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n 잡은 루이스 Mar 13. 2017

거센 바람도 우리의 여행을 막을 순 없어

오늘의 내가 어제의 추억을 회상하며.. 마치 내일도 제주일 것처럼

여행을 계획했다. '계획'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설레는 것은 여행이 가진 수많은 매력 중 하나.

일상을 떠나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나를 꺼내 그간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기 위함이니 여행은 '힐링'이자 '디톡스'다. 

이번 여행은 뱃속의 아이와 함께 하기 위한 이른바 '태교여행'. 우리에게 제주도는 여행하기에 가장 최적의 장소였다. 


비록 완연하진 않지만 '春3월'을 앞두고 있는 2월의 마지막 주. 

'우수 경칩에 대동강이 풀린다'했는데 햇살 가득한 김포공항은 왜 이렇게 추운지.  봄이 가장 빨리 오게 될 제주라 해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으로 몸을 움츠리기 마련일 것이다. 

한라산 주변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상고대로 화려한 모습을 뽐내고 있을 것이고. 파도는 아직도 거세게 휘몰아치겠지. 그래, 아직은 춥다.


김포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제주에 다다를 때쯤, 이리저리 흔들렸다. 마치 놀이공원의 '바이킹'을 타는듯한 스릴 이상의 공포감마저 느꼈다. 불현듯 영화 <투모로우>의 대사가 생각났고 곱씹었다.

"기류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할 확률이 10억 분의 1? 아니 100만 분의 1이었나?"

좌우로 흔들리던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고 난 다행히(?) 제주도의 땅을 밟았다. 구름이 잔뜩 뒤덮고 있어 찌푸린 날씨긴 했지만 주변에 보이는 야자수들이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하는 듯 느껴졌다. 


제주, 오래간만이야!

해가 지기 전에 바로 앞에 보이는 파도를 보기 위해 달려갔다. 저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이 신나게 달려 파도를 몰고 온다. 높은 파도가 바위에 부서져 장관을 이룬다. 

휘청거릴 정도의 거센 바람이 온몸을 덮쳐 카메라의 초점을 잡기도 쉽지 않다.

제주올레길 16코스 애월해안로에서.  EOS M 50mm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나이가 들었는데 너는 그대로구나.

몇 차례 제주에 오긴 했지만 협재해변에 찾아간 것은 무려 20년 만이다. 그곳은 예전 모습 그대로일까?

처음 그곳에 갔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이런 빛깔의 해변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상처가 있는 건 아닌지 괜스레 우려까지 했지만 쓸데없는 기우였다. 

변함없이 맑은 빛깔의 협재해변이 따사로운 햇살과 맞부딪혀 놀라운 모습을 선보였다. 여전히 변함없는 이 곳. 티 없이 밝고 선명하며 아름답다. 

협재해수욕장의 맑은 바다. 아름답다, 아름다워
협재해변의 파도. By Gopro

한라산 1100 고지의 상고대가 자아내는 아름다움

제주에 가기 전에 '한라산 1100 고지'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낙엽이 떨어져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가 몇 번이나 내렸을 눈꽃을 입어 '상고대'를 만들고 봄날의 화려한 벚꽃이 장관을 이루듯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꼬불꼬불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고지로 올라갈수록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 눈꽃과 나무들. 찬 바람이 불어 비록 바들바들 떨긴 했지만 카메라에 다 담지 못한 아름다운 모습을 눈으로 보고 머릿속에 간직했다. 

 

한라산 1100고지에서. By Gopro
봄날 벚꽃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겨울 상고대

이호테우의 하얀 말과 빨간 말

TV에서 마침 이호테우 해변이 나왔다.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돌아가던 길에 들르기로 했다. 

제주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해변이고 말의 형상을 하고 있는 목마 등대가 존재한다. 

하얀 말과 빨간 말. 

'이호테우'라는 명칭으로만 보면 외래어를 듣는듯한 기분이 들만큼 낯설게 느껴진다. 제주시 이호동에 위치하고 있고 나무배라는 의미의 테우가 붙어 생긴 명칭이다. 바다와 접해있으니 이로 인한 어로(漁撈), 즉 물고기나 해산물을 잡아 거두는 생활환경이 이 명칭에 오롯이 들어간 셈이다. 안타까운 것은 점차 현대화된 어로 작업으로 인해 테우의 자취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 하지만 전통적인 어로 문화를 재현하는 축제가 <이호테우 축제>라는 명칭으로 매년 진행된다고 한다. 

이호테우의 하얀 말
이호테우의 빨간 말

제주여행에서 지나칠 수 없는 것. 바로 '음식'이다. 

흑돼지나 해산물은 올 때마다 먹어도 늘 새롭다. 변함없이 내 혀 끝을 자극하는 제주의 풍미가 이토록 고소하고 맛깔스러울 수가 없다.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한 감동이 밀려오는데 여기에 좋은 사람과 좋은 음식으로 함께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안녕, 제주. 다시 올게!

사진 더 보기

※ 가족과 함께 했던 제주 여행

https://brunch.co.kr/@louis1st/24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곳 다른 느낌, 결국은 기분 좋은 하나의 추억거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