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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희 Oct 22. 2023

낭만유도

17

규원이는 고백한 날 이후로 2~3일 정도 답변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마다 대답을 미루었고 흐지부지 넘겨 버리기로 결심했다. 7월 1일에 우리는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사전 약속이 되어있었고, 나는 그날을 마지막 데이트로 생각하고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7월 1일이 되었다. 사실상 이 날이 오기 전까지 냉냉하게 대할지 이전과 같이 대하고 이 날이 오면 단칼에 관계를 정리해버릴지 많이 고민 했지만, 전자는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후자를 택했고 7월 1일이 되어 우리는 약속한 장소에 가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이 날 규원이는 집에서 차를 빌려와서 밥을 먹고 한강으로 이동했다. 규원이는 즐거운 얼굴로 나에게 붙어다녔다. 나를 껴안기도 하고 깨물기도 하면서 행복에 가득찬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전날 밤새 뒤척거리며 어떻게 말을 할까 이제 규원이랑 연락 없이 맨 처음 인사만 했던 사이로 돌아가면 나는 괜찮아질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복잡한 생각에 잠도 설쳤다. 그런데 막상 규원이 얼굴을 보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랑 함께하는 이 순간을 너무나 행복해하는 규원이의 얼굴과 규원이로 인해 함께 행복해하는 내 자신을 보면서 말하는 것을 또 다시 한번 미루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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