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3. Where Classrooms Come Alive
어릴 때부터 해외의 토론식 수업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기억이 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손을 들고 발언하고, 선생님과 대등하게 토론한다는 교실 풍경이 늘 궁금했다. 덴마크 IPC 세계시민학교(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에 입학하기로 마음먹었던 이유 중 하나도 이런 교육을 인생에서 꼭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어서였다.
첫 수업 날 아침, 설렘 만큼이나 두려움도 컸다. 한국에서 받은 강의식,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내가 과연 말이라도 한 마디 꺼낼 수 있을까? 심지어 영어로 말해야 하는데? 아니, 의견을 말하는 건 둘째치고 내가 과연 선생님과 친구들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는 있을까?
선생님께서 덴마크의 복지 제도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셨을 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조용히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필요하면 수업 내용을 받아적을 요량으로 펜과 노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업을 시작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질문이 날아왔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여러분이 살고 있는 나라는 어떤가요?"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가 자신의 나라의 사례를 꺼내며 이야기를 시작했고, 프랑스에서 온 친구도 곧이어 자신의 경험을 덧붙였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찰나의 순간 몇 안 되는 한국인 친구들과 눈빛을 교환했는데, 모두 같은 마음임을 느꼈다. 다른 나라 친구들에게 한국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전하면 안 된다는 약간의 부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꺼냈다. 정답은 없었고, 그 누구도 판단하거나 평가하려 하지 않았으며, 모두가 서로의 생각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있었다.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은 어렵지 않았다. 수업에 점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번엔 어떤 질문이 나올지, 내가 어떤 경험이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을지 계속 의식하면서 수업을 들었다.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도 더욱 귀 기울여 듣게 됐다.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연결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IPC에서 수업을 듣다 보면, 선생님께서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지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매번 새로운 주제를 다룰 때마다 학생들 각각의 나라 상황을 미리 공부해 오셨고, 어느 날은 우리 이름 하나하나의 뜻까지 알아 와서 출석을 부르며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셨음에도 불구하고, 있던 교재를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주제를 바탕으로 매번 새롭게 수업 자료를 직접 만들어오셨다. 매 수업이 놀라움과 감동의 연속이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함과 존경심이 자연스럽게 피어올랐다.
덴마크 사회에 대해 다룬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에 따르면 덴마크의 공립학교에서는 7학년까지 점수를 매기는 시험이 없고 8학년부터 점수를 매기더라도 등수를 매기지는 않는다. 9학년에 보는 졸업시험도 학생들의 진로를 조언하는 데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지 등수를 나열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공부를 잘하는 것은 학생들 개개인이 가진 여러 능력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성적우수상이라는 것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매번 20문제를 다 맞히는 학생만 칭찬받는 것이 아니라 지난 시험에서는 2문제를 맞혔는데 이번 시험에서는 5문제를 맞힌 학생도 칭찬받으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덴마크 교육의 특징이다. 그 어떤 아이들도 차별받지 않고 다닐 수 있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고, 이는 '학생들은 매우 다양하며 그들을 다 포용해야 한다’는 전제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교육에 대해 생각했다. 정해진 커리큘럼과 답이 정해진 교재를 가지고 빠르게 진도를 나가며 암기를 하는 것이 중요했던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돌이켜보면 나는 수업 시간에 늘 답을 찾으려고만 했지 좋은 질문을 만들어보는 연습은 해보지 않았다. 내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채로운 시각을 다듬어가는 기술도 충분히 익히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궁금증이 대화의 재료였고, 높은 점수와 등수가 아닌 서로 다른 경험과 생각이 학습의 원동력이었다.
덴마크의 교육 방식을 직접 경험하면서 어떻게 이곳에서는 ‘대화하는 교실’이 존재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내일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선생님으로부터, 친구들로부터 또 어떤 색다른 관점을 배우게 될지 기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