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심어린 로레인 Jul 14. 2021

내 아이의 자신감을 버리는 실수

어린이집 하원 후 아이 가방을 확인해보면, 형체를 알아차리기 힘든 종이조각들이 가득하다. 아이의 설명에 따르면 하나하나 의미가 담겨있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가방에서 꺼내고 나면 마땅히 둘 자리를 찾지 못해 책상 한편에 방치되다가 먼지만 쌓여간다.


그 작품을 아이의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해서일까? 무심하게도 나는 아이가 고사리 손으로 삐뚤빼뚤 그린 그림들, 꾸깃꾸깃 접은 ‘작품’들을 소중히 여기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손으로 만드는 것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색칠하다가 선이 엇나가거나, 종이 접기가 맘처럼 되지 않는다고 쉽게 포기해버렸다. “이거 나 못해! 엄마가 해!” 아이는 자꾸 엄마한테 그리라고 할 뿐 자기 손에 꼭 쥔 색연필은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혹시 완벽주의 성향으로 원하는 만큼 퀄리티가 나오지 않을 때, 아예 포기해버리는 건가 싶어 어르고 달래면서 다시 시도해보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쉽게 아이맘을 되돌리긴 힘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다 문득 아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엄마 이거 왜 버려?
이거 내가 만든 거야...


자신의 작품을 소중히 다루지 않는 엄마를 보고, 아이는 자신의 가능성을 닫아버린 것처럼 의기소침해진 것이다. 잠깐 더 보관해도 되는데, 자기가 직접 만든 작품이 버려지는 걸 본 아이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나의 무심했던 행동을 반성했다. 그리고 아이의 낮아진 자신감을 회복할 방법을 고민했다.


다음 날부터 나는 아이의 작품을 집안 곳곳에 붙이기 시작했다. “이건 멋지게 그린 고래 작품이네~ 여기에 전시하자! 엄마는 매일매일 보고 싶으니까!!” 어린이집에서 만든 작품들도 파일철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고, 아이가 접다만 종이접기 작품들까지 모두 상자에 담아 보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기하게도 아이는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엄마 나 이거 또 접었어! 이번엔 칼이야~~ “
“엄마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색칠했어! 편지도 썼으니까 읽어봐~! “


엄마의 말과 행동이 아이의 자신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엄마의 미안한 마음을 아는 듯 아이는 더 적극적으로 종이접기, 그림 그리기를 통해 많은 작품들을 쏟아내듯 만들었다. 아무래도 아이의 작품을 평생 보관하는 건 어렵겠지만, 아이의 자신감을 잘 챙겨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가장 최고의 자존감을 가진다면, 폭풍 같은 세상에서 때론 넘어지더라도 다시 벌떡 일어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가진 아이가 될 테니까.


이전 20화 학부모 참관수업에서 유일하게 발표를 거부한 아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