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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김정 Oct 18. 2024

이 이야기만 하면, 아무도 저를 믿지 않습니다




기묘하긴한데, 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원래 본업은 아닌데 말이죠.


참고로 전 웃기고, 재밌고, 즐거운.

교훈 같은 건 절대 없는, 그런 이야기를 주종목으로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가 추적추적(주룩주룩인가요) 내리고, 어둑어둑하고, 뭔가 나올 것 같은 날에는 이런 이야기가 하고싶어 근질근질합니다. (조금 있으면 할로윈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하나 하는 겁니다.     


다름 아니고 고등학교 땝니다.


일명 질풍노도 때 이야깁니다.

질풍노도란 감정의 변화가 마치 강한 바람과 성난 파도처럼 심하게 나타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일단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 때 좀 기묘한 일이 있었습니다.      


다 읽고, “이것 참 묘하네.” 머리를 긁적일 겁니다.

이번에도 약속합니다.

약속을 지킨다고 해서 뭐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학교 괴담 잘 알 것입니다.

그게 뭔지.


그런 학교 괴담에는 곧잘 신령한 것이 따라다니곤 한다. 내 경우에는 뱀이었다.

레파토리는 엇비슷하다.

학교를 지을 때 공사장에서 뱀을 죽였다로 시작한다.    

 

뱀의 종류가 중요하다면, 사족이지만, 황구렁이다

황구렁이는 옛날부터 우리 주위에 서식하는, 독도 없는 무해한 뱀이다.

오히려 신령이 있다고 믿어져온 생물이다.

함부로 죽여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헌데 그걸 죽인다면 어떻게 될까.

죽은 뱀이 원한을 품고 재앙을 내리는 거다.

그걸 갖다쓴 게 괴담의 원형이 되는 거고.

클리셰라는 얘기겠죠.     


내 초등학교 시절 괴담도 그랬다.


교사 건물을 짓다가 인부가 실수로 황구렁이를 죽였다.

입학하기 오래전 일이라 진위 여부는 모른다.

어쨌든.


그 뒤로 학교엔 소풍을 가거나,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비가 온다는 거다. 잔칫집에 소금을 뿌리듯이.     


정말 그랬을까.

정말 그랬다.      


소풍날만 되면 신기하게도 그 학교에서는 몇 번 비가 와서 무산된 적이 있다.  

알록달록한 소풍 가방을 내려놓고, 책가방을 메고 어깨가 처져 등교를 하고, 수업을 받았다.

교실 창문으로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면서.     


허나 “결국 학교 괴담 따위에 불과한 거 아니야.” 할 것이다.

그렇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오는 구전 괴담이다.

구전 괴담은 과장도 들어가고, 허풍도 좀 있고, 전하는 이의 감정도 일부 개입되게 마련이다.

불과한 것 아니야 하면, 당연 그렇다는 거다.

전적으로 믿을 건 못된다는 얘기도 된다.

비가 내린 것도 어쩌다 타이밍이 맞은 걸 꿰다 맞춘 것일 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질적으로 다를 수 있다.


다를 수 있다고 하는 건 누군가에게는 뻔한 괴담에 다름 아닐 수 있어 하는 말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뭐가 다른 걸까.


우선 죽음에 이른 경위부터 남다르다.    

  

대개는 실수로 죽이는데, 이 경우는 죽이지 않아도 되는데, 죽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전으로 전할 필요도 없이 몇 년 되지도 않은 따끈한 신상같은 이야기다.


내 고등학교 때의 일이니까.


틀리고 자시고도 없다. 전하는 이의 감정이 개입할 여지도 없다.

내가 경험하고, 내가 전하는 거다.     




우선 그 문제의 고등학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난 신설 공립고등학교를 들어갔다. 1회 입학이다.

당시도 고등학교 배정은 추첨식이다. 추첨식이라고 하지만, 내가 다닌 중학교는 이름만 대면 아는 두곳의 고등학교로 정해져 있었다.


아이들은 당연한 듯 두 학교로 갈렸다. 청군, 백군 하듯이.      


그런데 나와 반장은 아니었다.

내가 다닌 중학교 반에서 그 학교에 배정받은 학생은 반장과 나, 딱 두명 뿐이었다.

이유는 모른다.

이유는 모르는데 따라야 하는 게 세상엔 좀 있다.     

여튼.


“이김정은, **고등학교!” 라고 했을 때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 학교도 있었나.     


선생님께 묻고, 어른들에게 물어 물어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다른 아이들은 그럴 필요도 없었는데, 이건 영 귀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입학금도 내고, 입학서류도 써야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헌데 귀찮은 것보다 더한 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적어적 찾아가보니.

교사 건물만 달랑 한 동이었다.

운동장은 시뻘건 황토 뻘밭이었고.

뒤에는 또다른 교사를 쿵쾅쿵쾅 하고 짓고 있었다.

학교라기보다 공사장이었다. 시쳇말로 노가다판이었다.     

 

세상에.

그런 곳이었다.     


여기서 눈치챘을 것이다.

맞다.      


뒤편 교사의 공사장에 황구렁이가 있었다.

학교는 산자락을 면하고 있었고, 서울에서도 몇손가락 안에 드는 제법 깊은 산이다.

뱀이 출현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러니 뒤편 교사를 지으려 부지를 막 다지려는데, 황구렁이들이 또아리를 치고 있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뱀들은 아마도 어미와 새끼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럴 땐 모른 체 하고 도망가도록 놔두면 그만이다.     


헌데 어느 인부가 호승심에 “야, 이놈들 봐라.” 하고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되는 뱀을 죽였다.

그중 어미를.

아마도.     


무해한 동물을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지 않았을까.

어미는 새끼들을 보호하려 했을 뿐인데.

하지만 이미 저지른 일은 되돌릴 수 없다.


세월이 흘러 그 터에 교사 건물이 세워졌다. 그리고 그곳엔 우리 밑에 학년이 들어와 채워졌다. 우리는 2학년이 되었고.     

그 다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없었다.

그렇겠죠.

그냥 뱀 하나가 공사 중에 죽었을 뿐이니까.


그래서 이 사실을 아는 이도 별로 없다.

이름도 모르는 옆반 아이가 지나가며 하는 얘길 들은 게 나도 전부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애도 “그런 얘기를 했다고, 내가?” 놀라는 거다.     


아무튼 그런 사소한 뱀 하나가 죽었다고 세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걸 말하는 거다.     


괴담이고, 뭐고.     


당연하지 않을까.

괴담이란 거 자체가 원래 넌센스 아닐까.

솔직히 난 그렇게 믿는 쪽이다. 

그 일이 일어날 때까지는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이다.


야간 자율 학습을 하던 날중 하나다.


야자가 전에 없이 지겨워졌다. 혈기왕성한 아이들을 붙잡아두었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내 경우는 단지 지겨워진 것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마침 당시 나는 어머니에게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얼마 전이었다.

이유는 없다.

학교가 싫었나. 아니다.

건방질 수 있는데.


좀 우스웠다.

라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배울 바에야, 단칼에 검정고시 패스하고, 대학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체육시간도 우습고, 음악시간도, 미술 시간도 우습다. 이런 걸 왜 배우지 했다.

건방이 하늘을 찔렀던 거다.


그때 난 그랬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이해가 안되지만.     


그러니 야간 자율학습이 이 세상에서 가장 우스웠다.

각자 알아서 하면 되지 않나.

아이들을 모아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건가.     

공부란.

할 녀석은 하고, 하고싶을 때 되면 다 하는데 하고.     


이렇게 말은 거창하게 하지만, 결국 이 야자에서 잠시 쉬고 싶었던 게 전부다.

적당한 핑계거리를 만든 거고.     


아무튼 그렇게 해서 반친구와 눈이 맞아 몰래 빠져나왔다.     


나오긴 했지만, 어디로 갈까 잠시 망설였다.


야자가 종료될 즈음, 감독선생님이 반장으로부터 출석 체크를 받기 때문에 멀리 갈 수는 없었다.

허나 나는 가도 된다.

왜냐.

나야 학교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인 만큼 될대로 되라 식이었으니까.

이 참에 하고.     


하지만 반친구는 난처해 했다.

“야자 빼먹은 걸 울 엄마가 알면.”

그래, 알았다.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뒷동 교사를 보았다. 어둡고, 텅텅 비어있고,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다.

우린 모퉁이에서 때를 기다렸다가 그곳으로 갔다.     


뒷동 교실은 1학년이 쓰는 곳이지만, 야자가 없었다. 모두 하교를 해서 비어있다.

아니, 1학년이지만, 야자를 지원한 학생도 있다.

근데 그 애들은 앞동 시청각실에서 공부를 하도록 돼있다. 감독선생님 손이 한푼이라도 덜 가게 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이렇다보니.

뒷동 교실은 전부 텅텅 비어있었고, 불이 꺼져 어두웠다.

발밑을 구분못할 정도로 굉장히 깜깜했다.

그점이 오히려 숨기에는 제격이라 반겼다.

그래서 그곳으로 갔다.     


그곳의 어두운 교실에 자리를 잡고, 목소리를 낮춰 잡담을 나누고, 책상을 붙여 눈을 붙였다.   

  

“잡담 나누고, 잠만 잔다고? 그럴려면 야자나 하지 뭐하러.” 하고 의아스럽게 생각할테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쪽 야자 교실이 더 우스웠다는 거다. 더 지루했고.


그런데, 였다.


깜깜한 교실에 둘이 있는데.

어둠 속.

멀리서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터벅 터벅 들려왔다.

뭘까?     


뻔하다.

경비원 순찰이다.

그렇지만, 다른 일면에서 놀랬다.

순찰이 지난 것을 모퉁이에서 확인하고 왔는데, 왜 또 하지?

라는 의문이었다.


원래 두 번씩 했나.

뭐, 바뀔 수도 있으니까.     


의문은 거기까지뿐 대처하면 된다.

게다가 어떤 것인지 대충 아니까.     

손잡이가 있는 제법 구색을 갖춘 손전등을 들고, 표찰이 있는 층마다 순찰을 도는 거다.


경비원은 오십이 조금 넘었나.

입은 무겁고, 그래서 퉁명스럽고, 근데 갖고있는 신념이 있다면 그걸 죽을 때까지 거역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설명은 길었는데, 한마디로 표현하면 고집스럽고, 대신 일만큼은 성실히 할 것 같은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일을 하는 거니까 라고.

내 입장에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 우리도 우리의 일을 하면 된다.     

 

경비원이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고, 손전등 불빛이 어둠 속을 뚫었다.

우리는 책상 밑에 숨어 가만히 숨을 죽였다.

잠깐인데도 긴장이 되고, 손에 땀이 쥐어졌다.  

이게 뭐라고.   


생각보다 순찰은 금세 지나갔다. 이쪽 복도에서 왔나 싶은데, 벌써 저쪽 복도로 가버린 거다.

어. 정말 이게 뭐지.     


계단을 오를 때만 해도 천천히 걸어오더니.

우리쪽 복도에 이를 때다.     


“다, 다, 다.”     


쏜살같이 지나갔다.

백미터 달리기 하듯이.     


솔직히 이건 순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할 만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간 거다.

해야하니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기분의 순찰 정도랄까.

이건 내가 알던 그 경비원이 아니라는 느낌도 있다.

착각이겠지만.     


“저 아저씨, 참 설렁설렁 일하네.”

반친구가 어이가 없는지 한마디했다.


그렇긴 한데.

입을 다물었다.

내 생각이 꼭 맞는 건 아니니까.


그후 친구는 붙인 책상에 다시 누워 잠이 들었고, 나는 교실 뒤편으로 갔다.

잠이 다 깨버렸기 때문이다.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며 뒤편 교실 창문으로 바깥을 구경했다.     

음습해보이는 산자락이 코 앞이다.

      

그때였다.     


돌연 빛이 번쩍 했다.

나는 멈췄다.

창문인가. 아니다.

내 뒤에 있는 교실 뒷문이다.     

고개를 돌렸다.


빛이 거기 있었다.

문 밖에 사람이 서있는 것도 분명 느껴진다.     

경비원이 돌아온 걸까.

그럴 거다. 누가 오겠는가.    


친구 쪽을 보았다. 그애는 태평하게 책상 위에서 잠들어있었다.  

   

‘경.비.원.이. 왔.어.’


소리를 내지 않고 입으로만 말하니 소용이 없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이걸 전달하지.

걸어갈 수도 없고.     


다시 문을 본다. 문과 바닥의 틈새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다.

이제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만이다.


어떻게 할지 망설였다.

달리 방법이 없다.

이대로 들키는 것 밖에는.

포기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사초, 오초, 육초...


타이밍이란 게 지났다.     

문을 열고 들어올 타이밍이다.

만약 거기에 경비원이 있다면 말이다.

이건 직감도 도 아니다.


경비원이 들어와야 할 때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왜일까.

왜 들어오지 않을까.

뭘 망설일까.     


러나 반대로 생각한다면.

다행인 거다.

들어오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저쪽도 혹시나 다시 와본 거지, 와보니 노파심인가 싶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다 라는 거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매우 충분히.


해서 인기척만 내지 않는다면 들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이럴 때 반친구도 조용히 자주면 좋겠다. 또 괜히 일어난다고 소리를 내면 들킨다.

친구를 보니 요지부동이다.

잠이 깊게 들었나보다.

됐다.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는 그렇게 대치를 이어나갔다.     

시간이 째깍째깍 흘러갔다.

계속 시간이 흐른다.   

  

아, 아.

그러나.

너무 긴 거 아닌가.     

이런 건 정말 이상하지 않을까.     


이번엔 다른 쪽에서다.     

갈 때가 되었는데.

왜 가지 않느냐는 거다.

아니면 반대로 왜 들어오지 않느냐도 되고.

조바심이 생긴다.


대체 왜 저렇게 문 밖에서 서있기만 한 걸까.

어째서, 왜?


혹여 가정해본다면.

저쪽도 신중하다보니 그런 거라고.

그래서 문에 귀를 대고 이 안의 인기척을 듣는다고 해보자.

그렇지만 그것도 문제다.

너무 오랜 시간 귀를 대고 있다는 거다.

대체 뭘 들으려고.

경비원이.


자신의 일만 성실히 하는 과묵한 경비원이.

무엇을 들으려고 그렇게 오랫동안 문에 대고 귀를 기울이고 있나.  

   

이러니 심장이 조금씩 두근거려왔다.

내 안에 뭔가가 불길한 육감을 느끼는 거다.     


만약 저 문 밖에 있는 것이.

만약 말이다.

경비원이 아니라면 하는 가정은 어떨까.     


경비원이 아니고, 다른 존재라면.


그렇다고 등골이 오싹해지거나, 쭈뼛 소름이 돋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심장만 두근거릴뿐.

왜냐면.

감독선생님이나 땡땡이를 친 다른 반 아이, 이겠지.

들어오려면 어서 들어오라지.


그런데 문 가까이 다가가서 손잡이를 열고 열 자신은 없다.     

절대 열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으니까.

누가?

내 몸 속 깊은 데 자리한 이.     

그것만은 이상하리만치 막고있다.


게다가 이 건물을 세울 때 일어난 뱀의 죽음도 자연스레 떠오른다.

생각하고싶어서 생각한 게 아닌, 상황이 그렇다보니 떠올린 거다.

공포영화를 보고난 후 귀신을 떠올리게 되고, 병원 가면 있지도 않을 내 잠재적 병을 떠올리는 것처럼 그런 따위일 뿐이다.


그래서 강하게 부정했다.

뱀 같은 건 절대 아니라고.

그런 괴담 따위 믿지 않을뿐더러.

웃기지 않나.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괴담이라니.     


그런데 이건 있다.     

혹시 말이다.

지금 내가 서있는 이 자리가 그 뱀이 죽은 자리라면 또 어떻게 되는 걸까.     


하아. 그래도 상관없다.

섬찟하긴 하지만, 그래서 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난 괴담같은 건 정말 믿지 않는다.

그런 건 말도 안된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문 밖에 있는 건 그것과는 무관하다고.     


그렇지만, 난 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떼면 안될 것 같았다.

영화에서 보듯이 눈을 떼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문 밖  무언가 뒤에서 와락 달려들 것 같은 거다.

그런 본질적인 공포만은 떨쳐버릴 수 없었다.

설령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무방비가 되고 싶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서로 문을 사이에 두고 그렇게 서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학교를 이전보다 참 열심히 다녔던 것 같습니다.      


왜냐면.

질풍노도의 시기니까요.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겁니다.

갑자기 다시 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싶어졌다는 겁니다.

그뿐.

어머니는 좋아하셨죠.

철 들었다고.

아닌데.     


참, 그때 문 밖에 있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이 얘길 해야겠죠.     


저와의 대치후 한참 뒤 빛이 갑자기 꺼졌습니다. 갑자기 켜질 때처럼 말이죠.

경비원이 사라졌는지, 아니면 어떤 존재가 사라졌는지 둘중 하나이겠죠.     


그렇지만, 다음날 확인해보았습니다.

그게 뭔지 말이죠.

저도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니까요.


괴담 같은 건 없다. 그러면 뭘까 하고.


그 교실이 있던 부근에 가니 고장나 제멋대로 깜빡이던 가로등이 있었습니다.


조작도 안했는데, 갑자기 켜지고, 또 제멋대로 꺼지는 겁니다.

어떻게 아냐하면, 전기 수리공이 와서 사다리를 놓고 가로등을 고치고 있었으니까요.

옆에서 행정과 선생님이 부연 설명을 하는 걸 들었고.   

   

그래서 전날밤 갑자기 켜졌다, 꺼졌다 했던 걸지도.


기대하셨을텐데, 괴담같은 건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요 라고 다시 묻는다면.

글쎄요.


음.     

실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면 그날 경비원의 야간 순찰 따윈 애초에 없었다고 합니다.

감기에 걸려 비번이었다라고.     


그러니 이 이야기가 기묘한 이야길 수 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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