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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실직일기 7

by 두지

실직을 하면 가장 걱정되는 건 돈이다.


앞으로의 커리어 개발, 회사 사람들을 자주 못 보는 것에 대한 아쉬움(사실 전혀 안 아쉬움),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 지에 대한 고민(사실 전혀 안 남음. 매우 바쁨) 등은 부차적인 문제다. 직장을 왜 다녔는데? 돈 벌기 위해 다녔지. 매달 꼬박꼬박 나오던 월급이 갑자기 끊겨버리는 건 굉장히 난감하고 불안한 일이다. 그래서 실업급여는 너무나 소중하다. (이걸 가지고 '시럽급여'라고 비아냥대는 사람들은 직접 실업을 겪어보지 않아도 되는 팔자 좋은 인생이렸다. 그래 잘났다 부럽다 다 해 먹어라.)


실업급여는 가만히 있다고 나오지 않는다. 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일부터 급여 일수가 정해지기 때문에 실직을 하자마자 바로 다음 날 신청하는 게 제일 좋다. 나 같은 경우 주말과 황금연휴가 끼어버려서 일주일 정도 지체됐다. 신청은 실직일로부터 1년 이내까지만 가능하다.


1. 실업급여 신청 조건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보험이 가입되어 있었어야 한다. 퇴직 전 18개월 동안 고용보험 가입기간이 최소 180일이 되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비자발적 퇴사'의 경우에만 지급한다. 모든 퇴사는 해고라지만.... 내가 그만두겠다고 두 발로 걸어 나온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내가 그만두겠다고 한 게 아닌데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경우, 그러니까 회사가 망했거나, 잘렸거나, 나처럼 계약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 밖에도 질병으로 업무 수행이 곤란하거나, 가족 질병으로 간병이 필요한데 휴직 등 처리가 불가한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추행, 임금체불, 초과근무 등 회사 책임으로 퇴사한 경우, 임신,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회사에서 휴직을 요구한 경우, 회사가 이전하거나 내가 이사해서 통근이 3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우에도 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가족 질병으로 인한 간병은 지난 퇴사 때 해당하는 부분이었는데 신청할 걸 그랬다.


2. 실업급여 신청 방법


1) 상실신고서 및 이직확인서 제출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퇴직한 회사에서 상실신고서와 이직확인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회사가 그걸 제출했는지 여부는 회사에 전화를 해봐도 되지만 고용 24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고용 24 > 로그인 > 실업급여 > 이직확인서 선택 > 조회


만약 조회가 안 된다면 회사에서 아직 제출을 안 한 거니 전화해서 얼른 당장 하라고 재촉하자. 요청했는데 회사가 10일 내로 발급을 안 하면 회사가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2) 사전 온라인 신청 및 교육


고용센터를 찾아가기 전에 온라인으로 구직신청, 수급자격 신청자 온라인 교육, 그리고 수급자격 신청서 인터넷 제출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모두 고용 24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구직신청: 고용 24 > 채용정보 > 구직신청

*온라인 교육: 고용 24 > 로그인 > 개인 서비스 > 실업급여 신청자 온라인 교육 > 동영상 시청

*수급자격 신청서 인터넷 제출: 개인서비스 > 실업급여 > 수급자격 신청서 인터넷 제출


3) 고용센터 방문


위 작업이 모두 끝났다면 14일 이내에 고용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인터넷으로 방문 예약도 받는 것 같은데 나는 그냥 갔다. 나 같은 경우 황금연휴와 개인 일정이 껴서 좀 늦어졌는데 이것도 가능한 한 빨리 가는 게 좋다. 고용센터는 6시까지인데 너무 끝날 무렵에 가면 신청을 못할 우려가 있겠지만... 나는 일이 있어서 5시 30분에 갔고 안 기다리고 바로 할 수 있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면 창구에서 친절한 직원분이 2주 후 방문을 언제 몇 시에 해야 하는지, 어디로 오면 되는지, 소정 급여일수가 며칠이고 나의 수급자 유형이 무엇인지, 실업인정 창구번호가 몇 번인지 알려주신다. 그리고 그 모든 정보가 적힌 '수급자격 신청자 자체학습자료'를 주신다. 이걸 잃어버리지 않고 잘 가지고 있는 게 좋다. 1차 실업인정 교육 때 이 자료를 바탕으로 교육을 해주는데 어디다 뒀는지 안 보여서 가서 좀 헤맸다.


4) 실업인정 교육 및 재취업 활동


수급자격을 신청한 지 2주가 지나 정해진 시간에 교육을 들으러 갔다. 평일 이른 오전이었는데 큰 강당이 꽉 찼다. 대충 세어봐도 70명은 넘는 것 같았다. 직원 말로는 내가 갔던 센터에만 하루에 천오백 명이 방문한단다. 실업자가 이렇게 많다니. 실업률이 2.9%라는데 그날 교육장에서 체감한 걸로는 29%는 될 것 같다. 다들 직장을 다시 잘 구할 수 있을까? 나는 구할 수 있을까? 아아 막막한 인생이여.


1차 실업급여 설명회에서는 실업급여에 대한 전반적인 강의를 해준다. 사전에 받았던 '수급자격 신청자 자체학습자료' 내용을 다시 설명해 주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잘 체크해야 하는 건 앞으로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해야 하는 '행위'와 그 행위를 해야 하는 '일정'이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일반수급자, 만 60세 이상, 장애인 수급자, 반복수급자로 나뉘는데 내가 해당하는 일반수급자의 경우만 여기에 적어보겠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회차별로 실업인정 활동을 해야 한다. 반드시 고용센터에 '출석'을 해야 하는 건 실업인정 교육을 듣는 1차(수급자격 신청 후 2주)와 4차, 그리고 8차이다.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재취업활동을 증명하면 된다. (인터넷이 어려우면 출석해도 된다.)


*1차: 의무 출석

2차~3차: 인터넷 또는 출석으로 재취업활동 1건 수행. 실업인정일 당일 오전 중으로 인터넷 실업인정 전송.

4차: 의무 출석. 4차부터는 구직활동 1건을 포함한 재취업활동 2건 이상이 필수임. 그에 대한 증빙자료 및 신분증을 지참해서 센터에 출석하면 된다.

5차~7차: 구직활동 1건을 포함한 재취업활동 2건 이상 필수 제출

8차: 의무 출석. 8차부터는 1주일마다 구직활동 1건 이상이 필수다.

9차: 인터넷 혹은 출석. 1주일마다 구직활동 1건 이상 필수


여기서 구직활동이라 함은 입사지원, 면접 참석 등 그야말로 구직을 위한 활동을 말한다. 구직활동은 채용공고문과 지원서를 보낸 메일 캡처, 등기 영수증, 면접응시 증빙자료 등으로 증빙하면 된다. 구직 외 활동온라인 취업 특강, 직업심리 검사, 국가자격시험 등인데 인정해 주는 범위가 정해져 있고 일반수급자의 경우 구외 활동은 총 수급기간 중 딱 2번만 인정해 준다.


5) 기타 주의사항


입사 지원을 해서 서류가 됐는데 면접에 안 가면 해당 회차의 실업급여가 지급되지 않을 수가 있다. 면접에 합격했는데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을 거절해도 인정이 안된다. 고로 실업 인정을 받겠다고 아무 데나 막 넣으면 낭패다. 그리고 동일한 날짜에 여러 건의 재취업활동을 할 경우 1건만 인정된다.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근로한 사실이 있으면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근로란 일용직을 포함해서 번역수당, 회의수당, 프리랜서 활동, SNS 등 활동을 통한 수익, 포상금이나 축하금 등이 포함된다. 신고할 시 얼마가 까이는지에 대한 안내는 없었지만 아무튼 신고를 안 하면 부정수급으로 판정될 수 있으니 신고를 하는 게 좋다.


실업급여를 받는 중에 취업을 하게 되면 취업한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급여일수가 아직 절반 이상이 남았는데 취업을 하게 되면 '조기 재취업수당'을 준다.





실업급여를 마지막으로 받은 게 10여 년 전인데 제도가 좀 더 촘촘하게, 재취업활동을 안 할 수가 없게 많이 변한 것 같다. 실업인정 교육을 진행한 담당자는 '회사 나가면 매일 하루 8시간을 일해야 하는데 실업급여는 4주에 1회, 혹은 1주에 1회만 재취업 활동을 하면 되니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게 그렇게 좋아 보이면 당신이 실직하고 실업급여 받든가!"라고 외치며 책상을 뒤엎고 나오고 싶었지만 참았다.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니까...


잘 있다가도 갑자기 문득, 이대로 영영 취업을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속에서 화르륵 타오른다. 그리고 그건 사실일 수 있다. 생활비는 어쩌지? 노후는 어쩌지? 병이 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마구 달려들 때 구직급여가 입금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그게 불안의 불씨를 조금이나마 꺼주었다. 1차 교육장에서 만난 분들 모두, 그리고 구직을 하는 사람들 모두, 얼른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라고 하는 사람들 제발 좀... 셧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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