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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롱썸 Oct 28. 2016

베트남 죽과 한국 죽, 무엇이 다를까

한 솥 가득 끓여 나누어 먹는 음식

베트남? 삼시 세끼 쌀국수 먹어?
 

베트남에서 지낸다고 하면 '거기선 뭐 먹어? 삼시 세끼 쌀국수만 먹어?'라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쌀국수가 베트남인들의 주식인 것은 사실이지만 현지인들도 하루 세끼 국수만 먹는 것은 아니다. 온갖 종류의 쌀국수를 모두 먹어보려면 며칠은 걸릴 만큼 다양한 쌀국수가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브런치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베트남에는 쌀국수 외에도 수많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있다.


베트남 음식은 여전히 우리에게 생소한 음식이다. 중국, 일본, 이탈리아 음식 등이 한국인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것에 비하면, '베트남 음식 = 쌀국수'가 될만큼 쌀국수 말고 다른 음식은 잘 알려져있지 않다. 베트남 음식이 한국에 더 잘 알려질 수록, 한국에서도 맛있고 다양한 베트남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 기대한다. 이런 생각에 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고 밖으로 향한다...


그러나 나도 가끔은 베트남 음식이 지겨워질 때가 있다. 한국 음식이 간절히 먹고 싶은 것까진 아니더라도, 가끔은 달짝지근한 분짜도, 콤콤한 쌀국수도 아닌 다른 것이 먹고 싶다. 이국적인 향신료도, 다채로운 향채도 없는 밍밍한 듯, 구수한 맛. 그런 맛이 생각나곤 한다.



국적을 넘나드는 음식


이 곳에서 나는 의도치 않게 보호색을 입고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장바구니를 들고 후줄근한 나시와 반바지 차림의 동네 주민 행색을 해도 현지인들 사이에서 눈에 띄었던 싱가포르에서와는 달리, 여기서는 내가 말을 하기 전까지 모두가 나에게서 이방인의 냄새를 맡지 못한다. 알아듣는 척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여주기만 하면, 그들은 내가 한국인일 것이라고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정말 나의 뿌리가 이 곳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나를 베트남 사람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외국인임을 먼저 알아차리고 영어 메뉴판을 가져다주는 아저씨에 외려 내가 놀라게 된다.


중국인들 사이에 있으면 중국인, 한국인들 사이에 있으면 한국인,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베트남 사람 같아 보이는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자유로이 국적을 넘나드는 음식을 소개할까 한다. 드높은 언어장벽에 무늬만 현지화(?)된 나와는 다르게, '죽'은 어느 국가든 자기 나라 고유의 음식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만큼 수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위키피디아에서 죽을 검색 하면, 미얀마, 중국,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라오스, 필리핀, 포르투갈, 싱가포르, 스리랑카, 태국, 터키, 그리고 베트남의 죽에 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직접 읽고 싶다면 아래의 주소를 클릭

https://en.m.wikipedia.org/wiki/Congee


베트남 죽과 한국 죽의 차이는 뭘까?


한 그릇의 양, 가격 그리고 접근성

내가 생각하는 한국 죽과 베트남 죽의 가장 큰 차이는 맛이라기보다는 양과 가격이다. 집에서 먹는 경우는 해당 사항 없겠지만, 한국에서 죽을 밖에서 사 먹을 때는 양이 항상 문제다. 내가 많이 못 먹는 편이기도 하지만, 한국 죽의 양은 항상 너무 과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나 같은 경우는 아파서 ㅇ죽에서 죽을 배달시킬 경우 적게는 두 끼, 많게는 세 끼에 나누어서 먹는다. 가게에서 시킬 경우도 예외는 없다. 양이야 그렇다 쳐도 가격은 정말 터무늬 없을 정도로 비싸다. 어떤 죽들은 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그러나 베트남 죽은 한국 프랜차이즈 죽집의 1/2 ~ 2/3 정도 양이다. 나 같은 사람도 약간 무리하면 아침으로 죽 한 그릇을 비울 수 있을 정도이다. 가격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죽 한 그릇에 1000 - 2000VND 수준이니, 500원 - 1000원 정도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생활수준이며 물가 차이 같은 것을 고려해도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아플 때 아니고는 죽을 잘 찾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베트남에서 죽은 흔한 아침 메뉴이다. 이른 아침 길거리 목욕탕 의자에 엄마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 엄마가 후-후- 불어가며 아이에게 죽을 떠먹이는 모습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호안끼엠 근처 아주 유명하다는 죽 집. 구글 이미지


함께 곁들이는 음식

내가 기억하는 프랜차이즈 죽집의 단골 반찬 셋은 김치, 간장에 절인 무말랭이, 장조림 그리고 동치미 국물이다. 이 외에도 오징어젓, 조개젓, 창난젓 같은 짭짤한 젓갈류와의 궁합은 굳이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죽과 함께 가지 절임, 취두부(chao), 유부 튀김(quy)을 먹는다. 나는 가지 절임이나 취두부는 아직 본 적이 없고, 꿔이와 함께 먹는 것만 보았다. 죽 위에 유부 튀김을 올리는 것은 홍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유부튀김, 가지 절임을 올린 베트남 죽의 모습. 구글 이미지 


그 외

편견일 수 있으나 우리나라 죽에 비해 베트남 죽은 간간한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죽이 짭짤하다고 느낀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죽을 환자식이라고 생각해서 심심하게 요리하는 편이라면, 베트남에서는 죽을 식사라고 생각하고 간을 맞추기 때문에 생긴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흰죽과 베트남식 팥죽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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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솥에 주걱으로 휘휘 저어가며 죽을 끓이는 모습은, 어린 시절 한번 끓이면 한 달은 족히 먹던 곰탕을 생각나게 한다. 굳이 한국과 베트남 죽의 차이점에 주목해서 그렇지, '죽 문화권' 내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솥 가득 끓여 모두가 나누어 먹는 죽에 얽힌 정서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아프면 닭고기 수프를 찾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현지인들 사이에 함께 쪼그려 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나에게, 솥 바닥에 눌은 죽 누룽지를 고봉으로 담아 먹어보라고 권하는 아주머니에게서 이국 땅에서도 겉도는 느낌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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