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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조 Jan 02. 2020

서울 출신 며느리의
부산 사투리 체험기

'즈아빠'는 도대체 무엇일까

 어제 잠깐 시부모님을 뵙고 돌아와서 갑자기 의문이 생긴 나는 남편에게 망설이지 않고 물었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집에 오면 잊어버려서 매번 못 물어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더 서둘러 물었다. 


 "즈아빠가 뭐예요?"


 무슨 그런 단어가 있냐는 듯, 남편은 그게 뭐냐고 나한테 되묻는다. 


 "왜 어머니가 아버지 부르실 때, 즈아빠, 즈아빠라고 하시잖아요."


 그런가?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다며 남편은 자기도 모르겠단다. 뭐, 사투리겠죠. 대답을 덧붙이더니 초록창에 '즈아빠'를 검색해본다. 각종 블로그, 카페에 '즈아빠'가 들어간 글들이 쫙 나온다. 그런데 여기는 대부분 '지네 아빠, 자기네 아빠' 이런 뜻 같은데 어머니가 아버지를 '지네 아빠'라고 부르시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한 술 더 떠 '즈아빠'를 오타로 인식한 초록창은 '주아 아빠로 검색하시겠습니까?'라는 안내까지 해준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어머니께 전화드려 주아가 누군지 여쭤보라고 남편 어깨를 툭툭 친다. 돌림자를 빼고 마지막 글자만 부르시는 어머니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영주를 말하시는 건가? 영주는 누군데? 


'즈아빠' 검색 결과




 말이 느려 충청도 깊은 곳에서 온 것 같다는 오해를 가끔 받기도 하지만 이래 봬도 나는 서울 출신이다, 흠흠. 남편은 운전할 때 검정치마의 '내 고향 서울엔'을 즐겨 듣지만 실제 고향은 부산이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두 번째 도시에서 각각 자라온 우리가 지금은 한 지붕 밑에 살고 있다니 정말 신기한 인연이다. 부산 부심을 가지고 있는 남편과 대화를 하면서 나도 질세라 서울 부심을 무럭무럭 키우게 되었지만 시댁이 부산인 덕분에 이번엔 부산 어디에 구경을 갈까 하는 기대감으로 시댁 가는 발걸음이 그리 무겁지 않다. 날씨도 따뜻하고 가까이서 산과 바다를 만날 수 있으며 맛있는 먹거리 가득한 부산이라는 도시는 정말 매력적이다 인정!


 처음에 남편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의 일이다. 부산에는 여행으로 두어 번 정도 가봤을 뿐이었고, 부산에서 온 친구들을 대학교에서 몇 만나보긴 했지만 기가 막히게 서울말을 쓰는지라 부산 사투리에 대해 경험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남편도 나랑 대화할 때는 사투리를 거의 쓰지 않는다. 가끔 억양이 조금 다르고 '서울'을 발음할 때 '서'가 좀 길고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것 말고는. 그랬던 내가 처음으로 부산에 있는 집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시부모님과 작은집 아버지, 어머니까지 경상도 어르신 네 분이 둘러앉으셔서 이런저런 말씀을 꺼내셨다.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는, 모국어라기엔 멀고 외국어라기엔 너무 가까운 언어의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원래 약간의 사오정기가 있는지라 어려서부터 못 알아들었으면서 알아들은 척했던 경험이 여러 번 있어 시댁에서도 그 내공을 발휘했다. 그래서인지 처음 만났을 때 시부모님이 내게 해주셨던 말씀이 별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알아듣지를 못했으니 기억도 안 날 수밖에. 


  그래도 점점 익숙해지나 보다. 형님네 애기가 태어났을 때 이름을 못 지었으면 주려고 했던 이름이 있었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무슨 이름이었냐는 내 질문에 어머니는 '지어니'라고 대답하셨다. 아, 지언이요? 아니, 지언이, 지언이. 어머니는 '지은이'를 뜻하신다는 걸 이내 알아차렸다. 요리를 즐겨하시는 어머니께서 자주 쓰는 단어가 있다. '짭나?'  '짜다'를 '짭다'라고 하고 '짭다'는 ㅂ불규칙 활용을 해서 '짜워'와 같이 변형되기도 한다. 어느 지역 어른이시든 하시는 그 말, '밥 뭇나?'. '마이 무라.' 같은 말은 언제든 듣기 좋다.


 




 부산 사투리가 정겹게 느껴진다. 예전에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여자애들이 서울 남자애들한테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남편의 사촌 여동생이 남편을 부르는 한 마디를 듣고는 그 말에 바로 설득당해버렸다. 특유의 억양에 '오빠야'라는 세 글자는 그 자체로 애교 장착이었다. 그 어떤 오빠가 안 좋아할까 싶었다. 


 이 작은 나라에서도 언어가 이렇게 다르다니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 표준어와 방언의 관계는 상호보완적이라는데, 국어 시간에 배운 내용을 결혼해서 이렇게 직접 겪게 되니 더 재미있다. 어쩌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언어라는 도구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일 뿐이니, 사투리를 쓴다고 해서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니까. 그런데 '즈아빠'는 정말 무엇일까. 다음에 어머니를 만나면 직접 여쭤보아야겠다. 



예전에 남편과 이 문제로 논쟁했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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