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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롱썸 Aug 25. 2019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3가지 베트남  간식

인생에만 때가 있는 게 아니야, 간식에도 때가 있어

인생에만 때가 있나?


간식에도 때가 있다.


사시사철 더운 호치민은 모르겠지만, 겨울이면 찬바람 부는 하노이는 겨울 간식과 여름 간식이 따로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철 호떡노상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하노이에서도 마찬가지로 여름 간식을 겨울에 찾거나 겨울 간식을 여름에 찾기 어렵다.


그러니 뜨거운 여름이 가기 전에 베트남을 방문했다면, 겨울에는 즐길 수 없는 여름 간식을 꼭 먹고 와야한다.






1. 국민 간식 쩨


쩨(Chè)는 가장 대중적인 베트남 간식이다.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올리기도 한다니, 우리나라 약과 같은 느낌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약과와는 다르게 젊은 사람들의 생활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는 디저트이다.  

출처 : https://mevacon.com.vn/cho-me/cach-nau-che-thap-cam/


쩨를 따뜻한 음료로도 먹는다고 하지만, 찬 음료나 푸딩이나 빙수(?)로만 먹어본 나로서는 완벽한 여름 간식이다.


찌는 여름 길거리에서 쩨를 파는 곳을 발견하면


 '이 날씨에 저걸 먹어도 내 뱃속은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노상에 친구들과 앉아 밥그릇 같은 것에 담아 나오는 쩨를 먹는 모습을 보면, 정겨워서 나도 같이 앉아 한그릇 하고 싶어진다.


위생이 다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외로 쩨를 먹고 속이 뒤집어진 적은 없다. 지금까지 바나나 튀김만큼 뱃속을 뒤집어 놓은 것은 없었다.


<베트남 마성의 간식, 바나나튀김>
https://brunch.co.kr/@longthumb/30



기본적으로 쩨는 달달한 코코넛 베이스 음료에 각종 과일, 젤리 등이 들어간 형태다. 타피오카 버블 대신 다른 것들이 들어간 버블티 내지는 낯선 것들이 들어간 빙수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출처 : https://www.timeout.com/sydney/shopping/kaystone-sweets


들어가는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팥빙수처럼 설탕에 끓인 달달한 콩, 녹두, 연꽃 씨앗 같은 곡물(?)을 넣기도 하고, 타피오카나 낯선 초록 젤리(첸돌)*와 까만 젤리(그라스 젤리) 또는 망고, 롱간, 리치, 두리안, 잭푸릇과 같은 열대과일을 넣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재료를 한두 가지만 골라 넣을 수도 있고, 과일빙수나 팥빙수처럼 과일, 젤리 등 이것저것 다 넣어 먹을 수도 있다.


첸돌(chendol) 위키백과
*초록 젤리는 첸돌(chendol)이라고 불리는, 초록 쌀가루와, 코코넛 밀크, 팜슈가로 만든 젤리다.
 
인도네시아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을 비롯한 온갖 동남아 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주로 두리안이나 잭푸릇같은 열대 과일이랑 같이 먹는 것 같다.

내 입맛에는 특별히 맛있지도, 맛이 없지도 않다. 비주얼만큼 강렬한 맛은 아니니 궁금하다면 겁내지 않고 먹어봐도 좋다.  



쩨 메뉴판 읽기


베트남 길거리 음식 메뉴판은 그리 친절하지 않아 과일 이름을 잘 알고 있으면 현지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쩨들의 이름 정도만 아래와 같이 정리해본다.


과일쩨 - Chè hoa quả (쩨 화꽈, 북부식), chè trái cây (쩨 차이꺼이, 남부식) : 위키백과에 따르면 파인애플, 수박, 사과, 배, 망고, 리치, 말린 바나나, 체리, 말린 코코넛 등이 들어가 있다고 하지만, 난 베트남에서 체리를 본 적이 없으니 큰 기대를 하지 않길 바란다.....

망고 쩨 - Chè xoài(쩨 쏘아이)
롱간 쩨 - Chè nhãn(쩨 냔)
리치 쩨 - Chè trái vải(쩨 짜이바이)
포멜로 쩨 - Chè bưởi(쩨 부오이) : 포멜로는 자몽 같은 맛인데, 쓴 맛이 없는 과일이다. 시트러스 계열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여기서 문제, 망고 쩨는 얼마일까요?


+ 캐러멜 푸딩(bánh flan or kem flan)

보통 쩨 집에서 캐러멜 푸딩(바잉플란 또는 껨플란)도 함께 판매한다. 캐러멜 푸딩은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즐기게 된 디저트이나, 떡볶이 그릇 같은 데에 얼음을 함께 담아 주거나 쩨처럼 국물(?)에 말아서 주는 것이 포인트다.  프랑스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비주얼일 테니, 캐러멜 푸딩을 발견하면 꼭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출처 : https://gorzavel.com/tag/banhplan



2. 진리의 코코넛 아이스크림


베트남 하면 코코넛 아니겠는가!


베트남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버전의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존재한다. 코코넛에 아이스크림을 담아주는 진짜(?) 코코넛 아이스크림부터 코코넛 아이스크림 콘, 코코넛 커피, 코코넛 칩을 곁들여 주는 찰밥 아이스크림까지. 무엇을 먹을지 고민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모두 다 후회하지 않을 맛이니 주저 없이 동선 상 제일 좋은 곳으로 가면 된다.



오랜 맛집, 장띠엔 코코넛 아이스크림


'코코넛 아이스크림 콘 = 장띠엔 아이스크림'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하노이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집이다. 장띠엔(Tràng Tiền) 거리에 있는 아이스크림집이라 장띠엔 아이스크림(Tràng Tiền kem)인데, 1958년부터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여기밖에 안 가봤지만, 분점도 있다.  


하나 사면 후회한다. 두 개는 먹어줘야 한다.


하노이에 있는 동안 다섯 번 이상 먹었을 것 같다. 장띠엔에 위치한 Pizza 4Ps 에서 저녁을 먹고 후식으로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선도 매우 좋아서 자주 갔다.



진짜(?) 코코넛 아이스크림

진짜 코코넛 아이스크림은 어느 집이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장띠엔 아이스크림과 찰밥 코코넛 아이스크림에 빠져서 진짜 코코넛에 담아주는 아이스크림은 거의 먹지를 않았다. 나중에 태국에서 제대로 된 것을 사 먹고 뒤늦게 이 맛을 알아버렸지만, 한국에서는 먹을 수 없으니 아쉬워하고 있다.



쫀득한 찰밥 코코넛 아이스크림, 껨쏘이

단짠단짠 숨은 보스, 껨쏘이

껨쏘이(Kem Xôi)는 위의 두 가지와는 다르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스라 할 수 있다. 망코 스티키 라이스(mango sticky rice)를 좋아한다면, 이 또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짭짤한 찰밥과 코코넛 아이스크림의 조합도 훌륭하지만, 그 위에 뿌려진 단짠단짠한 코코넛 칩은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무조건 먹어야 하는 맛. 이 또한 하나 먹으면 두 개 먹고 싶은 감질맛 나는 양이다.



3. 불량한 맛, 요거트 큐브 아이스크림

출처 : https://www.cooky.vn/cong-thuc/sua-chua-deo-cacao-1655


말 그대로 요거트로 만든 육면체 아이스크림이다. 요거트라고 하니 건강한 맛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요거트 아이스크림은 요거트 분말을 물에 타서 얼린 것 같은 다소 불량한 맛이다.


요거트만 있으면 심심할 수도 있을텐데, 초콜릿 파우더를 올리면 불량한 맛이 한층 더해져 끊을 수 없는 맛이 된다. 사각거리는 아이스크림에 더해진 초코파우더를 섞어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싱가포르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료,  'Milo Dinosaur'

우리나라에서는 초코파우더를 아작아작 씹을만한 간식이 없어서, 상상하기 어려운 맛일 수 있다. 짭짤하고 달콤한 것이 먹을 땐 무슨 맛인가 싶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는 맛이다. 아이스초코 위에 마일로가 잔뜩 올라간 싱가포르 '마일로 다이노소어(Milo Dinosaur)'가 생각나기도 한다.





아직 8월 말이니 하노이 날씨는 위에서 소개한 여름 간식을 즐기기에 아주 좋은 계절일 것이다.


그렇다면 8월의 서울이라면 어떤 간식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그리고 내 인생은 지금 무엇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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