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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어느 이유든 연락을 했던 규원이가 어느 날은 연락이 없을 때면 괜히 기다려졌다. 신경쓰지 말자고, 곧 소개팅도 할 앤데 마음을 접자고 계속해서 다짐을 해봐도 거의 3개월을 매일같이 연락을 해왔으니 그게 쉬울 리가 있을까.
어느 날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정민아! 너 혹시 남자친구 있어?!”
“가윤이 오랜만이야~!! 어… 만나는 사람은 없어..!”
규원이와 매일 연락을 하지만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단지 연락만 매일 주고 받는 사이일 뿐이었다. 나이차이 조차 많이 났으니, 규원이는 나를 그저 친한 누나로만 생각한다고 정의가 내려질 뿐이었다. 소개팅이 딱히 끌리지는 않았지만, 규원이도 소개팅이 잡혀 있으니 나도 내 갈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교환을 하고 연락을 주고 받게 되었다. 사실 소개팅 상대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과는 극과 극으로 멀었다. 여러모로 끌리는 소개팅은 아니었으나, 혹시라도 좋은 사람을 놓치는 것일까 싶은 마음에 한번 만나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좋은 사람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였다. 내 스타일도 아닌데 만나보니 너무 좋은 사람이라면, 억지로 만나야 될 것 같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소개팅은 규원이에게는 비밀로 했다. 혹시라도 규원이가 나에게서 멀어질까봐 일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소개팅은 빠르게 끝났다. 연락을 받고 이틀 만에 날짜를 잡아 커피만 마시고 헤어졌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관이나 혹은 여러모로 맞는 것들이 있는지 질문을 던지며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조용히 내쉬었다. 여러 면에서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에 대한 매너도 조금 없어 보였을 뿐 더러 실물은 사진보다 인상이 더 안좋게 느껴졌다. 아니 사실, 그러길 바랐어서 그렇게 보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개팅을 30분만에 마치고 유도장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규원이에게는 약속이 있으나, 일찍 끝내면 가겠다고 말해두었고, 소개팅이 끝나고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규원이가 나를 찾는 반가운 연락이 와있었다. 가벼우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유도장으로 장소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