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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생활자 Mar 30. 2020

엄마는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지난주부터 아이는 계속해서 나에게 물었다.


“엄마는 아직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응. 앞으로도 엄마는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할 거야.”


동일한 질문에 나는 작년에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는 누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엄마는 결이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지. 결이는 누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

“음...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 얘기를 하는 아이의 얼굴에는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자의 뿌듯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내가 지난주에 대답을 바꾸자 아이는 며칠을 조급해했다.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대상이 본인이 아니라는 것에 적잖이 실망한 듯 했다. “엄마, 난 이제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러니까 엄마도 나를 제일 좋아해 줘.”라고 우기기도 했다. 같은 질문과 대답이 며칠 째 계속되자 나는 이렇게 얘기해주었다.


“결아, 엄마가 너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가 변한 게 아니야. 엄마 스스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예전보다 커진 거란다. 지금도 너를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는 예전과 같아.”


이 대답을 듣고서야 아이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배어져 나왔다. 그리고 나를 꼭 안아주었다. 나의 아이도 보았을까? ‘스스로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 자의 뿌듯함’이 담긴 나의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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