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교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예정일을 약 150일 가량 앞두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뱃속의 아이를 위해 아빠인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로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직도 회사에 다니고 있는 와이프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헌신하는 것, 그 뿐인걸까? 또 그렇게는 하고 있는건가?
그러던 어느 날. 선물 받은 태교동화책을 펼쳐봤습니다. 그리고 아빠의 중저음으로 태교 동화를 읽기로 해봤습니다. 태교동화를 들려주는 것 자체가 태아와 엄마에게 좋은 감성을 전달해주는 훌륭한 도구라는건 익히 알려진 사실.
동화책에는 대부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배려에 관한 내용들이 아기자기한 그림들과 함께 실려있었습니다.
그리고 굵은 목소리로 아이에게 들려주고자 준비를 했죠.
"흠. 흠, 쿨럭"
뱃속에 있는 아기가 아빠의 음성을 잘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가다듬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이 이야기를 다시 들려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책을 펼치고 한글자씩 정성을 들여 읽었습니다.
그렇게 소리내어 책을 읽은게 얼마만인지, 감회가 새로웠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사과 나무 한 그루와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과 이 나무는 둘도 없는 친구죠.
소년은 나무에 올라가 메달리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그네를 메달아 타기도 했습니다. 점차 나뭇잎은 무성해졌고 이 잎들은 소년을 가려주는 그늘이 되었습니다.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 순간 사과라는 열매를 맺었어요.
사과는 소년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아주 달콤한 양식이 되었습니다.
간혹 힘들고 지칠때 소년은 나무에 기대어 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어요.
시간이 흘러 소년은 청년이 되었습니다.
청년이 된 소년에게 사과나무는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답니다.
당연히 나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줄어들게 되었고 자연스레 나무에 대한 애정마저 식어갔습니다.
그러나, 나무는 단 한순간도 소년을 잊지 않았어요.
어느 날.
소년은 돈이 필요했고 나무는 사과를 모두 따갈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집이 필요한 소년에게 나무는 가지를 내어주고 배가 필요했을 땐 나무의 줄기 조차도 모두 내주었습니다.
그렇게 나무는 남아있는 거의 전부를 내주었고 결국 그루터기로 남게 되었습니다.
열매가 풍성하던 나무는 앙상한 나뭇가지로.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루터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사과나무의 오래 전 멋진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 소년은 노인이 되었습니다.
나무의 모습도 변했고 소년 역시 노인의 모습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음에도 변하지 않은 것은 소년에 대한 나무의 사랑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었음에도 더 줄 것이 없는지 생각만 하던 나무는 소년이 편히 쉴 수 있도록 그루터기마저도 내주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나무는 행복해했습니다.
모든것을 다 주고도 더 내어주고 싶은 나무의 마음은 배려 그 이상이었기에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책을 읽고난 후 아내의 얼굴을 쳐다봤습니다.
어느새 눈물이 한가득.
아빠가 된 나의 목소리, 그리고 그 안에서 꼬물거리는 아이의 움직임이 감동적인 이야기와 함께 어우러졌기 때문이었을까요?
뱃속의 아이에게 태교란 '스승이 가르치는 십년이 엄마가 임신해 뱃 속에서 10개월을 기르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했을만큼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합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하다', '내일하자' 미뤘던 제가 부끄럽고 미안하네요.
임신 5개월차의 태아는 청각기관이 거의 완성될만큼 매우 발달되어 소리에 반응합니다. 특히나 아빠의 목소리는 엄마보다 굵직하고 저음이라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들만큼 매우 효과적이라 말합니다.
태교동화를 읽어주는 것 자체는 아주 오래간만에 소리내어 읽는 것이기 때문에라도 어색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처음엔 매우 어색했네요. 굳이 캐릭터별로 목소리를 바꿔가며 매력적인 화술을 선보이지 않더라도 아빠의 목소리 자체만으로도 아이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라고 합니다.
더 많이 대화하지 못한 점에 대해 미안하게 여길 뿐입니다.
태교동화는 예정일을 앞둔 임신 약 5개월부터 했었습니다. 마치 많이 한것처럼 보여지나, 그리 많이 읽어주진 못했답니다.
필자의 아이, 심쿵이는 약 275일간(39주 2일) 엄마의 뱃속에 있었고 예정일보다 4일 빨리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있답니다. ^^
To be continued.
글 : 심쿵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