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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Jan 24. 2017

저 하늘에 반짝이던 작은 별 하나가 내 품에 안겼다

프롤로그 - #0. 새 생명을 얻다

Prologue : 너의 존재와 우리의 운명을 기뻐하며, 초보 아빠가 쓰는 이야기


같은 하늘 아래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던 그 사람과 내가 만나 결실을 이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 '그래, 내가 결혼을 했다.' 행복하게 웃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들. 그렇게 결혼 4년을 넘어섰다. 


우리에겐 아직 아이가 없다. 나보다 약 9개월 먼저 결혼한 동생은 벌써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입을 최대한 크게! 품에 안겨 하품하고 있는 조카의 모습.  

조카들로 인해 부모님은 처음 손주들을 안아보게 되었고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호칭도 얻게 되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니 부모님께서는 우리에게 우회적으로 아니 직접적으로 말씀하셨다. 

"좋은 소식 좀 들려다오"

일부러 갖지 않는 것도 아니고 시간도 꽤 흘렀기에 부모님에게 있어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당연한 이야기였고 우린 늘 그렇듯 뻔한 답변을 했다. 


2년 전 늦가을 어느 날. 

와이프가 늦잠을 자고 있던 내게 속삭였다. 

"나 임신한 것 같아!" 

"응?! 뭐라고?"

부스스한 모습의 나. 깜짝 놀라 눈이 확 떠졌다. 당연히 믿어지지 않았다. 

명확하게 두 줄이 그어진 임신테스트기를 보고도 '아, 이런 건가?'라는 느낌뿐. 아마도 실감이 나지 않았으니 그랬던 모양이다.  

"축하해! 우리에게도 드디어!!"

'임신'이라는 단어로 인해 기쁨은 당연했고 놀라움과 신비함이 그 위를 덮어 내게로 다가왔다. 

'임신이라니... 내가 아빠가 될 준비가 되어있긴 한 걸까?' 아주 잠시지만 별별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어쨌든 기뻤다.  

부모님에겐 아직 알리지 않았다. 보다 더욱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주 뒤 예약해둔 병원을 찾아 직접 확인했다. 

"축하드립니다!"

우리에게도 새 생명이 생겼음을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알려주었다.  

와이프의 별명이었던 '금동이'의 이름을 따서 태명도 '동동이'로 지었다. 


임신 5주차. 

자리도 잘 잡았고 위치도 좋다고 했다. 부모님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고 나니 더욱 실감이 났다. 

"축하한다! 조심해서 다녀라.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가까이 있으면 뭐라도 해줄텐데.."

"네, 감사합니다. 잘 먹고 다닐게요!"


임신 7주차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아주 작은 배아 수준이라 크기를 젤 수 없을 만큼이지만 그 작은 생명 안에서 심장 소리가 들린다고 하니 마냥 신기했다. 

의사는 심장 소리를 듣기 위해 집중했다. 우리 역시 귀를 기울였다.  

'쿵쿵쿵'

눈으로 봐도 보일 듯 말듯하지만 그 안에서 심장 박동이 이처럼 크게 들린다니 너무도 신비했다. 

몇 분 후, 의사는 몇 차례 갸우뚱했다. 

"왜요? 무슨 문제 있나요?"

말이 없었다. 

그리곤 다시 심박수를 체크했다. 

...

...

...

...


임신 7주차 심박수 74 bpm.

7주 정도라면 140 이상은 되어야 하지만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일주일 후에 봅시다. 그런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 않나요? 가능성은 없나요?"

"제가 몇십년동안 의사 생활했지만 쉽진 않아요."

거의 1%의 확률뿐이라지만 그냥 믿고 싶지 않았다. 

작은 기대감과 실낱 같은 희망을 긍정적인 느낌으로 가져보기 위해 노력했다. 

'아닐거야. 그럴 리 없어. 다시 잘 자라는 경우도 있다고 했어!' 


일주일이 지났다. 

이번엔 대학 병원을 찾았다. 개인 병원과 달리 나는 초음파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초조했다. 앉아있을 수도 없었다. 왔다 갔다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몇 분 후 초음파를 마친 아내. 

"심장이 멈췄대"

결국 그 작은 심장이 조금씩 조금씩 느려진 모양이다. 

우린 한참 말이 없었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담담했다. 진짜 실낱 같은 희망과 긍정적인 마음가짐 속에 어느 정도 운명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 아이는 또 가지면 돼'라고 들리지 않는 소리로 되뇌고 되뇌었을지도. 

'계류유산'

결국 임신 8주차에 계류유산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동동이'라는 태명을 가진 이 작은 생명을 다시 돌려보내야 했다. 


그 해 10월은 우리에게 매우 잔인한 달이었다. 


봄이 왔다. 

새싹이 돋고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도 따사롭다. 벚꽃이 만발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어느 봄날, 햇살은 따뜻했고 차가웠던 우리의 마음을 녹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찾아온 여름. 

시간은 흘러 흘러 어느새 '완벽한' 여름이 되었다. 

7월의 오키나와 해변. 우리에겐 일종의 보상과 같은 휴가였다.

계류유산 이후 재차 임신은 쉽지 않았다. 

시험관이나 인공수정을 고려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사실 우리 모두에게 힘든 결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직 확신은 없지만 이번엔 진짜 맞는 거 같아!"

"응?! 정말??"

마치 기적 같았다. 병원을 알아보려던 찰나에 운명처럼, 기적처럼 다시 듣게 된 기분 좋은 소식!


이번에는 더욱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정확히 7주차에 대학병원을 찾아갔다. 

초음파실 앞에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불과 몇 분이지만 입이 바싹 마를 정도였다. 

"뭐래? 어떻게 됐어?"

"심장도 잘 뛰고 자리도 잘 잡았대! 문제 없대!"

150 bpm

심박수는 물론 모두 정상이라고 한다. 의사는 '만점짜리 아이'라며 우리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번에는 건강하게 잘 자라 달라고 '심쿵이'라는 태명을 지어주었다.  

사실 몇 번이나 초음파실 앞에서 기다렸지만 갈 때마다 떨리는 마음은 진정이 되질 않는다. 


어쨌든 우린 심쿵이를 얻었다. 

그렇게 운명처럼 새 생명이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희미하던 별빛이 마치 다시 환하게 밝아지며 우리에게 다가온 느낌처럼. 저 작은 별이 내 품에 안겨 나는 아빠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었다.


"심쿵아! 건강하게 잘 자라다오!"

12주차의 심쿵이. 암마 뱃속에서 얌전히 누워있구나.

아직은 많이 부족한 '아빠'라는 이름으로 이 이야기를 너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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