 영어와 몬테네그로어를 섞어가며 자기 소개부터 왜 평화봉사단에 오게되었는지 얘기를 했다. 또 한국에서 갖고 온 선물을 건넸다. 조각천으로 만든 컵받침과 I Love Korea 로고가 있는 장바구니. 한국에 대해 많이 들어봤다면서 한국에서 온 (아마 'made in 베트남' 일수 있는^^) 선물을 엄청 좋아했다.
두 시간 넘게 얘기를 하면서 언어를 몰라도 대화가 되긴 되는구나, 를 느꼈다. 구글번역과 챗지피티를 가능하면 쓰지 않는게 좋겠다는 평화봉사단 스태프의 말이 떠올라, 휴대폰으로 자꾸 손이 가는 걸 억지로 참아가면서…
‘구글번역 없이도 소통이 되는구나!’
슬리자나는 이른 저녁 식사를 정성들여 준비해서 줬다. 맛있는 빵과 스프, 그리고 콩으로 만든 샐러드를 만들어주었다. 몬테네그로에서는 패스트푸드를 거의 안먹는다면서, 모든 음식은 본인이 처음부터 만든 것이라고.
요리를 도와주겠다는 말에 그녀는 No한다. 첫날은 무조건 구경만 하란다. 그러면서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소개해주고, 각 야채 이름을 몬네테그레어로 얘기해준다. 다 외우지는 못하지만 따라한다. ‘이렇게 언어를 배우는구나. 이러면 정말 빨리 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혼자 영어 공부를 하는게 혹은 튜터링을 받으면서 얘기하는게, 얼마나 더딘, 그리고 단조로운 학습방법인가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머물 방은 아기자기하다. 1인용 침대, 협탁, 의자, 옷장. 이렇게 단촐하다. 그런데 예쁜 발코니가 있다. 발코니에 나가면, 우와~~ 뒤로는 파릇파릇 산이 보이고, 앞에는 파란색의 아드리아해가 보인다. 백만 불짜리 뷰를 가진 방에서 3개월 정도 생활하게 된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
슬리자나와 만들어갈 우정도 기대가 된다. 또 지금은 한꺼번에 들어오는 낯선 정보의 양에 압도적인 느낌도 들지만, 몬테네그로의 문화와 언어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작은 잔 하나로, 우리는 말보다 먼저 친구가 되었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몬테네그로에서 첫날을 보낸다.
사진
(1) 몬테네그로로 먼너 떠나는 나를 배웅해주는 알바니아 자원봉사자들
(2) 호트스 가족 상봉식
(3) 내 방에서 바라본 아드리아해
(4) 호스트가 해 준 첫 끼니 - 스프 이름을 까먹었는데 정말 맛있다. 그나저나 여기 빵이 정말 맛있다. 두 세개는 기본. 탄수화물 칼로리로 갈등이 살짝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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