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승강기 교체로 인한 승강기 운행중단 일정을 아래와 같이 공고합니다. 많은 불편이 예상되오나 20년차 노후 승강기를 교체하는 만큼 아파트 가치 상승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해 주민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쌀이나 생수 등 무겁고 큰 생필품은 미리 준비해주시기 바라며,
중환자 및 노역자는 세대별로 대책을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
운행중단 기간 : 12월 1일~ 12월 31일 (1개월 소요 예상)
20년 된 구축 아파트였다. 크지 않은 단지였다. 재건축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고, 아파트는 이런저런 수리를 하면서 버티는 중이었다. 주기적으로 페인트 칠을 하고, 청소를 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아파트의 아침은 하루를 버티기 위해 출근하는 사람들이 1차로 빠져 나갔고, 그 다음엔 아이들이 어린이집으로, 유치원으로, 학교로 빠져나갔다. 점심때쯤엔 여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모임을 갖거나 차를 마셨다. 오후엔 제일 늦게 나갔던 사람부터 되돌아왔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던 여자들이, 아이들이, 그리고 퇴근하는 사람들이 되돌아왔다.
엘리베이터 교체공사와 함께 아파트 풍경이 다소 달라졌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 쌀과 물이 구호물품처럼 택배로 도착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거나, 노인이 있는 가정은 집을 비우고 잠시 어디론가 떠났다. 아파트 커뮤니티 카페에는 무슨 엘리베이터 공사를 한달씩이나 하느냐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위험한 것보다야 낫지 않느냐고 타박하는 목소리와 엘리베이터 공사를 하면 집값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에 모두가 수긍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이러나 저러나 만약 계속 머물러야 한다면 참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이었고, 그럴 바에야 희망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 낫다는 걸 모두가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