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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희 Oct 22. 2023

낭만유도

14

규원이는 고기집에 같이 갔던 날 이후로 운동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우리 집 방향으로 같이 가주었다. 늘 나에게 장난을 치며 투닥거리며 우리 집까지 나를 데려다주었다. 그렇게 매일 데려다 주던 어느 날 규원이는 여느 때와 같이 나에게 장난을 쳤는데, 내가 살짝 기분이 토라져서 먼저 가겠다고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말하니 갑자기 나에게 팔짱을 끼며 “아 어디가요~”라고 애교를 부렸다. 순간 나는 놀랐고, 이 날 이후로 규원이는 매일 장난을 치며 팔짱을 꼈다.


어린 친구한테 휘둘리는 것일까?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규원이를 알고 지낸지 오래된 도장 사람들은 규원이의 ‘이런 모습’이 처음이라며 그 조용하던 애가 정민이 너만 졸졸 따라다니는게 이상하다고 했다.



규원이와 나의 연락 중 진지한 대화는 하나도 없었다. 늘 장난을 치지만 티키타카가 잘 되어 끊김없이 매일 연락을 했다. 규원이가 나를 어느정도 호감 있어 한다고 생각이 들 때쯤 규원이는 나에게 확신을 주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얘 또 까부네~? 지금 당장 우리 집 앞으로 튀어와”

“진짜 가요? 저 옷 입어요?”

“ㅋㅋㅋ안올거 알거든?”


‘규원이 님이 사진을 보냈습니다.’


시간은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당장 튀어 오라는 나의 농담에 규원이는 옷을 입고 밖에 나온 사진을 보냈다. 나는 순간 당황했고, 한밤중에 기어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잘 타일러서 집에 돌려보냈다. 규원이는 자전거를 타고 우리 집으로 향하던 중 나의 타이름에 툴툴거리며 다시 돌아갔다. 이왕 나온김에 혼자 산책을 조금 하다가 간다며 실시간 라이브를 보여주었다.


이 날 이후로 규원이의 마음을 살짝 확신하게 되었다. 편하고 친한 누나보다는 그 이상인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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