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기 푸들은 그 건강하고 활발한 몸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신세를 꽤나 여러 번 졌다. 다행히 아주 심한 병을 앓았던 적은 없고, 오히려 우스운 기억이 몇 가지 있다.
1. 처음으로 기억에 길이 남았던 것은 도착하고 나서 4일째 되던 날이었다. 심지어 병원 신세를 졌던 것은 그 때가 처음도 아니었다. 오자마자 그 다음 날 바로 중성화 수술을 하러 하루 입원을 하고 당일 퇴원을 했었으니.
문제가 터진 것은 화요일 밤이었다.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하필 남편이 월, 화 교육을 가서 외박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나는 월요일 오후 반차와 화요일 연차를 내고 집에 있었었다.
사실 월요일 오후에 집에 돌아왔을 때 그 끔찍한 몰골도 생생하다. 집에 도착해보니 온 집안이 똥과 오줌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한참을 쓸고 닦고 쉬다 보니, 분리수거를 할 시간이 되어 (우리 집은 매주 월요일 오후 5시부터 분리수거를 할 수 있다) 쓰레기를 챙겨서 나갔다. 문을 닫자마자 개가 시끄럽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휴, 어떻게 지내지... 대체 잘 지낼 수 있을까...'
그 뒤로 인터넷에서 봤던, 개 분리불안을 없애는 훈련을 몇 번 시도해 보았는데 영 신통찮은 것 같았다. 그래도 첫 술에 배부를 수가 없으니, 일단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사실 난 그 날 밤에 침대에서 자지도 못했다. 아직은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강아지를 우리 침실에 들일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침실 문을 닫아 놓고 이케아에서 샀던 비좁은 소파 위에 몸을 낑기고 잠이 들었다. 나는 잠자리가 바뀌면 잘 잠에 들지 못한다. 다리도 뻗을 수 없는 작은 소파에서, 눈을 감고 깜박 잠에 들었다가 개가 낑낑거리는 소리에 다시 깼다가, 잠깐 정신을 잃었다가 개가 집을 돌아다니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가 하며 어찌어찌 밤이 지났다.
해가 뜨고 하루 종일 집에 붙어 있으면서 그럭저럭 보냈다. 교육을 마치고 남편이 늦지 않은 시간에 돌아왔고, 우리는 화기애애하게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났던 것은 대망의 밤 11시였다.
둘이 나란히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강아지가 갑자기 미친듯이 귀를 긁기 시작했다. 심지어 중성화수술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넥카라를 쓰고 있었는데, 그 넥카라 위를 죽어라고 긁는 것이다.
"왜 저러지..?"
"글쎄?"
"야, 긁지 마! 다쳐."
몇 번 하지 못하게 했는데, 강아지는 우리 손을 뿌리치고 간절하게 귀를 긁어댔다. 물론 실제로는 귀가 아니라 플라스틱 넥카라 위를. 저러다가 발톱에서 피가 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계속 긁는 것을 멈추지 않기를 5분이 넘어가자, 우리는 결단을 내렸다.
"병원에 데리고 가자."
"어느 병원?"
"우리 로이가 아팠을 때 갔던 24시간 하는 병원이 있어. 거길 가 보자."
그렇게 부랴부랴 밤 11시 15분 경에, 옷을 입고 차를 운전해서 나갔다. 대체 하루 종일 얌전하게 있었으면서, 왜 이 시간에? 대체 왜?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병원에 도착해서 이것 저것 검사를 하고, 사실 유기견 출신이라고 했더니 병원에서는 매우 당혹해했다. 귀 뿐만 아니라 사실 강아지가 집에 도착하고 나서 이틀 째 무른 변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도 말했더니, 파보 장염일 수도 있다고. 만일 파보 장염이 맞다면, 병원 전체를 소독해야하는 일이라고 겁을 주면서.
(결국 검사 결과는, 파보 장염은 음성이었다. 그리고 상당히 나중에 알았는데 강아지가 계속 무른 변을 봤던 것은 우리가 밥을 너무 많이 주었기 때문이었다.)
결론은 유기되었다가, 보호소에서 살면서 잘 씻지 못했기 때문에 특히 귀 상태가 매우 안 좋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라면 매우 가려웠을 것이라며. 이미 상당히 긁어서 안에 상처가 났기 때문에 더욱 더 악화가 되었다고 했다.
약을 처방받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들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남편이 갑자기 불쑥 말했다.
"그런데, 혹시 안정제나 수면제 같은것도 처방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네... 네?"
"저희가 맞벌이어서 하루 종일 집을 비워요. 얘가 집에서 자꾸 뛰어다니고 짖고 난리치면 얘도 힘들고 저희도 힘들 것 같은데, 약이라도 먹고 좀 잠잠한 상태로 있는게 낫지 않을까 해서요."
"아... 사실 별로 추천해드리고 싶진 않은데, 원하신다면 약한 진정제를 일주일정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상당히 시간이 흐르고 나서 우리는 이 처방이 그나마 처음에 아이가 분리불안을 이겨내고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일단 짧은 시간 동안 약에 약간 의지했던 것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모든 진료가 끝나고 약을 처방받았을 때의 시간은 새벽 3시. 그리고 영수증에 찍힌 청구금액은 30만원. 너무 암담했다. 그 전 날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에 너무 피곤했다. 늦은 시간까지 또 자지 못하고 깨어 있던 남편한테도 미안했다. 남편은 당시에도 상당히 야근이 잦았었기 때문에, 매일매일 잠이 너무나도 소중한데 이 시간까지 깨어 있게 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가 심히 불안했다.
과연 이 아이랑 잘 지낼 수 있을까...?
2. 그 뒤로 또 기억에 남는 병원의 추억은, 작년 여름쯤의 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났다가 깜짝 놀랐다.
"이게 뭐야! 너 침실에 똥 쌌어?"
우리 강아지는 나름대로 위생 관념이 철저한 녀석이라, 침실에서는 오줌은 몰라도 똥을 싼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사실 오줌싸는 사고를 치지 않은지도 1년이 넘었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침실 바닥에 작은 똥덩어리, 아니 조각에 가까운 것이 수줍게 놓여 있었다.
"뭐지..? 화장실 갔다가 실수했나?"
그리고 나서 2~3일 동안은 악몽이었다. 매일 밥도 잘 먹고, 산책도 잘 하고 명랑했다. 낮에는 똥오줌을 잘 가리는데, 희한하게 밤에 자고 일어나면 꼭 엉덩이에 응가가 묻어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 엉덩이를 결국 우리 침대 이불에 대고 문질렀으니, 며칠 연속으로 이불을 빨아야만 했다.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당연히 동네 단골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아무런 이상도 없어 보이는데, 이상하다고. 속이 안 좋아서 자기도 모르게 실수한 것 같으니 며칠 소화제를 처방해주시겠다고.
그렇게 소화제를 처방받아 왔는데도 며칠 연속으로 똑같은 일이 더 벌어졌다. 다서여섯번째 이불을 빨았을 때에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24시간 운영하는 큰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사실 가면서도 걱정이 많았다. 혹시 대장암(?) 같은 것이면 어쩌지? 뭔가 큰 문제가 있나? 설마 벌써 치매가 왔나? 하고.
큰 병원에서는 초음파, 엑스레이 등 여러 검사를 해 보더니 일단 장에 상당히 많이 가스가 차 있다고 했다. 장염 증세인 것 같으니 장염 약을 처방해주시겠다고. 일주일 뒤에도 증세가 똑같으면 다시 찾아오라는 얘기와 함께.
집에 돌아오고, 며칠 동안은 상태가 좋았다 나빠졌다 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이불에는 더 이상 묻지 않았는데, 그래도 아침에 엉덩이를 확인 해 보면 약간 더러웠다. 그래도 좀 줄어드는 것 같아서 약간 안심을 했던 3일 째,
아침에 또 이불을 빨아야만 했고 심지어 밤에 산책을 다녀와서는 잘 있다가, 갑자기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 때 시간은 밤 10시. 나와 단 둘이 있을 때였는데, 갑자기 생전 안 하던 구토를 시작하니 나는 기겁해서 바로 병원에 달려갔다. 다행히 택시가 잡혔다. 강아지는 구토를 한 데다가 내가 호들갑을 떠니 상당히 주눅이 든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왠걸,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강아지는 갑자기 기운을 차렸다. 흡사 개선장군같은 당당함으로, 자신을 빨리 내려달라 난리를 친 뒤 품에서 빠져나가 쏜살같이 이곳 저곳을 뛰어 다녔다. 일단 갑자기 기운을 차렸으니 그나마 괜찮다.. 싶어서 밖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와 의사의 대화가 들려왔다.
- 지금 온 건 로로인데요, 며칠 전에 장염때문에도 왔었어요.
- 그런데 선생님, 로로가 우리 미미(병원에서 키우는 고양이) 밥을 먹던데요...
이렇게 창피할 데가. 밤 10시에 장염에 걸린 애가 갑자기 구토를 시작했다며 호들갑을 떨면서 병원에 데리고 왔더니, 아주 기운이 넘쳐서 뛰어다니다가 그릇에 담겨 있던 고양이 밥을 훔쳐먹다 걸린 것이었다. 조금 있다가 나와 대면한 의사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배가 아파서 오신 거죠? 그런데 고양이 밥도 잘 먹는 걸 보니... 상태는 나쁘지 않아 보여요. 너무 걱정 마세요."
로로야, 엄마의 돈과 시간 그리고 수치심을 물어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