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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롱썸 Oct 18. 2016

베트남 음식 어디까지 알고 있니? 분보훼

바람 불고 몸이 허한 날, 육개장 대신 분보훼 한 그릇

오늘 같은 날씨에는 이게 딱이야.


나만큼이나 먹을 것을 좋아라 하는 베트남 친구가 있다. 이 친구를 따라다니면서 먹다 보면 항상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는데, 이 친구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THIS is PERFECT for this weather"


맛있는 음식이 그에 맞는 날씨를 만났을 때 시너지 같은 것이 생겨난다. 손가락이 아릴 정도로 추운 겨울날 길거리에서 먹는 오뎅 한 꼬치와 뜨끈한 국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처럼.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음식과 날씨의 궁합도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요즘 들어 부쩍 하노이 날씨가 시원해졌다. 그렇다고 한국만큼 '추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가을 같은 선선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어온다. 이 곳 날씨도 워낙 변덕이 심해서 한국에 놓고 온 두꺼운 니트가 후회스럽다가도,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 딱인 화창한 여름 날씨가 되곤 한다. 12월, 1월쯤 되면 습기 먹은 추위가 뼛속까지 스미는 것 같다는데, 그건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날 고기 국물이 간절해지는 건 한국인만은 아닌가 보다.


오늘은 목욕탕 의자에 앉아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먹으면 더 좋은 분보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분보훼에 대한 위키피디아 설명이 궁금하다면,

https://en.wikipedia.org/wiki/B%C3%BAn_b%C3%B2_Hu%E1%BA%BF


분보훼(Bún bò Huế)는 응우옌 왕조가 있던 훼(Huế)에서 유래되었다는 소고기 국수이다. 분 (Bún)은 국수를, 보()는 소고기를 의미한다. 훼를 빼고 분보(Bún bò)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글 이미지. 국수만 없으면 딱 육개장 비주얼이다.


맛과 향이 다채로운 궁중 음식


향신료나 재료가 단순한 하노이 음식과는 다르게, 분보훼는 들어가는 재료도 곁들이는 향신료도 풍부하다. 매콤함, 시큼함, 짭짤함, 달콤함의 균형이 매력적인 분보훼는 국물을 내기 위한 재료만 해도 무척 다양하다. 소고기 육수에 다진 아나토 씨드(잇꽃 씨앗), 카놀라유, 샬롯, 다진 마늘, 레몬그라스, 새우젓, 소금, 설탕을 넣고, 끓는 중에 고추기름을 더한다고 한다. 고추기름 때문에 붉은 국물에 고기가 떠있는 것을 보면 육개장이라고 충분히 착각할 수 있는 비주얼이다.


분보훼의 핵심은 다양한 맛과 향의 균형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분보훼의 핵심을 고기라 하고 싶다. 아낌없이 넣은 고기야말로 쌀쌀한 날씨 분보훼를 생각나게 하는 중요한 요소 아닐까. 분보훼에는 비교적 다양한 고기가 들어간다. 사태(beef shank*), 꼬리(oxtail), 돼지 족발을 재워서 얇게 저민 고기가 기본적으로 들어가고, 그 외에도 미트볼이나 어두운 갈색을 내기 위해 돼지선지를 넣기도 한다.



내가 먹은 분보훼. 고추기름을 적게 넣은 건지 별로 붉지 않았다.


곁들여 먹는 재료


라임, 고수, 파, 생 양파, 칠리소스, 바나나꽃, 적양배추, 민트, 바질, 들깨잎(perilla), 여뀌(persicaria odorata) 혹은 베트남 고수(rau răm, 우리가 알고 있는 고수랑은 전혀 다른 향과 생김새), 쿨란트로(베트남어로 ngò gai, 영어로 Eryngium foetidum, saw tooth herb), 숙주를 곁들여 먹는다.


바나나꽃(banana blossom)은 무슨 맛일까?

구글 이미지. 바나나꽃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바나나꽃은 '적양배추와 식감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다'고 한다. 양배추 같은 아삭아삭한 식감이고, 맛은 '잘 안 익은 바나나를 깎아서 채 쳐 먹으면 날 것 같은 맛이다. 씹는 재미가 있어서 나름 먹을 만하다.

구글 이미지. 베트남 고수 (rau răm)


개인적으로, 고수는 좋아하지만 베트남 고수라고 알려진 사우쌈(rau răm)은 좋아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안 좋아하는 베트남 허브다.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너무나 낯선 맛인데, 나중에 포스팅할 예정인 '바잉창'에 들어가는 단골 재료다. 아마 남부지역에서 흔히 먹는 풀 같은데, 아직까지는 굳이 걸러내고 먹지는 않지만 빼고 먹을 수 있다면 무조건 빼고 싶다. 다행히 분보훼에는 그렇게 많은 양이 들어가지 않고, 뜨거울 때 먹으면 적당히 먹을만해서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다.



분짜만큼 보장된 맛일까?


분짜는 한국인이라면 아직까지 분짜 싫어한다는 사람 본 적 없을 정도로 호불호가 없는 음식이다. 분짜에 대한 주변인의 견해를 나누어보자면 극호, 호, 보통 정도. 그러나 분보훼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음식인 듯 하다.


덧붙이자면, 분보훼는 특히 어느 가게에서 먹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분짜 같은 경우는 가게마다 그 맛의 편차가 아주 현격하지는 않은 편인데, 분보훼는 이와 다르게 가게마다 맛의 차이가 크게 난다. 가게에 손님이 많거나 확인된 집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보훼를 딱 두 번 먹었는데 두 번 다 그다음 날 뱃속이 영 좋지 않았다여행자라면 조심하자..



훼 지역 음식을 하노이에서 추천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하노이의 분보훼 맛집을 올리도록 하겠다.


분보훼 먹으러 훼 가고 싶다.




* shank에 대해 너무 잘 설명된 감동적인 블로그를 발견하여 도움이 될까 첨부합니다.

http://blog.daum.net/hansono/17436372 


분보훼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다음을 참고

http://www.epicurious.com/recipes/food/views/bun-bo-hue-51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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