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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규원이와 붙어다니니, 둘이 사귀냐는 흔한 질문 세례들을 받았다.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나에게는 그런 사이가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물 후반을 달려가는 나이였고, 규원이는 이제 막 스물 초반의 나이였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아무 사이가 아닌 것이 서로에게 그 어떤 의무감도 안겨주지 않았다. 나는 이대로 쭉 지내다가 자연스레 가까워진 것처럼 자연스레 멀어질 날도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으니 이 관계는 흐지부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그것이 서로에게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하루도 빠짐 없이 매일 연락을 하며 서로의 일상을 늘 공유하지만, 우리는 아무런 사이가 아닌 채로 겨울이 끝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