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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is Sep 18. 2022

Diary.03 - Red in Hong Kong

홍콩의 색, 레드

레드를 사랑하는 도시, 홍콩


홍콩은 중추절(한국의 추석)이 되면, 도시 곳곳이 붉은 색으로 물든다. 소망이 담은 붉은 랜턴들이 거리, 건물, 그리고 심지어 실내를 장식하며 중추절이 왔음을 알린다. 중추절 기간중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곳은 완차이에 있는 리퉁거리다. 총 길이는 겨우 200m 남짓으로 끝에서 끝까지 10분이면 다 돌아볼 정도로 짧지만 랜턴의 밀집도와 퀄러티는 어느 곳보다 높아 휴일의 분위기를 느끼며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다. '아니, 근데 왜 이렇게 빨간 랜턴을 걸어놓은거야?' '우리나라에도 랜턴은 있지만 여기처럼 이렇게 빨갛진 않았잖아?' 돌이켜보니 홍콩에 왔을 때, 빨간 색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갖고 있었다. 택시, 버스, 그리고 심지어 글씨까지 빨간 색이라니.. 나의 눈은 새로운 색에 적응할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홍콩은 왜 빨간색을 좋아하는 걸까?' 그동안 홍콩에서 살면서 생각했던 몇 가지 이유와 그 이야기를 담아보려 한다.


*관련내용1: Lee Tung Avenue, http://www.leetungavenue.com.hk/en/index/

*알립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작가가 홍콩에서 살면서 느낀 RED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이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수정 및 추가를 요청하고 싶은 독자분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함을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LEE TUNG AVENUE at Wan Chai during Mid Autumn Festival>



첫째, 공동체의 번영을 기원한다.


중추절 때 사용되는 빨간 랜턴은 설날에도 많은 곳에서 발견된다. 홍콩에서 설날은 일년 중 가장 큰 행사로서, 가족간의 친목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친목을 위해 지역단체에서 많은 행사를 계획하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지역마다 꽃시장과 연극공연을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한다. 꽃시장에는 꽃 이외에 요깃거리 음식도 팔고 있어 구경과 동시에 로컬음식도 맛볼수가 있다. 이렇게 계획된 행사장에 가보면 입구에는 빨간 색으로 화려하게 작성된 지역주민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글들과 장식들을 볼 수 있다. 홍콩에서 공동체의 번영을 기원하는 지역 이벤트에 참석할 기회가 생긴다면, 빨간 색의 화려한 장식과 랜턴을 보게 될 확률은 굉장히 높다.

<Signage at the flower market and theater during Lunar New Year>



둘째, 개인의 소망을 기원한다.


홍콩의 사원에 가면, 사원의 건축적 요소부터 향, 랜턴, 신상, 그리고 글씨까지 빨간 색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개인의 소망을 기도하는 사원에서 빨간색은 개인의 염원을 담는 도구이자 소망을 전달하는 색으로 사용된다. 한국의 사찰이 대부분 자연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반면, 홍콩은 도심에 위치한 경우가 많고 센트럴, 스탠리, 레플스, 왕타이신 등 주요 여행지에도 근접해 위치해 있으니 여행자라면 여행 중 잠깐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Wongtaishin temple and Statue at Lam Tsuen temple>




셋째, 타인의 부와 행복을 기원한다.


홍콩에는 설날중 타인의 부와 행복을 기원해주는 Lai see (Red pocket) 문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흰 봉투에 담아주는 것과 달리, 홍콩에서는 반.드.시. 빨간색 봉투에 담아 주어야 하며 봉투에는 일반적으로 '복'이라는 단어가 금색으로 적혀있다. 한국에서 꼬맹이였던 어린 시절, 주변의 친지분들로부터 적게는 다섯 분 많게는 열 분 정도까지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받은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홍콩에 와서 Lai see를 받았으니, 꽤 오랜만에 수확을 거두었다. 근데 나한테 왜 주는 거지? 그럼 나도 해야하나? 누구한테 해야하나? 이런 생각을 하던 중 홍콩 친구로부터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홍콩은 큰 금액을 소수에게 주는 것보다 좀 적더라도 많은 이에게 준다고 했다. 즉, Lai see는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부와 행복을 기원해주는 문화였던 것이다. 금액의 경우, HKD 20/50/100 (KRW 3000/7500/15000) 정도로 친한 정도에 따라 구분지어 나눠 준다고 했다. 그 범위는 친구, 회사동료, 아파트 관리직원 및 자주 가는 식당 및 가게 종사자에게까지 준다. 나의 경우 약 20-30 봉투를 매년 사용하는 것 같다. 단, 기억하자, 결혼을 한 친구나 동료에게는 주지않는다.    

<Lai see (red pocket) during Lunar New Year>




넷째, 바다의 안전을 기원한다.


홍콩섬 그리고 구룡반도, 홍콩을 행정적으로 구분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홍콩은 바다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곳이다. 그리고 바다는 시민들의 터전이다. 바다에서 생계를 꾸리던 과거에는 바다가 곧 삶의 터전이었고 바다가 온화해야 풍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바다로 떠나기전 혹은 바다가 성났을 때 지역주민들은 사원을 찾아 기도를 올리며 안정된 삶을 기도해왔다. 그래서 바닷가 근처에는 사원이 있고 유독 시민들의 소망을 담은 빨간 색 글씨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항구도시인 스탠리와 야우통을 방문해보면 이를 확인해볼 수 있다. 그들의 바다에 대한 애착은 오랜시간에 걸쳐 도시 곳곳에 그 흔적들을 남겼다.

<Harbour city, Stanley and Yautong>



다섯째, 도시의 아이덴터티를 이야기한다.


홍콩 국기의 빨간 배경은 중국의 정치사에서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색이지만 영국의 통치하에 있었던 홍콩은 영국인들이 인용하는 용기와 저항 그리고 헌신의 의미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영국의 2층 버스에서 사용하는 빨간 색을 홍콩에서도 사용하고 있으며, 반대로 중국에서는 이 색깔의 교통 수단을 찾아보기 어렵다.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 홍콩 사람들에게 느끼는 것은 그들이 영국을 무척 좋아하고 또한 그들을 존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홍콩은 이 색을 도시의 아이덴터티로 오래 유지하길 원할 것이며, 중국 정부는 중국내에서 영국을 회상케하는 이 색깔을 도시 디자인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굉장히 적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홍콩에서 이 색을 앞으로도 오래 유지하며 사용하길 바래본다.   

<공용버스, 택시, 지하철 홍콩라인에 사용되는 빨간색>


여섯째, 긍정의 메세지를 담은 디자인으로 사용한다.


앞서 이야기한데로 홍콩의 빨간 색은 공동체의 번영, 개인의 소망, 타인의 부와 행복을 기원한다. 이러한 긍정적 의미는 쇼핑몰의 설치 작품, 음식점의 로비 공간, 그리고 탁자 위의 주전자 등으로 디자인 작품 혹은 제품으로 확장되어 나아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서 긍정의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제는 빨간 색 제품을 바라보며, 홍콩에 왔을 때 느꼈던 불간함 혹은 불길함 보다는 긍정적 메세지가 느껴지는 것을 바라보며 스스로 홍콩 문화에 많이 익숙해졌음을 깨닫게 된다.  



일곱째, 하지만 사람이름에는 절대 쓰지 않는다.


한국 사람에게 빨간 색을 사람이름에 쓰지 않듯이 홍콩에서도 마찬가지다. 빨간 색은 피를 연상케하며, 곧 불행 혹은 죽음과도 연관되기에 사람이름에는 쓰지 않는다. 과거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시험 채점을 했던 기억이 있다. 빨간 색으로 열심히 동그라미와 크로스를 그리다 마지막에 이름을 적을 때는 반드시 다른 색으로 바꿔 이름을 기재했던 것이 기억난다. 홍콩도 한국처럼 사람이름을 빨간 색으로 썼을 때, 그것이 불행과 연계된다고 믿는다. 난 궁금했다. 왜 상점간판에는 빨간 색이 그렇게 많은지. 홍콩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저자의 친구는 상점에 사용되는 빨간 색은 번영을 의도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 사람이름과는 다르다고 전해주었다. 혹시 언제 혹은 어딘가에서 빨간 색을 사용할 일이 있다면, 사람이름에 사용하는 우는 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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