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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깬 규원이의 한마디에 나는 놀라서 규원이를 쳐다보았다. 규원이는 내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운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규원아 일어나봐.”
나는 규원이를 일으킨 후 말없이 쳐다보았다. 고백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 암묵적으로 미뤄왔던 것이 갑자기 닥쳐오니 혼란스러웠다. 규원이는 스물 한살이고 1년 뒤면 군대도 가야 되는 아이였다. 그와 반대로 나는 스물 여덟살이며 결혼을 생각하고 신중하게 만나야 되는 나이었다. 더군다나 연하라면 질색을 했던 나였기 때문에 규원이와 사귄다는 것은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고, 그저 부담도 의무도 없이 편하게 만나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 음….”
나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였고 규원이는 나를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봤다.
“나랑 사귀고 싶은 이유가 뭔데?”
“음… 누나가 너무 좋아요. 정말 너무 좋아요!
단순히 좋다는 이유만으로 사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현실의 벽이 많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7살이나 어린 연하를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늘 연상이나 동갑만 만나던 내가 연하를…? 그것도 7살이나 어린 연하를 감당해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이 들었다.
“근데 사실 나는 이제 아무나 만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야.. 진지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결혼도 생각해봐야 되는 나이인걸? 그리고 규원이는 내년에 군대도 가야 되잖아. 이런 저런 이유를 생각해야 돼.”
“음… 솔직히 저도 군대 때문에 미안해서 여태 고백 못하고 있었어요. 근데 누나랑 사귀고 싶어요.”
나는 쉽사리 대답을 못하고 현실적인 문제가 크다며 대답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시간이 늦어져서 공원을 빠져나왔다. 규원이와 여전히 손을 잡고 걸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온통 고백에 대한 답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가득 차있을 뿐이었다. 그냥 잠깐 만나고 바로 차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그게 어떻게 쉽겠냐는 생각과, 규원이와 나의 먼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 단칼에 거절을 해야 된다는 생각도 하면서 생각에 사로잡혀 터벅터벅 걸었다. 내가 생각에 잠겨 생겨버린 침묵을 또 다시 규원이는 깨버렸다.
“긍정적인 답변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