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롤로그

by 정수윤세

안녕하세요 여러분. 도심(道尋)입니다.


이번에는 짧은 소설을 연재해 볼까 합니다.

한 번도 배우지 못했고 익숙하지 않은 분야인데 머릿속에 떠오른 감정들을 최대한 제가 아는 단어로 녹여내고자 합니다. 언제나 다정하면서 편안하고 제가 만족하는 글을 쓰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1. 프롤로그


무거운 눈꺼풀을 조금씩 들어 올리니 밝은 햇볕이 눈을 찌른다. 피부에 느껴지는 감촉은 매일 자고 일어나던 내 침대의 냄새와 느낌이 아니었다. ‘바스락’ 거리는 이질적인 이불 소리와 함께 몸을 돌려보니 등 뒤에 곤히 잠들어있는 여자가 보였다. 꿈인가 싶어 눈을 비비며 현실을 부정해본다. 아무리 눈을 비벼봐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고 조금씩 정신이 드니 왠지 모르게 피부에 소름이 돋아났다. ‘무슨 일을 벌인 거지?’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이 심해진다. 밤새 여자가 때린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배 속의 장기들도 꾸물거리는 걸 보아하니 몸속의 세포들이 깨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어제 술을 마시긴 했는데 집이 아닌 장소에서 깨어나는 것은 생소한 경험이었다.


‘하..’


한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 살며시 이불 밖으로 나갔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을 하나씩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기억은 안 나지만 얼마나 전투적이었던 밤을 보냈는지 먹다 남은 컵라면 그릇, 마시다 만 구겨진 맥주 캔, 지나가던 짐승이 물어뜯었는지 모를 정도로 흉측한 모양새를 한 육포, 김치 같은 것이 테이블 위에 너저분하게 널려있다.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봐도 술을 같이 마셨던 사람이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 분명 처음 정신이 있을 때는 소꿉친구이자 동네 친구인 봉수와 함께였는데 어디서부터 필름이 끊어진 것인지 같이 침대에서 자고 있던 저 여자는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알게 뭐람..’


혼자 중얼거리며 옷을 챙겨 입고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 나가려는데 왠지 익숙한 향수의 향기가 풍겨왔다. 이성을 좋아하던 나는 최근 술자리가 잦았고 여러 여성분들의 향수 냄새를 맡아봤지만 그럼에도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고 살짝 아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눈에 보이는 모습은 하얀 이불속에 가려진 채로 검은색 긴 웨이브 머리카락만 보였다. 조심히 다가가 얼굴 쪽 이불을 살며시 들어보고 소름이 돋았다.


‘아... 씨... 봉수 이 새끼... 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