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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Jun 05. 2017

런던에서 만난 미켈란젤로

예술사-미켈란젤로의 '타데이 톤도'

미켈란젤로의 '타데이 톤도'



‘로열 칼리지 옵 아트(Royal College of Art)’는 런던 중심가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지척의 거리에 있다. 영국 미술사에 꼭 등장하는 이 로얄 아카데미 위층 전시실로 올라가면 오른편 벽 유리창안에 전시되어 있는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의 조각(부조) 작품인 ‘타데이 톤도(Taddei Tondo)’가 걸려 있다. 전시실 문에서 벗어나 바깥 외벽에 설치되 있어서 깜박하면 놓칠수도 있다. 여기서 ‘톤도(Tondo)’란 둥근형태의 그림이나 조각을 말한다. 영어에선 적어도 지름 60cm는 되야 ‘톤도’로 불릴 수 있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다비드( David) 상’을 거의 끝낸 시기, 즉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을 받아 로마로 가기 전 작품이라 1504-05경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미완성의 작품이다. 그럼에도 작품을 주문한 ‘타데오 타데이(Taddeo Taddei)’라는 피렌체의 귀족은 흡족해 했고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하니 미완성임에도 거장의 손을 거친 작품을 그가 알아 보았나 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원래 타데이의 피렌체 집인 ‘타데이 성(Casa Taddei)’에 있었으나 19세기초인 1822년 영국의 ‘조오지 보몬트 경(Sir George Beaumont)’이 여러 경로 끝에 구매한 후 자기 영지에 두었다가 후에 이 로얄 아카데미에 기증하였다고 한다. 영국의 유명 풍경화가인 콘스터블도 와서 스케치를 했다고 한다.

타데이 톤도 스케치



이 조각에는 세명의 인물이 등장 한다. 아기 예수, 성모 마리아 그리고 세례자 요한이다. 세례자 요한은 르네상스 도시 피렌체의 주보성인이다. 세례자 요한의 이름에 걸맞게 세례반(bowl. 영세때 쓸 성수를 담은 그릇)이 뒤편으로 보인다. 그의 손에는 황금방울새(goldfinch)를 들고있다. 6촌 동생인 아기 예수에게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미완성이기에 황금방울새인지 확신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성령(Holy Spirit)’을 상징하는 비둘기도 될수 있다. 하지만 이 새가 황금방울새로 보는 것은 이 조각의 주제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황금방울새는 가시(?)를 먹고 산다고 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수난(passion)을 상징하며 르네상스의 성모자상 회화에 이 새가 자주 나온다. 세례자 요한이 이 새를 자기보다 6개월 어린 아기 예수에게 보여줌으로 앞으로 다가올 그리스도의 수난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각의 정중앙에 위치시켜 이 새를 중심으로 왼편에 세례자 요한, 오른편에 성모 그리고 아래쪽에 아기 예수를 각각 위치시켰다. 평화로운 장면이지만 수난이란 상징이 중앙에 있어 이 조각을 다시 보게 한다. 조각의 앞쪽 아래에서 아기 예수는 엄마 치마자락에서 몸을 대각선 모양으로 왼쪽으로 틀며 깜짝 놀라 엄마품으로 안기는 동작이다. 신성( Divine Nature)과 인성(Human Nature)을 동시에 지닌 예수는 이 장면에선 완전한 인성만을 드러낸다. 황금방울새를 보며, 즉 미래에 다가올 자신의 수난에 흠칫하며 놀라는 아기 행동모습 그대로 보여주며 ‘할수만 있다면 멈추어 달라’고 울부짖은 복음서 십자가의 수난 장면을 그대로 예고한다. 신성보다 인간의 살과 피를 취한 ‘성육신(incarnation)’의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상기시킨다. 덧붙여 아기 예수의 나신을 그대로 드러낸 것도 르네상스 회화와 마찬가지로 예수의 완전한 인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함이다. 이 부조는 어찌보면 두 아기들이, 으레 아기들이 그렇듯, 개구장이같이 장난치는 자연스런 장면이다. 그러나 이 장난속에 숨어있는 신학적 모티브를 읽을 수 있으며 이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성모의 얼굴은 미켈란젤로의 바티칸 피에타 조각상과 비숫한 옆모습이다. 그리고 놀라 품안에 들어오는 아기 예수를 넉넉히 받아주는, 즉 성모 본연의 거룩한 모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켈란젤로는 그의 첫번째 피렌체 시기 동안 다른 톤도도 제작했는데 하나는 회화인 ‘도니 톤도(Doni Tondo. Florence의 Uffizi  소장)’이고 다른 하나는 대리석 부조인 ‘피티 톤도(Pitti Tondo. Bargello, Florence)’이다.  타데이 톤도를 다른 톤도 작품들과 비교하면 이 타데이 톤도와 같은 드라마와 감동은 별 없는 것같다.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작품은 여럿이 있는데 왜 그가 미완성으로 남겨 두었는지는 미술사학자들간의 뜨거운 논쟁거리다. 그가 너무 많은 작품을 주문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설이 다수이지만 또 첫 미술사가인 지오르지오 바사리(Giorgio Vasari. 1511-1574)가 말한 것처럼 천재인 미켈란젤로도 예술가적 창작의욕 상실과 아이디어 부재에 심히 고뇌해서 그렇다는 설명도 그럴 듯하다. 그래서 바사리는 그를 고뇌하는 천재로 묘사했다. 하지만 이런 미완성, 특히 이 타데이 톤도는 개인적으로 미완성 그대로가 더 좋은 것같다. 원 주문자인 타데이도 미완성이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말을 돌려, 경주 남산은 신라시대 수많은 절터와 불상들이 있었고 지금도 많이 있다고 한다. 지역 사람들은 남산의 불상들은 조각가가 돌을 쪼아서 만든게 아닌 돌 안의 불상을 ‘들어냈다’거나 ‘꺼집어 냈다’라고 표현한다. 그것처럼, 미켈란젤로도 종종 그리스 예술의 경구를 음미했다고 한다.


예술가는 “갇혀있는 형상을 발견(discovering the form which lies within the marble)”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우리 관람자는 이같은 미완성의 작품이 대리석 원석에서 완전히 해방되기 전의 형상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동양화의 ‘여백의 상상’을 이 작품에 대입시켜 볼수있다. 관람객은 이 여백, 즉 조각의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다 자신의 상상을 덧붙여 볼수 있는 재미가 여기있는 것이다. 원석 대리석에서 아직 해방되지 않은 장면을 상상함으로서 관람자 자신도 이 예술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고 구원의 신비를 읽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묵직한 신학적 주제를 빼고서 그저 엄마품으로 피신하는 아기와 장난하는 아기를 바라보는 따뜻한 모정의 한 장면으로 봐도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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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Taddei Tondo', c. 1504-05. Michelangelo. Carrara 대리석. 106.8 centimetres (42.0 in), depth of carving 7.5 centimetres (3.0 in) to 22 centimetres (8.7 in).영국 로얄 아카데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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