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입금 392,810원』
오전부터 계속되는 업무전화로 인해 입맛은 없었으나
점심시간을 맞아 근처 분식집에서 참치김밥을 기계적으로 입에 넣고 있던 김과장은
갑작스레 울린 은행어플 알람을 보며 갸우뚱했다.
'오늘 월급날도 아닌데 무슨 돈이지..?'
라면국물을 마시며 잠시 생각하던 김과장은
문득 오늘이 알바월급날이라는 걸 깨달았다.
회사사람들 몰래 서빙알바를 시작한 이후 받는 첫 월급이었다.
동료들이 바로 앞에 있는 와중에
주식배당도 아니고 다른 직장의 월급을 받는 기분이라니.
연인이나 배우자를 두고 바람을 피운다면 아마 이런 기분인가.
묘한 배덕감과 함께 자본의 짜릿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N잡러들은 항상 이런 기분을 느끼면서 살았던 거구나.
그날 김과장은 첫 월급기념으로
식사 후 매번 마시는 아이스아메리카노 대신
무려 1,000원이 추가되는 귀리우유 옵션을 더한 아이스 라떼를 마시며
사무실로 들어가는 내내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무슨 좋은 일 있냐는 동료의 물음을 뒤로하고.
하지만 인생 새옹지마라 했던가.
첫 월급의 기쁨도 잠깐,
투잡러로 몸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결국 탈이 났다.
아직 일이 숙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요일, 토요일 밤마다 긴장하며 일했던 게 화근이었던 건지
독감철이라곤 하지만 어디선가 걸려온 감기는
한 달째 낫지 않아 벌써 6번째 병원방문이었다.
처음엔 업무적으로 환자상태만 살피던 의사 선생님조차
회사에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볼 정도.
이 동네에 허준 버금가는 명의가 있었음에 감탄하며
약국에서 약을 타기 위해 멍하니 기다리던 와중,
문득 가계부어플을 들어가서
이달에 사용한 병원비와 약값을 확인한 김과장은 눈이 동그래졌다.
의료보험이 적용됐다지만
매번 4천 원, 6천 원씩 결제했던 병원비와 약값,
그리고 수액주사까지 포함하니 어느새 15만 원에 육박했기 때문.
애써 벌어들인 부수입이 벌써 절반 가까이
병원비로 날아간 걸 확인한 김과장은,
책상 구석 한켠에 먼지만 쌓여 있던 영양제까지 꺼내 챙겨 먹으며
나름대로 컨디션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보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감기가 겨우 나을 만할 무렵,
생애 최초로 ‘결막부종’이라는 낯선 병까지 겪게 된 것이다.
몸이 아프면 눈흰자가 머랭처럼 부풀수도 있다는
인체의 신비를 몸소 체험한 김과장은
나름대로 컨디션회복을 위해 그동안 집착했던 '갓생살기'를 멈추기로 했다.
알바 빼고는 모임일정과 운동 등을 모두 캔슬하고
퇴근 후 집 밖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는
나름대로의 칩거생활에 돌입하였으나
실제로 몸이 회복하기까지 거의 3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퇴근 후 하루 1시간 투자로 월 천만 원 벌기’,
‘하루 3시간 일하고 ○○○ 살아요’ 같은
자극적인 문구의 부업 콘텐츠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적이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원하는 수입을 올리는 데 성공한 극소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끌기위한 것에 불가한,
소위 ‘성공팔이’ 콘텐츠가 많다는 게 이미 드러난 상태다.
그리고 나 역시 부업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돈은 절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정신노동이든 육체노동이든,
본업 외에 추가적인 수입을 안정적으로 얻기 위해선
결국 내 에너지와 시간을 들여야만 하고,
그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수면을 줄이고, 체력을 깎아가며 버티는 게 부업의 실체라면,
그 돈은 오히려 몸을 망치는 대가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N잡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돈 벌 준비에 앞서 '버틸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것.
이것이 김과장이 3개월간 병원을 전전한 끝에 몸으로 배운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