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유도장에서 또래 언니 오빠들과 친해질 기회가 생겼다. 저녁 식사자리가 생겨서 그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규원이는 도장에 오래 다니면서 언니 오빠들과는 이미 알고 지낸지 꽤 오래된 친구였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규원이까지 식사자리에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우리는 맛있게 고기를 먹고 아이스크림 무인점에 가서 해장을 하였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멀쩡한 정신으로 언니들과 오빠, 그리고 규원이를 관찰하였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후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해산하게 되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규원이와 나는 정반대 방향이었다. 그런데 규원이는 나를 따라왔다. 언니 오빠들의 술을 많이 받아 마셔서 살짝 취한 상태로 나를 졸졸 따라왔다. 규원이는 우리 집 앞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다. 인사를 하고 헤어지려는 찰나 규건이는 조금 취한 상태로 입을 열었다.
“누나 내일 유도 두타임 해요. 맨날 두타임 한다고 해놓고 안하잖아요.
빨리 약속 해요 약속. 녹음을 해야겠어요 녹음을.. 녹음기.. 녹음기..”
약간의 풀린 눈으로 규원이는 녹음을 받아내야 겠다며, 핸드폰에서 녹음 기능을 더듬 더듬 찾아내었다. 규원이는 취기 상태로 나의 약속을 녹음으로 받아내고 손가락까지 걸며 약속을 받아내었다. 그런 규원이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이 친구가 나에게 왜 이럴까 의문을 품으며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