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가능합니다

3장. 잘 먹고 잘 자고 잘 놉니다 (5편)

by 니나

코로나가 한창 심해져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 나는 요가원을 등록했다. 일과 휴식이 구분이 안 되는 이곳에 24시간 처박혀서 일어나서 씻고 일하고, 그러다 밥 먹고, 다시 일하고, 그러다 잠드는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스트레스는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일은 일대로 밀려들어 오고 있었고, 코로나라 프로젝트 진행은 더뎠고, 소통이 어려운 답답함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요가를 하기로 했다. 늘 앉아 일하다 보니 목과 어깨가 무겁고 자세도 구부정해져서 자세 교정이 필요했고, 그보다도 늘 긴장 상태인 나를 이완해 주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느리게 호흡하고 천천히 움직이는 요가가 마음에 들었다. 잘 배워서 필요할 때는 집에서 혼자 요가도 하고 명상도 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처음 두어 달은 뻣뻣했던 몸을 풀어주고 적당한 근육통도 느껴져서 운동하는 기분이 들어 뿌듯했다. 그러나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느 순간 호흡을 느리게 차분히 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4박자로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는 중에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바닥을 서로 붙이고 바닥에 앉아 앞으로 상체를 숙이는 간단한 스트레칭이었지만, 고개를 숙이고 느린 숨을 내뱉는 순간, 내가 뒤주나 가방 같은 작은 곳에 쑤셔 넣어져서 꼼짝달싹을 못 하고 숨 쉬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의 호령에 맞춰 느린 숨을 쉬는데, 이러다 내가 죽겠구나 싶었다. 고개를 들고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 후로 요가가 무서워서 잘 가지 못했다. 결국 연장한 회원권은 거의 쓰지도 못했고, 기간이 끝나서 내 물건을 찾아가라는 안내 문자를 받고서야 그곳을 다시 찾았다. 휴일이라 문밖에 나와 있는 내 물건들을 챙기고 돌아오면서 한때 그렇게 즐거웠던 요가와의 인연은 끝이 나는 듯했다.


회사를 나와 발리를 갔을 때였다. 발리 하면 생각나는 여러 가지 중에 나는 요가가 늘 있었다. 왠지 발리라면 다시 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으니, 요가나 명상이 아니더라도 그때보다 마음이 훨씬 편안했고 긴장도 풀어져 있었다. 그때처럼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같이 여행 간 친구를 꼬드겨 쿠타 시내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예약했다. 그곳은 예상과 달리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야외나 마찬가지인 곳이었고, 1시간이 아닌 2시간이나 되는 긴 코스였다. 간단한 스트레칭부터 두 팔로 지지하고 몸뚱이를 뭔가 공중에 부양하는 것 같은 자세까지 만만치 않은 코스였다. 어려운 자세에서는 선생님이 돌아다니며 한 명 한 명 독려하면서 사진을 찍어줬고, 사람 들은 자세를 취하다 쿵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그 모습이 서로 웃겨서 깔깔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에게는 박수를 쳤다. 끝나고는 선생님이 준비해 온 과일을 먹으며, 내일도 올 거니? 오늘이 마지막이니? 아쉽다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유쾌한 요가였다. 땀을 뚝뚝 흘리면서도 따라 하는 재미가 있었고 마지막엔 시원해지면서 몸이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끝나고 너무 좋아서 친구에게 물었다.

“오늘 마지막 날인 거 너무 아쉽다. 너무 좋았는데. 내일도 오면 좋을 텐데. 그치?”

“이거 내 인생 마지막 요가. 나한테 다시는 요가하자 하지 마. 호텔 가서 씻자. 밖에서는 저녁 못 먹겠다.”


신이 나서 좋아하는 나와 달리, 친구는 너무 덥고 힘들고 답답했는지 호텔로 빨리 돌아가자 재촉했고, 발리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호텔 룸서비스로 마무리했다. 행복했던 나와 달리 너무 힘들어한 친구 얼굴을 보니 미안했다. 우리의 2주간의 발리 여행을 그렇게 마무리 짓게 되어서 아쉽고 미안했다. 나는 행복함이 가득한데 그 친구는 힘들고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 밖에서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멋진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누군가 우리의 상반된 얼굴을 보면 되게 재밌겠다 싶어 속으로 혼자 키득거렸다. 그렇게 친구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요가를 다시 좋아하게 되었다.


발리에서 요가에 재미 붙인 나는 그 여세를 몰아, 이곳저곳에서 요가를 체험했다. 제주도에 갔을 때는, 숙소 근처 요가원을 찾아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다, 그곳의 고양이와 내 요가 매트를 공유하며 한 시간을 차분하게 수련했다. 그냥 요가도 좋았지만, 고양이가 한 시간 내내 내 다리 근처에서 따뜻한 기운을 내뿜으며 붙어있으니, 그 따뜻한 털뭉치 덕분에 나만 이곳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강릉으로 간 짧은 여행에서도 바다에서 하는 요가를 신청했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할 수 있었다. 우리 모습을 너무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 요가 선생님 친구 덕분에 중간에 조금 방해받긴 했으나, 덕분에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요가하는 사진과 영상을 건지긴 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요가원마다 요가를 대하는 분위기가 달라 체험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틈틈이 요가를 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요가를 그땐 왜 그리 힘들어했을까.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던 기억과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지만, 지금은 요가에서 그런 답답함은 없다. 옛날보다 조금 더 유연해졌고, 굽은 어깨가 펴졌으며,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에 기분이 좋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는 내가 요가의 느린 숨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내몰렸던 것 같다. 늘 긴장 상태였고 배가 아닌 가슴에서 호흡했고 생각을 비워낼 수가 없었다. 요가만으로는 그런 내 상태를 이완시키기가 어려웠고, 그 이완은 근본적인 문제인 회사를 관두면서 서서히 진행되었다. 이완되니 요가든 뭐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고, 비로소 느린 호흡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 막혀 죽을 것 같았던 그곳을 벗어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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