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윤희 Oct 22. 2023

낭만유도

15

규원이와 매일 연락하며 유도도 같이 가고 가끔 친구들 모임에 데려가기도 하였다. 사실상 2월부터 나의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날 때 자주 데리고 가곤 했는데, 뭔가 단계를 건너뛴 느낌이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 근처로 놀러 와서 밥을 같이 먹기도 하고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치기로 할 때 같이 가서 같이 운동하고 치킨도 먹으며 사실상 아주 친한 동생과 썸 사이를 아슬하게 왔다갔다 하는 관계였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손을 잡고 다녔고, 도장의 친한 사람들은 우리에게 언제 사귀냐며 꽤나 기대와 압박을 동시에 주기도 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적당히 얼버무렸고, 나는 규원이가 고백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사실상 컸다.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정리를 하는 것이 맞으나, 시작이 없었기에 끝맺음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또한 규원이 성격에 고백을 할 것 같지도 않았고, 규원이는 연애 경험이 아직 없어서 고백할 용기도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6월이 되었다. 규원이와 나는 재밌게 하루를 놀고 해가 느릿느릿 산 뒤로 숨어갈 즈음, 뒷산으로 산책을 하러 갔다. 날도 어둑하고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라 우리는 손을 잡고 걷다가 벤치형 그네에 앉았다. 등받이가 있는 넓직한 벤치 그네에 앉아 앞뒤로 천천히 흔들거리며 하늘을 바라보다가, 규원이가 내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규원이와 나는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선선한 저녁 바람을 쐬었다.


“누나! 우리 진지하게 사귀는 거 어때요?”

이전 14화 낭만유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