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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롱썸 Oct 22. 2016

베트남 음식 어디까지 알고 있니? 바잉서이

진짜 베트남식 아침이 궁금하다면

사라졌다고 믿었던 습성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눈을 감까지 나를 조금도 쉬지 못하게 하던 '바쁨'에 대한 강박.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나 자신을 참을 수 없어, 모처럼 찾아온 휴일이나 주말에도 침대에 누워 뭉개지 못하도록 나 자신을 집에서 쫓아냈다.


워낙에 나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본투비집순(Born to be 집순)'이라며 주말 내내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 나와는 참 다르구나 싶다. 나는 못해도 하루 한 발짝은 집 밖의 땅을 밟아야 한다.


문제는 '부지런'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가 바닥나고 나 자신이 소모되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쉬지 않는다. 오히려 에너지가 고갈될수록 더 강박적으로 할 것을 찾게 된다.


며칠 전 친구가 링크 하나를 보내왔다. 가끔 할머니 보따리 풀듯 자기가 가지고 있던 글귀 하나를 던져주곤 하는 친구는 이 글을 보다가 내 말이 생각났단다.


http://www.onbeing.org/blog/the-disease-of-being-busy/7023


좀처럼 마음 놓게 해주지 않는 병.


어렸을 때부터 바쁜 삶에 익숙해져 쉬고 있는 상태를 불안하게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바빠서 '마음을 놓지 못하게(dis-ease)' 되는 건지, 마음을 놓지 못해서 바쁘게 만드는 건지는 모르겠다.

한동안 몸과 마음이 모두 바빠 정신없이 지내다가 다시 평안한 상태로 돌아왔다. 침대에 서 뭉개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 모여 생과일주스 마시는 곳에서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며 멍해있기도 한다. 비록 해바라기씨를 까는 손이 마지막 한 알을 까기까지 단 한시도 쉬지 않긴 하지만.


다시 아침을 나가서 먹곤 한다. 아침은 집에서 차려 먹기도 하지만, 일찍 일어난 날에는 집 주변에 있는 길거리 노점이나 시장에서 사 먹기도 한다. 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베트남에서 아침 식사 파는 곳은 아주 찾기 쉽다. 스무 걸음 움직이기도 전에 밥집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이번에는 바잉권에 이어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아침 메뉴를 간단히 소개해볼까 한다.


음식이 간단한 만큼 위키피디아의 설명도 간단하다.


하얗고 동글납작한 바잉서이


위키피디아 설명을 직접 보고 싶다면

https://en.wikipedia.org/wiki/B%C3%A1nh_gi%E1%BA%A7y


바잉서이(Bánh giy)는 베트남 간식의 하나로, 보통 바나나 잎에 싸여 두 개가 한 쌍으로 나온다. 보통은 그 안에 어묵같이 생긴 베트남식 소세지(giò lụa) 를 넣어서 같이 먹지만, 소세지 없이 따로만 먹기도, 바삭하게 튀겨서 먹기도 한다. 달콤하거나 짭짤한 녹두 고물을 채우고 겉은 쌀가루를 입힌 버전도 있다고 하는데 (bánh giy đu), 이것은 아마 딱 모찌떡같은 게 아닌가 싶다.


떡 사이에 넣어 먹는 베트남식 소세지는 차루아(북부에서는 giò lụa, 중남부에서는 Ch lụa)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원기둥 모양의 소세지가 아니라 모습은 다소 낯설긴 하지만, 아주 친숙한 맛이 난다. 게다가 탄력이 좋아서 씹었을 때 팡 터지는 듯한 느낌이 난다.

 

차루아에는 순살 돼지고기, 감자 전분, 마늘, 후추, 느억맘(피쉬소스)가 들어간다고 한다. 전통적인 방법에 따르면, 돼지고기는 다지거나 갈면 안 되고 고기 조직과 수분을 잘 살리기 위해서 허옇게 될 때까지 치대야만 한다.는데 구글링하면 블렌더로 갈아버리는 사진을 많이 볼 수 있다. 거의 다 치댔을 때에 느억맘 약간과 소금, 후추, 설탕을 더한다. 이렇게 치댄 고기는 베트남어로 '생 소세지'를 의미하는 서쏨(giò sống)이라 한다.


이렇게 만든 반죽을 바나나 잎사귀로 원기둥 모양으로 수직으로 넣어 끓이면 완성이다. 보통 1kg 소세지를 요리하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끓이는 동안 물이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바나나 잎으로 반죽을 단단히 묶어야만 실온에서 오래 보존된다. 잘 만들어진 차루아는 상온에서는 일주일, 냉장고에서는 3-4주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잘 만들어진 건지 확인하기 위해 단단한 바닥 같은 곳에 소세지를 던졌을 때 잘 튕기나 보라고 하는데 그냥 손으로 만져봐도 알지 않을까?



1970년대 미국의 베트남 이민자들이 차루아를 만들고 싶은데, 바나나 잎을 구하기가 어려워 알루미늄 포일을 사용한 것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향과 맛을 위해서는 조그만 조각이라도 바나나 잎을 더하는 것이 낫다. 바나나 잎 특유의 향이 상당히 특징적이기 때문에, 바나나 잎이 들어가지 않으면 허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잉서이는 지극히 평범한 맛이다. 그 흔한 소스 하나 들어가지 않는 단순한 음식이지만, 이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음식들이 오히려 타지에 있을 때 더 많이 생각나기도 한다. 차라리 근사한 음식이면 비싼 돈 주고라도 고급 음식점에서 사 먹을 수 있는데 이런 음식의 경우는 잘 팔지도 않는다. 한정식 집에서 갈비탕은 팔아도 호떡은 안 파는 것처럼.


해바라기씨 많이 까먹다 가야겠다. 쌀알만 한 해바라기씨 먹으려고 끊임없이 손을 움직이다 보면 새삼 참 여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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