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49) - 은평구 불광동의 '오두리두부'
'고독한 걷기행'의 소재가 될 '북악산' 도성길의 코스를 마치고, 손두부를 만나러 불광동 '독바위역'까지 찾아가 봤다. '숙정문'을 지나 삼청동으로 하산하는데, 하산하는 길로 어울리지 않게 붐비는 카페 거리가 나와서였을까? 산행 후 대표 음식이긴 하지만, 굳이 꼭 두부가 생각났던 이유가 말이다.
그렇게 안국에서 3호선을 타고 버스도 한 번 갈아타 꾸역꾸역 도착한 곳. 불광동의 외곽이자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손두부집. '오두리두부'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 '오두리두부'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0:30 ~ 19: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사진과 같이 가게 앞으로 1대 정도 가능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모든 메뉴의 중심은 두부. 전형적인 손두부집이다.
- 사장님의 두부에 대한 프라이드가 굉장했다.
- 잘 잡힌 모양과 별개로 입안에서는 부드럽게 퍼지는 고소한 두부의 맛.
- 맛보았던 두부 중에선 손꼽힐 정도다.
- 북한산 일대를 등산한다면 하산 후 방문을 권장.
도착한 '오두리두부'. 역시 북한산 자락이라 그런지 오는 길로 보이는 산행과 어울리는 음식점들. 그래, 이 풍경이었어야 했다. 하산 후 마주한 삼청동의 세련된 카페 골목. 부조화스럽기도 하고 뭔가 헛헛하기도 한 기분. 굳이 찾아오길 잘했다.
자, 간판을 슥 살펴보는데 '상호'는 참 귀엽다는 생각. 할머니의 일러스트도 보이는구나. (음. 사장님의 어머님이시지 않을까? 추정해 본 필자다.)
가게 외관으로 보이는 방송의 흔적들. 사진 속 사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렇다.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집. 필자도 스윽 지나가는 방송으로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집어뒀던 집이기도 하다.
외부에 붙은 메뉴판도 한 번 슥 확인을 해주는데. 온통 두부로구나. 뚝배기나 그릇에 나올 식사류, 각 잡힌 두부들과 거나한 찌개들로 보이는 안주류로 구성. 마음에 든다. 들어가 보자.
내부는 생각보다 넓다. 필자는 늦은 오후 시간에 방문했는데, 영업 끝물의 손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자리를 잡고 앉았다. 유명인들의 사인 및 글귀들이 황톳빛 벽면 곳곳에 붙어있더라. 게다가 흘러나오는 나훈아의 음악. 참 좋다.
미리 찜해 두었던 두부부침, 청국장을 막걸리와 함께 주문.
직접 두부를 뽑는 공간도 확인이 가능했다. 이른 아침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이곳에서 고소한 향을 만드시는 것인가? 기대되는구나. 두부의 명가 '오두리두부', 전반적으로 기운이 범상치가 않다.
먼저 기본 찬부터 등장. (이후 셀프서비스다.) 음, 김치, 콩자반, 파간장, 열무김치, 깻잎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콩자반도 함께 있어 좋다. 김치 또한 집 김치의 맛. 소박한 찬들 같으면서도 좋다는 생각이다. 특히나 막걸리, 두부와 한상 하기엔 말이다.
청국장이 나와주며 본격적인 식사 시작. 콩을 다루는 집답게 콩의 비중이 많은 청국장. 두부와 애호박 정도로 구성된 청국장인데, 가볍게나 두부를 맛볼 기회. 한 입 뜨는데, 으음? 두부가 예사롭지가 않다. 두부의 모양은 하고 있는데, 입에 넣는 순간 퍼지는 맛. 진한 청국장 맛에 가려졌으나 꼬소한 향도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 같은데.
이 한상만으로 막걸리 두어 병은 끄떡없을 것 같더라. 이어 나올 두부부침 또한 기대감 증폭.
자, 등장해 줬다. '오두리두부'의 두부부침. 이건 사장님이 직접 서빙을 해주셨다. 내주시면서 발산해 주시는 자신감. 기절할 맛이라 하신다.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그런 것 있지 않나? 맛을 보기도 전에 가게의 음식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 맛이 배가 되는 느낌.
그 열정의 대상이 누구에게나 단출할 수 있는 소박한 두부부침이기에 더욱 그랬다.
이 볼 것 크게 없는 간단하게 생긴 녀석을 관찰. 부친 표면이 일반 두부와 같이 매끈매끈, 반들반들하지가 않다. 공기층이 많기 때문인 듯. 확실히 청국장의 두부를 먹을 때 느껴졌다. 모양은 유지되어 있는데 입에 넣는 순간 파삭, 하고 부드럽게 퍼지는 맛.
두부가 그래서인지, 부친 모양에서부터 단면의 구멍, 공기층이랄까? 그런 게 불규칙한 단면이 보이더라. 때문에 부쳐진 색감 또한 굉장히 먹음직스럽다. 자, 한 입을 베어 물어보는데.
아, 이거 굉장히 훌륭하다. 마찬가지로 부쳐 내어 질겨진 겉면과 다르게 속은 굉장히 부드럽구나. 두부의 입자들이 느껴지기도 한다. 속은 이리 부드러운 것이 어찌 이런 모양을 유지 중인 것인지 싶을 정도. 고소한 향도 자비 없이 입안에 퍼져나간다.
이거 육즙 두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두부스테이크. 정말 맛있다. 두부부침에게 이리 감탄하기도 처음인 듯싶구나. 두부 자체의 꼬소름한 향은 느낀 것 중에 가장 좋았다. (그래봐야 스쳐 지나가듯 만난 두부거나, 아차산의 '할아버지손두부', 응암동의 '이김순두부' 정도이지만) 그중에서도 손두부 본연의 맛은 가장 크게 와닿았다고 해야 하나?
사장님이 프라이드를 가지실만하다. 두부치고 값은 있는 편인데, 돈이 아깝지가 않을 정도. 독바위역 인근에서 정말 귀중한 음식점을 만났구나.
더해 두부부침과 화력을 발휘한 것이 기본 찬들. 각기 찬들과 장에 찍어 먹는 맛이 다 제각각. 신김치에 싸 먹어도 그만이며, 깻잎지 얹어먹어도 그만이다. 파간장이라 해야 할지, 저 장은 새우젓 비스무리한 찝찌름함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절여진 파들을 얹어 먹어도 그만이더라.
순박해 보이는 두부를 중심으로 반찬들이 끈끈한 전우애를 펼친다.
그렇게 필자 또한 전투에 참여해, 남김 없는 만족감의 전투를 한바탕 치렀다.
'오두리두부'. 아마 먼 곳에서 두부 요리를 굳이 찾으러 온다면 다소 부담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주 찾는 북한산 일대를 등산한다면 등반 이후 코스로 포함시키기에 좋을 곳이다. 아니, 인근을 산행이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찾는다면, 겸해 꼭 방문해 보기를 추천하고 싶구나.
필자는 다른 메뉴들도 맛보기 위해 또 한 번 방문할 예정이다.
척 봐도 나훈아 같은 풍채의 사장님의 깊은 두부요리. 그 요리에 가지고 있는 열정만큼은 나훈아 뺨치는 듯 보였다.
먹는 입도 듣는 것도 즐거웠던 방문. 불광동의 '오두리두부'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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