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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롱썸 Feb 06. 2017

베트남 마성의 간식, 바나나 튀김

배탈 나도 찾게 되는 베트남 간식

하교 시간 교문 앞은 배고픈 학생들로 북적인다. 한국이든 베트남이든 학생들은 항상 배고프다.


우리 동네 중학교 교문 앞에는 튀김 아줌마가 세 명쯤 있다. 교문에서 스무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튀김 아줌마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모인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이 삼백 원하는 튀김 꼬치를 네댓 개씩 쌓아가며 먹고 떠드는 모습이 꽤나 정겹다. 미숙한 운전 솜씨로 50cc 스쿠터를 몰며 나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모습보다 훨씬 사랑스럽다.



매연과 먼지 가득한 하노이의 길거리에서 튀김을 사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매일 같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튀김 아줌마 주변에 앉아 간식타임을 가지는 것을 보면서 의외로 깨끗하고 안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고픈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튀김 아줌마의 아이템이 슬슬 궁금해져, 몇 달쯤 외면하던 튀김 아줌마 곁에 슬며시 다가갔다.



튀김 꼬치의 종류는 꽤 다양했다. 이쑤시개 정도의 두께의 꼬챙이에 튀긴 새우며, 어묵, 햄 같은 것들이 두세 개씩 꽂혀있다. 크기나 모양이 이자카야 꼬치 같은 비주얼이다. 꼬치는 다섯 개 정도 먹어야 위에 뭐가 좀 들어갔구나 싶을 정도로 작다. 맛은 이자카야 꼬치에 비하면 한참 아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나쁘지는 않다.



꼬치튀김포차(?)의 백미는 감자튀김과 치즈스틱이다. 다른 꼬치에 비하면 가격이 약-간 있지만, 여전히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이다. 감자튀김은 마법의 치즈가루를 넣고 흔들어서 주는데, 한번 이 불량한 맛을 보고 나면 그 길을 지날 때마다 감자튀김의 유혹에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700원짜리 치즈스틱도 마찬가지다.



학교 앞이 아니더라도 길거리에서 튀김을 팔고 있는 모습은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담벼락 아래, 올드 쿼터의 곳곳 등 대충 둘러보아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나나 튀김


튀김의 종류도 정말 다양한데,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바나나 튀김이다. 바나나 튀김은 베트남 말로는 바잉 추오이(bánh chui)로, 밀가루로 만들어진 온갖 것들을 가리키는 바잉(bánh)과 바나나를 뜻하는 추오이(chui)가 합쳐진 단어다.


구글이미지



바잉 추오이(bánh chui)를 처음 먹어본 건 이태원의 베트남 음식점에서였다. 하노이에 오기 전 베트남 음식을 미리 공부해보자는 핑계로 이태원까지 가서 반미와 바나나 튀김을 처음 먹었는데, 달콤한 바나나를 더 달달한 연유에 찍어먹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친구에게 물어보니 하노이에서는 바나나 튀김을 연유에 찍어먹지는 않는단다. 바나나를 조각내지도 않는다. 보통은 바나나 하나를 통째로 튀겨 길쭉하다. 어떤 곳은 큰 바나나로 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몽키바나나 같은 작은 바나나로 하기도 해서 크기는 다양하다. 반죽도 마찬가지로 집마다 다른데, 어떤 집은 찹쌀도넛처럼 쫄깃하기도 하고, 반죽 자체가 단 곳도 있다. 


바잉 추오이 구글이미지


베트남 바나나는 한국에서 먹는 바나나와는 좀 다르다. 단 맛 외에도 새콤한 맛이 잘 살아있어서인지 향이 더 풍부한 것 같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고.  아무튼, 바삭 쫄깃한 튀김 반죽 속 새콤달콤하고 따끈한 바나나가 숨겨진 바잉추오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바나나 튀김을 먹고 나면 항상 뱃속이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나나 튀김을 두 번째 먹고는 확실히 바나나 튀김이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베트남 친구한테 너는 어떠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한 개는 괜찮고, 여러개 먹으면 탈이 난다고 하더라. 여행자라면 더더욱 바나나 튀김을 비롯한 튀김은 길거리에서는 웬만하면 먹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런 이유로 정말 좋아하는 간식임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꼭 먹어보라고 추천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짧은 여행 일정을 걸고 바나나 튀김에 도전해보라고 할 수도 없으니... 혹시 깨끗한 음식점에서 이 메뉴가 있다면 꼭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아마 조만간 바나나를 직접 튀기게 되지 않을까 싶다.



튀김집 추천


+호안끼엠 쪽 세인트 조셉 성당을 등지고 왼쪽으로 좀 가다 보면(바로 옆 골목 말고) 오래된 분식집 같은 튀김 집이 있다. 찹쌀도넛 같은 바잉 산 응옷(bánh rán ngọt) 이 맛있다.


단, 이 집도 먹고 속이 편하지는 않을 수 있으니 예민한 사람은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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