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기 좋은 곳, 뒷마당
단차가 높아서 잘 가지 않는 뒷마당의 잡초가 무성하다. 비가 오면 더 자랄 테니, 비가 그치는 대로 뽑아줘야 한다. 작년에 제 때 잔디를 깎아주니 않아 잡초를 방치한 꼴이 됐다.
집을 짓고 나서, 우리 집이 밖에서 훤히 다 보이는 구조라는 것을 알게 됐다. 타운하우스들 대부분이 이런 구조로 집을 짓는데, 확실히 밖에서 보기에는 가장 보기 좋은 형태다. 하지만, 살아보니 모든 활동이 외부에 비쳐 손님이 잠깐만 왔다가도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았다. 나처럼 소심한 사람에게 그런 구조는 일종의 불편함과 같다. 살면서 보니 집 안 쪽으로 뒷마당을 가진 집들이 제법 많다. 대문이나 길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히든 플레이스였다.
우리 집도 나름 뒷마당이 있다. 아쉽게도 우리 집 뒷마당은 뒷집의 옹벽을 버티는 땅이라서 텃밭을 가꾸거나, 돌로 꾸미거나 하는 등의 작업을 할 수 없다. 잔디를 심고 그 잔디들이 흙을 잘 붙들어 땅을 안전하게 유지하게끔 해줘야만 한다. 키가 큰 나무도 식재할 수 없고 30도 정도의 경사가 있어서 올라가기도 불안했다. 10평 남짓의 꽤 넓은 땅인데도 결국 쓰임새 없는 못난이 땅이 되어버렸다.
문득 그 위로 데크를 올리면 어떨까 생각했다. 뒷마당으로 오르는 계단을 만들고, 그 위에 반듯하게 데크를 올리면 쓸모없던 뒷마당의 쓰임새가 생길 듯했다. 상상 플렉스를 시작했다. 10미터 정도의 뒷마당 전체에 데크를 깔고 사생활 침해가 없도록 가벽도 세웠다. 좌우에는 내 키만 한 나무가 심긴 대형 화분 두 개를 갖다 놓고 캠핑의자도 두어 개 놓아둔다. 우유 박스를 뒤집어 놓은 듯한 캠핑 테이블도 빠질 수 없다.
옹벽 앞에는 플랜트 박스를 가져다 두었다. 거기에 데이지를 가득 심었다. 오후부터는 해가 제법 드는 곳이라 타프도 하나 쳐 놓으면 좋겠다. 밤에는 거기서 불멍을 때려야지. 구슬 전구도 20미터 정도 사다가 여기저기 걸어놓으면 밤에는 엄청 아늑한 분위기가 될 테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2층 테라스와 연결을 고려한다. 뒷마당의 높이는 얼추 2층 테라스에 근접하다. 계단을 세네 개만 만들어주면 2층 테라스로 연결도 가능해 보였다.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2층 테라스를 뒷마당으로 연결하면 2층 테라스까지 마당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꺄악~ 내가 생각했지만 너무 완벽하다. 애들은 1층에서 놀고 어른들은 2층에서 시간을 보내는 행복한 그림이 그려졌다.
하루 이틀 그렇게 상상 플렉스를 계속하자 도리어 속이 답답해왔다. 결국 상상이니까 지금은 이룰 수 없고, 나중에도 이룰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상상을 많이 하라고 했는데. 행복한 상상 때문에 요 며칠이 괴롭다. 빚내서 공사하면 참 좋겠네. 끙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